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대법원이 의학적으로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뚜렛증후군’도 장애인복지법을 적용받는 장애인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뚜렛증후군이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의 15가지 장애인 유형에 규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등록신청을 거부한 행정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장애인등록 판단 기준의 폭을 넓혀준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따라서 장애인등록신청을 판정하는 행정청과 유사한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 따르면 A씨(20대)는 운동 틱과 음성 틱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뚜렛증후군’으로 인해 초등학교 6학년 이후로 평범한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을 유지하지 못한 채 주위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로 생활해 왔다.

13살 때 틱 진단을 받은 A씨는 10년 넘게 유명 대학병원들에서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면서 점차 약의 복용량을 늘렸음에도 증상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A씨는 앉아서 일을 할 수도 다른 사람과 정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도 없다.

A씨는 뿐만 아니라 폐쇄된 공간에서는 그 증상이 더욱 심해져 자가용을 타고 장시간 이동조차 할 수 없는 등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아왔다.

‘뚜렛증후군’(Tourette's Disorder)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나 목, 어깨, 몸통 등의 신체 일부분을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운동 틱’과 이상한 소리를 내는 ‘음성 틱’ 두 가지 증상이 모두 나타나며, 전체적으로 증상을 보유한 기간이 1년이 넘는 질병을 말하는데, 의학적으로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A씨가 2014년 거주지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 양평군에 장애인등록신청을 했다.

그런데 양평군은 A씨가 가진 뚜렛증후군 장애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조항의 15개 장애 유형에 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A씨의 장애인등록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을 했다.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은 장애인복지법을 적용받는 장애인으로 15가지 종류의 장애에 해당하는 자(지체장애인, 뇌병변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정신장애인, 신장장애인, 심장장애인, 호흡기장애인, 간장애인, 안면장애인, 장루․요루장애인, 뇌전증장애인)를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령에 따라 장애인등록을 하면, 장애수당 등 복지급여의 지급, 자동차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A씨가 양평군의 처분에 불복해 반려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인 수원지방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오민석 부장판사)는 2015년 12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일정한 종류와 기준에 해당하는 장애인을 장애인복지법의 적용 대상으로 삼아 우선적으로 보호하도록 하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고,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의 내용 자체가 합리성과 타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볼만한 사정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A씨가 항소했고,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이균용 부장판사)는 2016년 8월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장애인등록거부처분을 취소한 것이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청사

그러자 양평군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지난 10월 31일 A씨가 양평군수를 상대로 낸 반려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2016두50907)에서 양평군의 상고를 기각하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입법기술상 모법(장애인복지법)이 정한 장애의 종류 및 기준에 부합하는 모든 장애를 빠짐없이 시행령에 규정할 수는 없다”며 “그러므로 시행령 조항은 위임조항의 취지에 따라 모법의 장애인에 관한 정의규정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가능한 범위 내에서 15가지 종류의 장애인을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이를 한정적인 열거규정으로 해석한다면, 모법 규정의 내용과 취지상 법적 보호가 필요함이 분명하게 인정되는 장애인임에도 단순히 시행령 조항에 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복지법의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는 규정이 돼 곧바로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게 되며,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새로운 장애의 유형이 생길 때마다 구체적 규정을 두지 않은 시행령 규정을 계속해 무효로 선언해야 돼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어느 특정한 장애가 시행령 조항에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서 정한 장애인에 해당함이 분명할 뿐 아니라, 시행령 조항이 그 장애를 장애인복지법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전제가 아닌 단순한 행정입법의 미비가 있을 뿐이라고 보이는 경우에는, 행정청은 그 장애가 시행령에 규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등록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경우 행정청으로서는 시행령 조항 중 해당 장애와 가장 유사한 장애의 유형에 관한 규정을 찾아 유추 적용함으로써 시행령 조항을 최대한 모법의 취지와 평등원칙에 부합하도록 운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원고는 뚜렛증후군이라는 내부기관의 장애 또는 정신 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에 해당함이 분명하므로, 장애인복지법을 적용받는 장애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뚜렛증후군은, 자신도 모르게 발작이 일어나거나 행동의 변화가 생기는 등 그 증상과 협조적인 대인관계가 곤란하다는 점 등에서는 ‘뇌전증장애’와 유사한 측면이 있고(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정신적 장애로 분류되고 사회적응 및 사회복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는 ‘정신장애(정신분열, 반복성 우울장애)’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고 봤다.

재판부는 “여기에 원고의 장애 정도나 사회생활 등에서의 제약과 이 시행령 조항이 구체적으로 규정한 각 장애를 고려해 보면, 시행령 조항이 원고가 가진 장애를 장애인복지법의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취지라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행정청은 원고의 장애가 시행령 조항에 규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만을 들어 원고의 장애인등록신청을 거부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면서 “피고로서는 시행령 조항 중 원고가 가진 장애와 가장 유사한 종류의 장애 유형에 관한 규정을 유추 적용해 원고에게 장애등급을 부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이 사건 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다”며 “거기에 장애인복지법 제2조 및 시행령 조항의 해석ㆍ적용, 평등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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