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경찰청장에게 경찰관은 불심검문 시 정복을 착용했더라도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업무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불심검문을 실시하는 경찰관이 정복을 착용했을 경우 신분증 제시 의무가 없다는 잘못된 해석이 다수 경찰관들에게 전파되고 있다고 봐서다.

일명 ‘거리의 악사’로 활동하는 진정인 A씨는 자신의 색소폰 연주에 대해 인근소란 행위로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불심검문을 하면서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인권침해라고 진정했다.

A씨는 역 주변 등지에서 색소폰을 연주했고, 색소폰 케이스에는 시민들이 던져준 돈이 들어 있었다. A씨의 행위로 인해 인근소란, 구걸행위 등의 112신고가 접수돼 경찰관들이 수회 출동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진정인을 불심검문한 경찰관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으나, 경찰관들이 정복을 착용했다는 이유로 신분증 제시 요구에 응하지 않은 다수의 사례가 확인됐다.

경찰관들은 “당시 경찰 제복을 입고 있었고, 소속 및 성명을 밝히고, 도로 앞에 112순찰차를 주차한 상태로 진정인이 충분히 경찰관의 공무집행임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는 경찰관이 불심검문할 경우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질문의 목적과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고, 동법 시행령 제5조는 위 증표를 국가경찰공무원의 공무원증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의 신분증 제시 의무에 대해 대법원은 2004년 10월 “신분증 제시는 검문 행위가 정당한 경찰활동임을 피검문자에게 알리는 기능을 하는 데에 있으므로, 정복을 입은 경찰관의 경우에는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검문의 목적과 이유를 설명했다면 그 검문은 정당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2004도4029판결) 했다.

또한 대법원은 지난 2014년 12월 “불심검문을 하게 된 경위, 불심검문 당시의 현장상황과 검문을 하는 경찰관들의 복장, 피고인이 공무원증 제시나 신분 확인을 요구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문하는 사람이 경찰관이고 검문하는 이유가 범죄행위에 관한 것임을 피고인이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 불심검문이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2014도7976)한 바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 전원위원회는 위 대법원 판결이 정복을 입은 경찰관의 불심검문 시 신분증 제시의무가 해제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기존 결정례의 판단을 재확인 했다.

인권위는 “경찰관이 불심검문 시 신분을 밝히도록 한 것은 경찰관에게는 자신의 검문행위가 정당한 경찰활동임을 피검문자에게 알리기 위한 것인 한편, 경찰관 자신의 행위가 불법일 경우 피검문자에게 이후 책임을 물을 대상을 명확히 밝히고, 검문의 목적과 이유를 고지함으로써 피검문자가 질문내용을 이해하고 방어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해주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특히 검문을 행하는 경찰관의 소속과 성명은 신분증 제시를 함으로써 확인이 가능하고, 검문철차의 준수 여부에 대한 오해나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검문 전 신분증 제시는 최소 불가결한 절차”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대법원 판결에 따르더라도 경찰관 정복 착용 여부 외에 불심검문의 경위, 현장상황, 피검문자의 공무원증 제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점 등을 살펴볼 때 단순히 신분증 제시의무가 정복 착용만을 이유로 해제되지 않는다”고 봤다.

인권위는 “형사저랓상의 잘못된 해석이 대다수의 경찰관들에게 전파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찰관이 불심검문을 실시할 때 비록 정복을 착용했더라도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그 관행의 개선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불심검문을 실시하는 경찰관이 정복을 착용했을지라도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업무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해당 경찰서장에게 향후 유사한 사례의 재발방지를 위해 소속 직원들에게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로리더 신혜정 기자 shin@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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