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 한상희, 김명수 대법원장에 “판결문 공개 더 이상 늦출 일 아냐”
헌법학자 한상희, 김명수 대법원장에 “판결문 공개 더 이상 늦출 일 아냐”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9.11.02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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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신종철 기자] 헌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와 같이 최극단의 수준으로 위축된 판결문공개제도는, 사법의 민주화 측면에서도, 판결의 공개주의라는 헌법명령의 측면에서도 결코 정당화되지 않는, 법원의 자의적ㆍ획일적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교수는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판결문공개는 더 이상 늦출 일이 아니다”면서, 국회에는 “판결문 공개를 위한 법률 제정의 의지가 절실한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한상희 교수
한상희 교수

지난 10월 25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는 ‘판결문 공개 확대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법원행정처에서 후원했다.

좌측부터 백상준 국회 입법조사관, 이승윤 법률신문 기자, 이담 변협 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금태섭 의원, 이용재 변호사, 송오섭 판사, 김숙정 변호사, 손지원 변호사<br>
좌측부터 백상준 국회 입법조사관, 이승윤 법률신문 기자, 이담 변협 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금태섭 의원, 이용재 변호사, 송오섭 판사, 김숙정 변호사, 손지원 변호사<br>

토론회 사회는 금태섭 의원실 이백휴 보좌관(법학박사)이 맡았다. 좌장은 이담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이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금태섭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축사를 했다.

좌측부터 이찬희 변협회장, 금태섭 의원, 이담 변협 부협회장
좌측부터 이찬희 변협회장, 금태섭 의원, 이담 변협 부협회장

이날 발제자인 이용재 변호사(산건 법률사무소)가 ‘현행 판결문 공개제도 검토’에 대해서, 또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으로 근무했던 송오섭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 판사가 ‘판결서 열람 검색제도 개선을 위한 몇 가지 고려사항’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발제자 이용재 변호사와 송오섭 판사

토론자로는 손지원 변호사(오프넷), 김숙정 변호사(법무법인 LKB파트너스), 이승윤 법률신문 기자, 백상준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참여했다.

토론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바쁜 일정으로 토론회에 잠시 들렀다가 갔다. 그래도 한 교수의 토론문을 사법부와 국회가 경청할 부분이 있어 토론문을 정리했다.

한상희 교수
한상희 교수

토론문에서 한상희 교수는 “법원의 판결문을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우리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는 경우 심리를 공해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예외를 두고 있다”며 “즉, 심리는 예외적인 경우에 비공개로 할 수 있을지나, 판결은 그 확정 여부와 관계없이 그리고 예외 없이 공개토록 강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판결의 공개제도는 재판의 당사자 만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개’라는 말 자체가 불특정 다수의 정보접근성을 의미한다”며 “그래서 그것은 다시 국민의 알 권리의 문제로 전이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의, 국민에 대한 설명의 의무의 이행문제로 연결되고, 이것은 전체로서의 사법체계가 보다 민주적이고 책무적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한 중요한 단초를 이루게 된다”고 봤다.

한상희 교수는 “하지만 그간의 우리 사법현실은 이러한 헌법명령으로부터 너무도 멀리 벗어나 있었다”며 “그동안 법원이 자발적으로 판결문을 일반 국민에게 공개한 것은 아주 예외적인 소수의 사건에 한정돼 있었고, 그나마도 일반인이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보여주기로 결정한 사건에만 일반인들이 접근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그러다가 2011년 7월 민사소송법ㆍ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2015년 1월부터 확정된 판결에 한하여 법원이 익명화조치를 완료한 후에야 조금씩 공개됐다”며 “물론 그것도 온라인 등 손쉬운 방법이 아니라, 법원도서관에서 사건번호 중심의 한정된 검색과 신청의 절차를 거치고 한 건당 1000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만 겨우 원하는 사건을 열람할 수 있는 가장 저급한 수준의 물리적ㆍ공간적ㆍ심리적ㆍ경제적 장벽을 쌓아 두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명수 대법원장체제가 들어서면서 이런 제한적이고 통제일변도의 판결문공개제도는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다”며 “임의어 검색이 가능하며 하나의 통합된 경로를 통해 다양한 법원의 판결들을 검색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두었다”고 말했다.

한상희 교수는 “하지만, 그 수준은 헌법의 공개명령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준하는 수준의 접근성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여전히 과도한 부담(undue burden)의 장벽은 남아 있다”며 “오로지 확정된 판결만이 검색ㆍ조회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며, 그나마도 2013년 이전에 확정된 형사판결이나 2015년 이전에 확정된 민사ㆍ행정판결 등은 여전히 종래의 방식에 준하는 절차를 경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또 비용부담 역시 잔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 번에 열람가능한 판결수도 5건으로 통제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현재의 수준에서 보자면 절반의 판결문공개제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 실태는 현저한 개선 수준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보유한 정보에 대한 국민의 접근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우선 판결문 공개를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판결서’에만 한정하고 있는 현행 민사소송법 제163조의2 제1항부터 위헌의 논란을 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상희 교수는 “우리 헌법 제109조는 ‘판결’의 공개를 명하고 있지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판결’만의 공개를 명하고 있지는 않다”며 “헌법 제109조에서 일반국민들은 판결문에 접근할 권리가 파생돼 나온다고 본다면, 민소법 규정은 별다른 근거도 없이 국민의 파생적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 셈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더구나 그 확정판결문조차도 확정시기에 따라 ‘인터넷, 그 밖의 전산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한 전자적 방법 등으로 열람 및 복사할 수 있다’라는 법률규정의 공개방법을 벗어나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방법으로만 공개되는 것 역시 법률위반이라 할 수 있다”며 “분명히 법률에서는 ‘인터넷’을 규정하고 있고, 이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개방된 통신시스템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실제 어떻게 보더라도 현재와 같이 최극단의 수준으로 위축된 판결문공개제도는 더 이상 존재할 여지가 없다”며 “그것은 사법의 민주화라는 측면에서도, 판결의 공개주의라는 헌법명령의 측면에서도 결코 정당화되지 않는, 법원의 자의적ㆍ획일적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상희 교수는 “물론 판결문에 기재된 개인정보의 문제나 영업비밀의 문제는 나름 고민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판결문의 일반공개를 가로막는 이유는 결코 되지 못한다”며 “‘비실명’ 처리의 방식이든 재판과정에서 당사자의 성명을 가명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든, 나름의 아이디어와 어느 정도의 투자를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가능성을 열어나가는 것이 사법개혁의 요체가 돼 있다. 판결문공개는 그 가장 기본적인 단초를 마련한다”며 “그것이 있어야, 그리고 그것을 통해야만 시민사회의 법적 수요들이 민주적이고 효과적으로 사법과정에 수용될 수 있고 또 그 결과로써 시민사회의 법감정과 정의 의식이 판결로써 제대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한상희 교수는 그러면서 “더 이상 늦출 일이 아니다”며 “법원은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입장에서 사법과정이 국민과 함께 그리고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구성되고 또 운영될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아울러 판결문의 공개는 일반적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체제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며 “국민의 알권리의 보장이라는 차원 이상으로 법과 사법작용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를 구성하고 민주적인 사법의 틀을 구축하는 출발선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교수는 “이 점에서 판결문의 공개를 위한 법률의 제정은 공공기간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국회 또한 이 입법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며 “법원과 함께, 입법자의 의지가 새삼 절실한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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