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는 19일 안상수 의원이 ‘성적지향’을 삭제하고, ‘성별’ 개념을 축소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에 대해 “편견에 기초해 특정 사람을 우리 사회 구성원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에 역행하는 시도라고 판단해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특히 오늘날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룬 모범적인 국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인권증진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함께 요구받고 있다”며 “이러한 때에 발의된 이번 개정 법률안은 대한민국 인권의 위상을 추락시킬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사회의 신뢰에 반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이날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서다.

먼저 지난 12일 안상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하고 40명의 의원들이 동참한 개정 법률안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규정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사유 중 ‘성적 지향’을 삭제하고, ‘성별’을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생래적, 신체적 특징으로서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를 말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개정안은 제안이유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동성애(동성 성행위)를 일반인에게 객관적으로 혐오감을 유발하고 선량한 성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행위로 평가하고 있고, 다수 국민들도 동성애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며 “이에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과 충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그리고 다수 국민들의 의사에도 반하는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의 ‘성적(性的) 지향’을 삭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전통과 건전한 성도덕을 보전하고 수많은 보건적 폐해를 줄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는 개정안에 대해 “이성애가 아닌 성적지향을 가진 자나 성전환자와 같이 실존하는 성소수자를 차별금지의 원칙에서 배제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고 봤다.

인권위는 “‘성적 지향’은 개인의 정체성의 핵심 요소로서 이를 부정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평등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할 수 있다”며 “유엔 자유권위원회, 사회권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아동권리위원회 등 국제인권기구들은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과 폭력을 금지하고 성소수자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다”고 살폈다.

인권위는 지난 2006년 6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성전환자의 행복추구권을 인정한 판례(2004스42)를 상기시키며, ‘성별’ 역시 그 개념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권위는 “우리 헌법 제10조 및 제11조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고, 인권위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라며 “‘모든 개인’에는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을 가진 성소수자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개정 법률안은 여성과 남성 이외의 사람(성전환자, 간성 등), 이성애자를 제외한 성소수자 등 특정 집단에 대해서는 헌법상 차별금지 원칙의 적용을 배제하자는 것으로, 이는 인권위 존립 근거에도 반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인권위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과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요구이자 인권적 관점에 부합하는 방향인 바, 개정안의 내용과 같이 성적 지향을 차별사유에서 제외하거나 성별의 개념을 남성과 여성으로만 축소하는 입법은 인권사적 흐름에 역행하고, 대한민국의 인권수준을 크게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인권위는 “‘성적 지향’은 국가인권위원회법상의 차별금지 사유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고, 인권위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평등을 차별 없이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천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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