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조현욱)는 13일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기산일을 마지막 범행 시기가 아닌 손해발생이 현실화된 시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판결에 대해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한 매우 획기적인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의정부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조규설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전 테니스 선수 A씨가 2001년 7월부터 2002년 8월까지 당시 초등학생이던 자신을 성폭행한 테니스 코치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외상 후 스트레스를 처음 진단받은 2016년 6월 현실화됐으므로 마지막 범행 시기인 2002년으로부터 10년이 지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피고 쪽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성폭력범죄의 소멸시효 기산점 판단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번 판결은 민법 제766조상 인정되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 기산점인 ‘불법행위를 한 날’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문제된 사안으로, 재판부는 장기소멸시효 기산점인 ‘불법행위를 한 날’이란 객관적ㆍ구체적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 발생이 ‘현실화’된 때를 의미한다고 봐, 마지막 범행 시기인 2002년이 아닌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라는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인 2016년 6월을 기준으로 기산점을 파악함으로써, 피해자의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성변호사회는 “이러한 재판부의 판단은 지금까지 성폭력범죄 사건에서 소멸시효로 인해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구제를 받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한 매우 획기적인 판결로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2012년 이른바 ‘도가니’ 사건으로 유명한 광주 인화학교 피해자들도 소멸시효 기간이 도과했다는 이유로 민법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며 “앞으로는 이와 같은 피해자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이러한 법원의 판단이 계속되기를 기대하며, 아울러 궁극적으로는 성폭력범죄 관련 소멸시효 기간에 대한 법제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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