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경찰서 유치장 감시데스크에서 고정감시를 하던 경찰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 유치인의 자살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자리를 비운 경찰관에 대한 ‘감봉’ 징계처분은 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과 판결문에 따르면 2017년 7월 20일 오전 10시경 울산 모 경찰서 통합유치장 화장실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있던 유치인이 자신이 입고 있던 바지로 목을 맨 채 쓰러져 있는 것이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치장 근무자의 감시데스크와 각 유치실 문까지 거리는 2m 정도다. 이 유치장에는 지능형 영상감지 시스템이 구비돼 있어, 유치인이 화장실에 들어가거나 화장실 안에서 움직임이 있는 경우, 감시데스크 모니터에 화장실 창문 부분의 화면이 클로즈업(확대) 되면서 경고음이 울린다.

유치장 근무자의 업무는 고정감시ㆍ순찰ㆍ지원 업무로 나뉜다. 고정감시 근무자는 감시데스크에 위치해 유치인을 관찰하는 업무를, 순찰 근무자는 유치실 앞을 순찰하며 내부 이상 유무를 관찰하는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지원 근무자는 유치인의 입감ㆍ출감, 면회 등의 기타 업무를 주로 수행하도록 돼 있다.

사고 발생 당시 A경위와 경사 B는 고정감시 근무자, 경사 C는 순찰 근무자, 경장 D는 지원 근무자였고, 팀장이 근무했다. 하지만 유치인의 자살 사고를 막지 못했다.

해당 경찰서장은 A경위가 사고 발생 당일 유치장 내 고정감시 근무자로서 CCTV 모니터링 등을 통해 망인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면회실을 오가며 인터넷을 사용하는 등 유치인 관리업무를 소홀히 함에 따라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징계위원회는 2017년 8월 징계심의 결과 A경위의 행위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 제57조(복종의무)에 위반된다고 판단해 ‘정직 1개월’을 의결했다. 이에 울산지방경찰청장은 A경위에 대해 1개월의 정직처분을 했다.

A경위는 이에 불복해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울산지방법원에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2018년 6월 “이 처분은 원고의 비위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는 이유로 취소 판결했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경찰서장은 2018년 7월 징계위원회에 A경위에 대한 경징계 의결을 요구했고, 징계위원회는 ‘감봉 2월’을 의결했고, 경찰서장은 A경위에게 ‘감봉 2월’의 징계처분을 했다.

하지만 A경위는 이에 불복해 2018년 8월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감봉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청심사를 제기했으나, 위원회로부터 기각결정을 받았다.

그러자 A경위는 법원에 감봉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경위는 “사고 발생 무렵 지능형 영상감시 시스템에 의한 고정감시 임무를 소홀히 한 사실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감봉 처분은 징계양정기준을 벗어나 과중하게 내려진 것으로서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해 위법하다”며 주장했다.

A경위는 “유치장은 1일 평균 유치인 수가 18.5명에 이르는 유치인 수에 비해 근무자가 부족해 4명의 근무자가 근무일지에 명시된 대로 고정감시, 순찰, 지원근무를 할 수가 없는 실정이고, 당시 유치인의 구속적부심 신청 절차에 대한 조회 등 유치인의 관리ㆍ지원에 관한 임무를 수행하다가 순찰 중 가장 먼저 망인을 발견하고 응급조치를 했다”는 말했다.

울산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강경숙 부장판사)는 최근 A경위가 소속 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패소 판결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의 의무위반행위에 고의나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치장 근무를 하면서 근무일지상 감시데스크에서 고정감시 근무를 하도록 돼 있는 원고의 최우선 임무는 유치인의 동태를 잘 살펴 자살ㆍ자해ㆍ도주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임에도, 원고는 망인이 자살을 기도한 시간대에 적지 않은 시간 감시데스크를 이탈해 감시 임무를 게을리 했고, 그 결과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됐으므로 원고의 의무위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 발생 당시에는 유치장에 10명의 유치인이 있어서 근무자들이 근무일지에 기재된 대로 임무를 분담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치장의 근무자들이 지정된 임무(고정감시, 순찰, 지원)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따라 서로 도와가며 필요한 임무를 처리해 왔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근무일지상 임무는 고정감시 임무였으므로 원고로서는 무엇보다도 고정감시 임무에 충실할 의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원고가 당시 고정감시 데스크를 이탈해 목적 외 사용이 금지된 면회실의 화상면회용 PC를 사용한 이유가 설령 유치인의 구속적부심사 절차를 조회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로 본연의 임무인 고정감시 임무를 해당 시간 동안 포기하게 돼 망인의 자살기도를 감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원고의 주장과 같은 화상면회용 PC 사용 행위의 ‘공적 목적’ 만으로는 의무위반행위의 심각성을 상쇄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로서는 필요하다면 지원 근무자인 경장 D로 하여금 구속적부심사 절차 조회를 하도록 지시할 수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징계위원회는 징계의결을 함에 있어서 원고의 평소 성실한 근무 태도, 상훈 등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감시의무 소홀로 인한 유치인의 자살 사건 등 유사 사건에서 의무위반행위자에게 감봉보다 더 가벼운 징계양정을 한 사례가 있었다는 사유만으로는 감봉처분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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