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동거생활을 4년 했고 아이들이 어머니라고 불렀으나 별거상태인 남녀에게 법원은 사실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양가 가족 간에 상견례를 하거나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고, 혼인신고에 아무런 장애가 없었음에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등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해서다.

법원에 따르면 A(남)씨와 B(여)씨는 2014년 2월 알게 됐다. A씨에게는 이혼한 배우자 사이에 자녀 2명이 있었고, B씨에게는 이혼한 배우자 사이에 자녀 1명이 있었다.

A씨는 2014년 3월 B씨 소유의 토지에 주택을 짓는 공사를 담당하게 됐고, 둘은 그 무렵부터 B씨 소유인 아파트에서 동거했다. B씨는 A씨의 가족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A씨는 2014년 10월 B씨의 주택을 완공했고, 두 사람은 그 무렵부터 자녀들과 함께 이 주택에서 생활했다. B씨는 A씨를 여보라고 불렀고, A씨의 아이들은 B씨를 어머니라고 불렀다.

그런데 두 사람은 2014년 10월경부터 불화가 있었고, 2016년경부터 각방을 사용했다. 그러다 B씨가 2018년 2월 집을 나갔고, 두 사람은 현재까지 별거하고 있다.

A씨는 “B씨와 2014년 3월경부터 2018년 2월경까지 사실혼관계를 유지했는데, B씨의 귀책사유로 사실혼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으므로,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부산가정법원 제1가사부(재판장 박원근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위자료 등 청구소송을 기각하며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사실혼관계의 성립 여부를 살펴봤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가 4년 정도 동거생활을 했고, 원고의 아들들이 피고를 어머니라고 부르고 피고가 원고를 여보라고 부른 사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혼인의사의 합치가 있다거나,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와 피고는 양가 가족 간에 상견례를 치르거나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고, 동거기간 중 혼인신고에 아무런 장애가 없었음에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원고와 피고는 주택 건축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동거를 시작했을 뿐, 향후 생활비 조달 방법, 가사 등 역할분담, 전혼 자녀들과의 관계 등 혼인관계의 전제가 되는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하지도 않았다.

또 피고는 자신의 가족들에게 원고를 소개하지 않았고, 원고는 피고의 딸과 별다른 교류를 하지 않았다. 원고와 피고는 원고의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외에는 서로의 가족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는 서로의 직업과 소득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별다른 재산증식 활동을 하지 않았다. 원고와 피고는 피고의 신용카드와 은행계좌를 통해 모든 생활비를 사용하고 원고가 이를 다시 입금하는 방식으로 생활했다”며 “이는 일반적인 부부의 경제적 결합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는 동거한지 7개월 만에 불화를 겪고, 동거한지 2년이 된 2016년경부터 각방을 사용했으므로, 둘 사이에 계속 안정적인 생활공동체가 형성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따라서 원고와 피고가 사실혼 관계에 있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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