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OO대학교 기숙사에서 퇴관 대상자를 일부 익명 처리해 공고한 것과 관련, 해당 대학 총장에게 “향후 기숙사 입소생에 대한 강제퇴관 조치 시 강제퇴관 사례를 공고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OO대학교 2학년 A씨는 2017년 2월 학교 기숙사에 입소했다. 그런데 3월 기숙사 비상계단에서 흡연을 하다 기숙사 사감에게 적발됐다. 이후 벌점이 누적돼 기준벌점 100점을 초과하자 대학 측은 A씨에게 강제퇴관 조치를 했다.

그런데 대학은 A씨를 강제퇴관 조치하면서 엘리베이터 등에 “강제퇴관 공고, 8층 이⁕⁕ 생활관생, 흡연 및 비상문 임의개방, 벌점초과(100점)을 하여 생활관 운영규정에 의거 강제퇴관 조치를 취함”이라는 내용의 공고문을 게재했다.

A씨는 “다른 학생들이 위 공고문을 사진으로 찍어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리면서 ‘이건 너 미래야’ 등의 댓글을 주고받는 것을 보게 되었고 수치심을 느꼈다. 그 무렵 강제퇴관 조치를 받은 기숙사 입소생은 피해자뿐이라 이름이 익명으로 게재되더라도 일부 학생은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상황인데 위와 같이 강제퇴관 조치를 공개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인격권 침해이다”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기숙사 내 엘리베이터와 게시판에 강제퇴관 조치사항을 게시함으로써, 기숙사 생활관생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공정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또 “공고를 본 다른 학생들이 기숙사 공실 입소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위원장 이경숙)는 “우선 기숙사 입소생들의 생활규정 위반에 대한 유사사례의 재발을 방지한다는 목적과 관련, 기숙사 입소생들은 위 공고문을 보면서 흡연 등에 대한 벌점제도의 존재 등을 상기하고, 규정 위반행위가 적발되어 벌점이 누적되면 기숙사에서 강제로 퇴관될 수 있다는 점을 숙지함으로써, 기숙사에서 계속 생활하기 위해서는 규정을 위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므로 그 수단은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이** 생활관생’과 같이 피해자의 성명 일부를 익명처리 하더라도, 기숙사라는 한정된 공간은 여러 학생이 함께 생활을 해 교우관계를 통해 쉽게 정보 습득을 할 수 있는 환경이므로, 2017년 4월이라는 공고 일자와 피해자 퇴관일 간의 시간적 접근성, 기숙사 8층이라는 공간적 접근성, 이**이라는 성명 일부에 대한 정보를 결합하면, 그 범위를 한정할 수 있게 돼 다수의 학생들이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봤다.

이어 “이 공고로 인해 피해자가 공개하기를 원하지 않는 정보의 공개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판이나 명예에 불리한 영향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한 실제로 다른 학생들이 강제퇴관 공고문을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장난으로 서로 댓글을 주고받았는데, 이러한 댓글에는 피해자가 기숙사 규칙을 위반해 강제 퇴관되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었다”며 “즉, 기숙사와 대학교라는 공동체 내에서 피해자에 대한 강제퇴관 공고로 인해 피해자의 사회적 평판이나 명예가 저하되고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기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반면 피진정인은 특정인의 강제퇴관을 공고하지 않아도 부정기적 혹은 정기적으로 퇴관 사례를 기숙사 입소생들에게 공개하거나, 생활관 오리엔테이션에서 관련 규정을 안내하면서 일정기간 동안 발생했던 강제퇴관 사례를 소개하는 등의 다른 방법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었으므로 피진정인(대학)의 행위는 피해의 최소성에 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1 ~ 6층에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엘리베이터의 공고를 보고 기숙사의 공실을 인지하고 입소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함이 목적이라는 피진정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기숙사 공실 알림 공고를 하는 것이 적절하고, 강제퇴관을 공고하면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수단이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인권위는 “학교가 비록 강제퇴관 대상자 이름 일부를 익명처리 했다고 하더라도 기숙사 퇴관사유 및 퇴관조치를 엘리베이터 등에 공고한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피해자의 인격권 침해라고 판단하고, 해당 대학교 총장에게 향후 기숙사 입소생에 대한 강제퇴관 조치 시 해당 강제퇴관 사례를 공고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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