[로리더]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정부의 난민법 개정절차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난민위원회’ 구성에 특정직 고위공무원 6명이 당연직인 것처럼 포진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면서 인사관행을 바꿔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와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가 공동으로 이날 오후 2시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개최한 ‘난민법 개정방향에 관한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여해서다.

기념촬영
기념촬영

이번 심포지엄은 총 3개의 주제로 진행됐고, 사회는 양희철 변호사(대한변협 난민이주외국인TF 위원)가 맡았다. 전체 좌장은 이상민 대한변협 난민이주외국인TF 위원장이 진행했다.

제1세션에서 노동영 변호사(변협 난민이주외국인TF 위원)가 ‘난민법 개정방향과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을 주제로 발표했고, 토론자로는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교수와 채현영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법무담당관이 참여했다.

좌측부터 최현영 법무담당관, 노동영 변호사, 이상민 변호사, 최계영 교수

최계영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먼저 “정부 주도의 난민법 개정작업이 작년 말부터 시작된 거 같은데, 개정 절차에 대해서도 얘기가 되어야한다”며 “사실 토론문을 작성하면서 가장 답답했던 게, 개정안이 전체가 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정부에서는 대한변협과 같은 일정한 단체나 기관을 파트너로 생각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 같은데, 물론 초기단계에서는 한 방법이나 결국에는 시민사회의 전반적인 의견수렴이 공식적으로 있어야 한다”며 “그런 기회를 형식적인 입법예고 기간에 한정해서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방식의 의견수렴에 있어서는, 대한변협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고, 그래서 오늘 토론회가 갖는 의미가 더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법무부 난민법 개정안에는 ‘난민인정 심사 부적격결정’ 제도와 ‘명백한 이유 없는 신청 등에 대한 난민불인정결정’ 제도를 신설해 약식절차를 대폭 확대하고자 한다.

부적격결정에 대해서는 면접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이의신청과 행정심판청구를 할 수 없으며,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변론 없이 서면심리로 재판할 수 있다.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 등에 대한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은 제한되지 않으나 (행정심판은 제한),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변론 없이 서면심리로 재판할 수 있다.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계영 교수는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규정한 난민협약의 문언상으로는 난민만 언급되고 있으나 해석상 난민신청자도 포함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난민으로 인정될 수 있는 사람이 형식적으로 난민신청자지위라는 이유로 박해의 위험이 있는 국가로 송환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래서 난민신청절차의 공정성과 효과성의 문제도, 강제송환 원칙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선결조건이 된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식절차와 분리된 약식절차를 만드는 자체가 원칙 위반으로 평가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사절차가 간략해 지면 잘못된 송환의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난민법 개정안의 전체적인 내용은 정식절차의 예외가 되는 약식절차의 범위를 넓히고자 하는 것인데, 그렇게 넓히려면 일단 정식절차가 충실하게 전문적으로 정확하게 운용되는 실무가 확립돼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최계영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난민심사절차를 본격적으로 운영한 기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아 정식절차에서도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행정관행이 확립돼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개정안에서) 약식절차의 섣부른 확대는 부실한 절차를 더욱 부실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 교수는 “약식절차의 확대보다는 난민심사인력을 적정한 수준까지 충원하고,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 더 시급한 과제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나아가 개정안은 약식절차를 난민신청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만 비대칭적으로 확대하고자 한다는 점도 문제”라며 “사건의 성격에 따라서 분류하고 우순선위를 정해 심사하는 것은 자원을 적절히 배분해 사건의 적체를 줄이고 질적으로 더욱 충실한 난민심사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라고 제시했다.

최계영 교수는 “그러나 개정안이나 정부의 현재 관행은,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신청에 대해서만 특별한 취급을 하고, 명백히 이유 ‘있는’ 난민신청은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취급하고 있다”며 “이는 난민(또는 인도적 체류자)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비교적 확실한 사람도 오랫동안 신청자의 불안정한 지위에 머무르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신청자 지위에 머무르게 하는 현행 제도를 손대지 않고 그냥 둔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만약 정부 개정안대로 입법된다면 (난민불인정) 가장 많이 쓰일 사유는 ‘체류 연장 목적 또는 오로지 사인 간의 분쟁이나 경제적인 이유 등이 법에 따른 난민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한 경우’일 것”이라며 “그러나 이를 그대로 입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계영 교수는 “이 조항은 세 가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첫째는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 앞에 ‘체류 연장 목적’이나 ‘경제적 이유’를 예시로 들고 있는데, 이 자체는 ‘난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과 직접 관계가 없다”며 “난민인정 여부는 오로지 난민협약과 난민법의 난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될 문제인 뿐”이라고 했다.

