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버스에서 레깅스 바지를 입고 있는 여성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휴대폰으로 몰래 동영상 촬영한 피고인에게 1심은 유죄로 판단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임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넘어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여기에는 피해 여성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한 점도 작용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버스에 승차하고 있던 피해자(여성)가 하차를 위해 버스 단말기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 기능을 이용해 레깅스 바지를 입고 있는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8초 동안 몰래 동영상 촬영했다.

A씨는 현장에서 걸려 경찰에 검거됐다. 검찰은 “A씨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1심인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2018년 11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유무죄 판단은 1심과 달랐다.

의정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오원찬 부장판사)는 10월 24일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2016년 1월 내려진 대법원 판례(2015도16851)를 언급했다.

대법원은 “촬영한 부위가 ‘성적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하는지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되는지를 고려함과 아울러,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등은 물론,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 장소와 촬영 각도 및 촬영 거리,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ㆍ개별적ㆍ상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법리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촬영한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성폭력범죄처벌 특례법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결국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원심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에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관한 법리 내지 사실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무죄로 판단한 이유는 이렇다.

동영상 촬영 당시 피해자는 엉덩이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다소 헐렁한 어두운 회색의 운동복 상의를 입고 있었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정색 레깅스 하의에 운동화를 신고 있어 외부로 직접 노출되는 피해자의 신체 부위는 목 윗 부분과 손, 그리고 레깅스 끝단과 운동화 사이의 발목 부분이 전부였다.

또 동영상 촬영 당시 피해자는 버스에서 하차하기 위해 뒤쪽 출입문 옆에 서 있었고, 피고인은 위 출입문의 맞은편 좌석에서 피해자의 뒷모습을 촬영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상반신부터 발끝까지 전체적인 피해자의 우측 후방 모습을 촬영했는데, 특별히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를 확대하거나 부각시켜 촬영하지는 않았다.

이 동영상은 피고인이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서 있는 피해자의 뒤에서 피해자 몰래 촬영한 것이기는 하나, 피고인은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이 아닌 사람의 시야에 통상적으로 비춰지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당시 입고 있던 레깅스는, 피해자와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 사이에서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고, 피해자 역시 위와 같은 옷차림으로 대중교통에 탑승해 이동했다”며 “따라서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때 유행하였던 몸에 딱 붙는 청바지(이른바 스키니진)는 피해자가 입고 있던 레깅스와 소재의 색깔이나 질감에서 차이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 신체에 밀착해 몸매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고 봤다.

피해자는 경찰조사에서 당시 심정에 대해 “기분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왜 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임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피해자의 진술이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넘어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 후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한편, 피고인의 휴대전화는 압수돼 디지털분석 대상이 됐는데, 그 결과 추가로 입건된 영상은 없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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