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전국에 자전거도로가 설치되고, 취미나 운동으로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며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주목해야 할 판결이 나왔다.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때 두 사람이 나란히 진행하는 ‘병렬주행’을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사고가 난 경우 안전거리 미확보 등 주의의무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8월 B씨(여)와 함께 자전거전용도로에서 자전거를 탔다. 그런데 A씨는 B씨의 자전거와 속도를 맞춰 나란히 운영하다가 B씨가 운전미숙으로 갑자기 A씨가 운행하는 자전거의 전방으로 진입하자 이를 피해자 못하고 충돌했다.

이 사고로 B씨가 넘어졌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B씨는 열흘 뒤 뇌출혈과 및 뇌부종에 의한 심폐정지로 사망했다.

검찰은 “A씨는 피해자의 자전거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안전거리를 두고 운행해야 하고, 나란히 운행해서는 안 되는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며 재판에 넘겼다.

A씨와 변호인은 “자전거도로는 도로교통법상 ‘차도’와 관련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도로교통법상 병렬주행이 허용되고, 병렬주행의 경우 도로교통법상 안전거리 확보 의무와 관련된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며 “나아가 이 사고는 피해자가 갑자기 피고인의 진행방향에 진입해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는 업무상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울산지방법원 형사5단독 이상엽 판사는 최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이상엽 판사는 “자전거도로 또한 도로교통법에서 정의한 ‘도로’의 개념에 포함되는 것으로서 도로교통법의 ‘도로’에 관련된 규정의 적용을 받으며, 도로교통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차도’, ‘차로’, ‘차선’의 개념은 모두 자전거도로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도로교통법 제13조의2 5항은 ‘자전거의 운전자는 안전표지로 통행이 허용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2대 이상이 나란히 차도를 통행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자전거의 운전자가 자전거도로를 진행함에 있어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상엽 판사는 “피고인은 단일한 차로만이 설치된 자전거도로에서 피해자와 나란히 주행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은 도로교통법상 규정된 병렬주행 금지 규정을 위반해 자전거를 운행한 과실이 있다”며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이 자전거도로는 단일한 차로만이 설치돼 있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병렬주행을 할 수 없다”며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해자의 자전거 운전 실력은 아직 서툰 편이어서 돌발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자와 병렬주행을 했다는 것인데, 피고인은 당연히 피해자의 자전거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안전거리를 두고 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준수했을 경우 피고인이 사고를 충분히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했으므로, 비록 사고의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도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가 전적으로 면제되거나 피고인에게 사고로 인한 결과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양형과 관련해 이상엽 판사는 “피고인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기에 급급한 점, 피고인이 현재까지 피해자 유족과 합의하지 못한 점은 피고인에 불리한 정상”이라면서도 “다만 이 사고에 피해자의 과실이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에 비해 큰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초범인 점, 피고인이 사고와 관련해 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유리한 정상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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