그는 “둘째, ‘사인 간의 분쟁’을 예시로 들고 있는데, 우리 정부나 법원의 경우 사인의 박해를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기준보다 훨씬 엄격하게 기준을 잡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좌측부터 최현영 법무담당관, 노동영 변호사, 이상민 변호사, 최계영 교수
좌측부터 최현영 법무담당관, 노동영 변호사, 이상민 변호사, 최계영 교수

최 교수는 “셋째, ‘난민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한 경우’의 판단 자체도 쉬운 일은 아니다”며 “심사자의 주관과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크고, 심사자들 사이의 편차 없이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짚었다.

또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에 관한 특칙을 운용하고 있는 나라의 판례들을 보면, 명백성 판단에 강제송환금지 원칙의 제한이라는 중한 결과가 결부되기 때문에 명백한지에 관한 판단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항소법원은 ‘신청자가 주장한 과거의 사건이 모두 실제로 일어났다고 최대한으로 가정하고 평가한 후에도 신청을 기각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만’ 명백한 이유 없는 신청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도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최계영 교수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지금 우리나라 정도의 시민사회인력과 전문성 수준에 있어서는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관한 특칙을 두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봤다.

최 교수는 “만약 만든다면 전반부의 ‘체류 연장 목적’이나 ‘사적 분쟁’과 같은 예시들은 모두 삭제하고, ‘난민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한 경우’만 남겨야 할 것”이라며 “그리고 실제로 운용하는 과정에서 적용할 엄격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하고, 그 기준들이 심사자들 사이에서 공유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특히 난민위원회의 인적구성을 비판하면서 독립성과 전문성도 짚었다.

최계영 교수는 “현재의 난민위원회로는 안 되고, 독립성과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며 “그런데 정부에서는 위원 수의 증원과 상임위원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개정안은 신속한 사건처리에는 다소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독립성ㆍ전문성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사실 현행법 하에서도 법무부 훈령과 인사관행을 바꿈으로써 독립성과 전문성을 개선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며 “훈령인 ‘만민위원회 운영세칙’에서는 위원 15명 중 6명은 특정한 공무원으로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연직처럼 정한 6명은 ▲법무부차관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장 ▲법무부 인권국장 ▲국가정보원 방첩단장 ▲외교부 국제기구국장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 복지정책관이다.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계영 교수는 “상당히 놀랐던 게, 다른 (부처) 위원회에 소속된 경험이 여러 번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누가 들어가는지 훈령으로 정해놓은 건 잘 보지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최 교수는 “그리고 이 여섯 분의 경력이나 면면을 봐도 출입국본부장을 제외하면 난민에 대해 판단하는 직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외교부나 보건복지부가 난민정책과 관련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직급에 있는 분들이 (난민신청) 개개의 사건기록을 볼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다”고 부정적으로 봤다.

그는 “그리고 훈령에 있는 재미있는 조항 중의 하나가 (소속 부서 공무원을) 대리출석을 시켜서 의결도 대신할 수 있다”실소하면서 “그래서 한 사람이 계속 오는 것도 아니어서 전문성이 키워질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최계영 교수는 “난민위원회 15명 중 6명이 특정직공무원이고 외부위원이 과반수니까 괜찮지 않을까 할 수도 있으나, 다른 위원회는 내부 위원보다 외부위원이 훨씬 더 많다”면서 “내부위원을 최소화 하는데, 왜 그러냐면 내부위원들은 사실 한 덩어리로 움직이고, 외부위원들은 표가 갈리기 때문에 아슬아슬한 과반수 상태에서는 사실은 내부위원들이 모여서 표결하게 되면 그 방향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경험을 털어놨다.

내부위원 6명에 외부위원 2명만 더하면 과반수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좌장인 이상민 변호사와 최계영 교수
좌장인 이상민 변호사와 최계영 교수

최 교수는 “그리고 지금과 같이 한해에 (난민심사) 500건 가량을 검토하는 구조 하에서는 난민조사관이 작성한 보고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 진다”며 “그리고 난민조사관 같은 경우는 대부분 1차 심사를 했거나 앞으로 할 분들이어서, 1차 결정에 대해서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소속 공무원인 난민조사관이 1차 심사를 한 경우, 1차 심사에서 이뤄진 결정에 대해 충분히 거리를 두고 새로이 검토해 보고서를 작성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계영 교수는 “이런 내부 훈령과 관행으로 인해서 사실 1차 결정과 분리된 독립적인 2심 결정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며 “법률 개정 전에도 훈령과 관행의 개선을 통해서 어느 정도 (난민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개회사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개회사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한편, 이날 이찬희 변협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제임스 린치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를 대신해 오호 르부샹 대표대행이 인사말을 대독했다.

오호 르부샹 대표대행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호 르부샹 대표대행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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