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백화점 매장에서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샤넬코리아 직원들이 매일 30분 일찍 출근해 회사의 지침에 따라 메이크업과 액세서리 착용을 하는 ‘꾸밈시간’을 가졌다고 주장하며 조기출근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샤넬코리아는 전국 각 백화점 매장에서 향수 및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직원들에게 ‘그루밍 가이드(grooming guide, 이 사건 지침)’를 배포하고, 회사가 정한 메이크업, 향수, 액세서리 착용 지침을 따르도록 했다.

지침에서는 화장 부위(눈, 입술, 손톱) 별로 사용해야 할 샤넬 제품이나 액세서리 착용 방법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었다.

샤넬코리아는 지침에 따라 정해진 제품을 각 백화점 매장 정규직원 수에 맞춰 발송했고, 직원들은 출근 후 매장에 비치된 해당 제품을 이용해 메이크업을 하고 매장청소 등 개점 준비를 했다.

한편 직원들과 샤넬코리아 사이의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 취업규칙에서 정한 정규 출근시간은 9시 30분(다만 오전 시차 근무제의 정규 출근시간은 11시) 이었고, 국내 백화점 개점 시간은 대부분 10시 30분이다. 직원들은 백화점 오픈시간 10분 전까지 매장에서 대기해야 한다.

샤넬코리아 직원들은 “정규 근무시간은 09시 30분부터 18시 30분까지인데, 회사는 직원들에게 9시까지 조기 출근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과 액세서리 착용 등을 9시 30분까지 완료하도록 지시했다”며 “지침에 따라 메이크업과 복장 상태를 갖추는 시간은, 사용자의 지시에 의해 근로계약상 본래 업무수행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필수불가결한 행위에 대한 시간으로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의 직원 335명은 “따라서 회사는 직원들이 조기 출근해 제공한 연장근로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회사는 “직원들에게 정규 근로시간 30분 전에 조기 출근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과 액세서리 착용 등을 09:30까지 완료하라고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직원들에게 09:30부터 10:30까지의 1시간을 메이크업을 포함한 매장 개점 준비시간으로 정하고 이를 근로시간에 포함해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개점 준비시간으로 1시간은 충분한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재판장 최형표 부장판사)는 11월 7일 샤넬코리아 판매 직원 33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2017가합562931)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며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리테일 매니저로 근무하는 A차장이 2015년 7월 작성한 ‘매장 관리 매뉴얼’ 교육 자료에는 ‘현재 적지 않은 수의 카운터 매니저들은 9시 30분이라는 시간에 강박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맞추어 출근하고 있습니다. 시차로 출근하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9시 30분보다, 또는 11시 보다 20~30분 더 일찍 출근하는 것이 아까운가요?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지나요?’라고 기재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원고들 일부는 2017년 1월 리테일 매니저 B차장에게 ‘차장님, 출근 보고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등 출근 사실을 알리는 취지의 카카오톡 문자를 오전 9시 이전에 여러 차례 발송한 사실과 다수의 백화점 CCTV 영상에는 매장의 판매직원들이 09:00 이전에 출근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을 하거나 개점 준비 등을 하는 모습이 촬영돼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인정한 사실들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정규 출근시간 9시 보다 30분 일찍 출근해 09:30까지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 등을 완료할 것을 지시했다거나 원고들이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ㆍ감독 아래 매일 9시경 출근함으로써 근로계약 등에서 정한 출근시간보다 상시적으로 30분씩 조기 출근을 하고 실제 근로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9시를 기준으로 백화점 판매직원들의 근태를 관리하고 30분 조기 출근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가했다는 정황들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9시 30분보다, 또는 11시보다 2~30분 더 일찍 출근하는 것이 아까운가요?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지나요?’라는 문구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상시적으로 30분 일찍 출근해 09:30까지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 등을 마칠 것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이 사건 청구기간 중 거의 모든 근무일마다 정규 출근시간인 09:30 보다 30분 이른 9시경 출근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출퇴근 기록은 남아있지 않고, 원고들이 제출한 매장의 CCTV 영상이나 교통카드 사용내역 등은 모두 소 제기 이후에 촬영되거나 수집된 것들이며, 원고들의 주장과 달리 일부 백화점 매장의 CCTV 영상에서는 9시경 조기출근 여부가 확인되지 않기도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백화점 내 매장에 출근한 이후 개점 준비(환복, 휘장 걷기, 컴퓨터 시스템 로그인), 그루밍(메이크업 등), 매장 청소, 백화점 행사참여 등의 업무를 모두 수행하는 데에 총 90분 내지 10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주장하나,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 등을 포함해 개점 준비를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1시간을 초과해 30분의 조기출근이 불가피하다거나, 원고들이 조기 출근한 9시 이후부터 정규 출근시간인 09:30경까지의 시간을 자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원고들이 청구기간의 거의 모든 근무일마다 매일 30분씩 조기출근을 해 피고에게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실제로 제공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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