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요양원에서 B형 간염 보유자의 입소를 제한하는 것은 병력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요양원 원장에게 B형 간염 보유자의 요양원 입소를 제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진정인은 지난 6월 치매환자(4등급)인 시어머니(80대)를 A요양원에 입소시켰고, 요양원의 요구에 따라 시어머니의 건강진단서와 소견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B형 간염 보유자라는 이유로 입소 일주일 후에 퇴소 당했다.

이에 진정인은 “치매환자인 시어머니가 B형 간염 보유자라는 이유로 입소 1주일 만에 퇴소를 당했고, 이는 B형 간염 보유자에 대한 차별행위”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요양원에서는 “본 기관에 입소 생활하고 있는 노인들은. 대부분 노인성 질환을 갖고 있는 중증환자들이기에 면역력이 약해 전염병에 취약해 전염병 관리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요양원은 “특히 요양원이라는 특성상 직원들이 노인들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치매환자들은 링거바늘을 억지로 빼거나 하는 등으로, 주변 사람들이 전염병 등에 감염될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며 “이런 이유로 진정인에게 피해자의 입소가 어렵겠다고 했고, 진정인은 알겠다며 퇴소했다”며 주장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위원장 정문자)는 요양원이 피해자를 B형 간염 보유자라는 이유로 요양원 입소를 제한하는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살폈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요양원)의 주장대로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라는 점과 ‘치매’ 환자가 거주하는 요양원이라는 시설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의 자문 결과에 따르면 면역력과 B형 간염의 감염성은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공지된 질병 정보에 따르면 △대변이나 소변, 땀 등을 통한 B형 간염의 전염은 아직까지 증명되지 않았으며, △단순히 피가 튀기는 현상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며 “보유자의 피가 상처 난 피부에 묻거나 보유자의 피가 묻어있는 주삿바늘에 찔리면 감염될 수 있으나, 이는 요양원 종사자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짚었다.

인권위는 “게다가 현재 피해자는 다른 요양원에 입소한 상태”라며 “이러한 점에서 치매환자인 B형 간염 보유자의 입소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B형 간염의 감염과 관련해 대한간학회 및 보건복지부의 의견에 따르면, B형 간염은 모자감염(출산전후 모성으로부터 신생아로부터 전염), 성 접촉을 통한 전파가 가능하고, 일상적인 공동생활을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한간학회는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문 의뢰에 대한 회신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은 HIV(인간면역결핍증 바이러스) 혹은 HCV(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경로와 유사하게 주로 혈액이나 성 접촉으로 감염되며 일반적 공동생활로 감염되기 매우 어렵다”고 답변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여러 차례 유사 사건에서 B형 간염이 일상생활을 통해 전염되지 않음과 활동성 여부에 따라 전염성에 차이가 없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인정해 왔다.

국가인권위는 특히 “감염병예방법에서 B형 간염은 제1급 감염병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한 감염병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특별히 제한해야 할 타당성도 없다고 보인다”며 “위와 같은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요양원에서 피해자가 B형 간염 보유자라는 이유로 요양원 입소를 제한하는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혜정 기자 shin@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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