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21일 ‘난민법 심포지엄’에 참여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우리사회가 아직까지도 난민에 대해서 뜨거운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있는 환경에서도 소중한 시간을 내서 난민을 위한 일을 해주시는 이분들이야 말로 정말 ‘인권의 대변자’라고 생각해서 이분들의 소중한 이름을 한 분 한 분 불러봤다”고 의미를 부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대한변호사협회와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는 공동으로 이날 오후 2시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난민법 개정방향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기념촬영
기념촬영

이찬희 변협회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콩고 출신 앙골라인 루렌도씨의 가족이 9개월에 걸친 공항살이 끝에 인천공항 문을 나서 한국에 입국했다. 루렌도씨 가족은 콩고인에 대한 앙골라 정부의 박해를 피해, 고국을 떠나 2018년 인천공항에 왔는데, 난민신청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정이 내려지지 않아서 난민심사불회부 결정으로써 장기간 인천공항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난민지위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개회사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개회사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지난 9월 27일 서울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고의영 부장판사)는 작년 12월 한국에 도착해 인천공항 면세구역 환승 편의시설지역에서 체류하던 루렌도씨 등 일가족이 인천공항 출입국ㆍ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인정심사불회부 결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입국 불허 결정이 난 뒤에 난민 신청을 했다고 해서, 원고에게 진정한 난민 신청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일단 심사에 회부해 조사를 한 후 난민 인정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 변협회장은 심포지엄 자료집에서도 “항소심에서 루렌도씨 가족에게 난민심사기회를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져 입국이 허가됐지만,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직도 먼 길이 남았다”고 적었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영화 ‘터미널’을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아직도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이런 난민신청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 많이 있고, 난민심사가 너무나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짚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와 관련해 이 변협회장은 심포지엄 자료집에 “난민 문제는 국제인권의 전통적인 문제이지만, 난민 수용 여부는 여전히 국가 주권의 재량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며 “또한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인정신청이 가능해졌지만 회부심사로 인해 여전히 많은 난민신청자들이 난민심사에 접근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으며, 이들은 난민, 난민신청자라는 이유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들을 가질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 있다”고 적었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우리나라는 1992년에 난민협약 가입, 1994년부터 난민제도를 시행했고, 2013년 아시아 최초로 독립법률로서 난민법을 시행해 국내외적으로 주목 받았으며,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선진국이라는 의미의 ‘난민 수용국’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실상 우리 사회의 난민인권에 대한 인식은 처참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 변협회장은 “제가 지난 2018년 봄에 561명의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도착한 것과 관련해서 그분들의 열악한 환경과 우리사회의 난민 혐오정서에 대해서 심포지엄을 제주에서 개최한 적이 있다”며 “(예멘 난민신청자) 그분들 중에서 2명이 난민으로 인정되고, 412명에 대해서 인도적 체류가 허가돼 자국으로 송환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우리 국민의 난민에 대한 혐의정서와 국가의 불충분한 보호로 이들이 국내 정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당시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신청을 하자 국민들은 난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가짜난민’, ‘난민제도 남용’ 등의 표현을 만들어내며 혐오 정서를 폭발시켰고, 국회는 혐오정서에 맞추어 짧은 시간 내에 난민법 개정안을 무더기로 발의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은 “난민 사태의 근본 원인은 전쟁과 폭력, 정치적 박해이며, 다른 국가로 피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저희가 알기에 대한민국이 6ㆍ25전쟁 당시 세계에서 최초로 난민을 인정받고 난민이 돼 세계를 떠돌아 다녔던 슬픈 과거가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타국에서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성취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이제 우리 대한민국의 수준에 맞게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난민제도의 구축과 난민에 대한 처우개선은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천명한 약속이며, 인권에 대한 의무”라며 “그러나 규범적이고 당연한 책임에 대해 ‘우리가 베풀고 있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는지 우리 스스로 돌아봐야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 변협회장은 “오늘 토론회를 통해 난민제도ㆍ난민인정절차와 난민에 대한 처우 전반의 문제를 되돌아보고, 궁극적으로 난민의 인권과 안전하고 나은 삶을 보장하기 위한 난민법 개정방안이 도출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특히 이찬희 변협회장은 “오늘 좌장으로 토론회를 이끌어주실 대한변협 난민이주외국인TF 위원장 이상민 변호사님을 비롯해 주제발표를 맡아주실 난민이주외국인TF의 노동영 변호사님, 이상현 변호사님, 난민인권네트워크 난민법WG 이일 변호사님, 열띤 토론을 맡아주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최계영 교수님, 유엔난민기구 채현영 법무담당관님, 난민이주외국인TF의 이탁건 변호사님,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장수정 사무관님, 난민인권센터 김성인 전 사무국장님, 그리고 사회를 맡아주신 난민이주외국인TF 양희철 변호사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개회사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개회사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이 변협회장은 그러면서 “제가 이렇게 길게 이분들의 성함을 한 분 한 분 말씀을 드린 것은, 우리사회가 아직까지도 난민에 대해서 뜨거운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있는 환경에서도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난민을 위한 일을 해주시는 이분들이야 말로 정말 ‘인권의 대변자’라고 생각해서 이분들의 소중한 이름을 한 분 한 분 불러봤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이날 제임스 린치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가 참석해 인사말을 할 예정이나, 오호 르부샹 대표대행이 참석해 인사말을 대신 전했다.

오호 르부샹 대표대행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호 르부샹 대표대행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총 3개의 주제로 진행됐다. 전체 좌장은 이상민 대한변협 난민이주외국인TF위원장이 맡아서 진행했다.

제1세션에서 노동영 변호사(변협 난민이주외국인TF 위원)가 ‘난민법 개정방향과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을 주제로 발표했다. 토론에는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채현영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법무담당관이 참여했다.

제2세션에서 이상현 변호사(변협 난민이주외국인TF 위원)가 ‘행정청 단계의 난민인정심사제도 개정 방향과 절차적 정당성(신속심사제도를 중심으로)’을 주제로 발표했다. 토론은 이탁건 변호사, 장수정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사무관이 참여했다.

제3세션에서는 이일 변호사(난민인권네트워크 난민법 WG)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심사와 처우를 위한 난민법 개정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토론에는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전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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