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검사 출신 김숙정 변호사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는 헌법 제109조 이념인 재판권 행사에 대한 국민의 통제는, 국민이 판결문 공개를 통해 판결 이유를 알 수 있어야 가능할 수 있다”며 “재판의 결과 즉 판결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바로 ‘판결문 공개’가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김숙정 변호사는 특히 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비공식인 창구인 법원 내부의 인적네트워크를 통해 ‘미확정 실명 판결문’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전관예우가 성행한다고 공론화해 눈길을 끌었다.

김숙정 변호사
김숙정 변호사

지난 10월 25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는 ‘판결문 공개 확대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법원행정처에서 후원했다.

토론회 사회는 금태섭 의원실 이백휴 보좌관(법학박사)이 맡았다. 좌장은 이담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이 진행했다.

좌측부터 백상준 국회 입법조사관, 이승윤 법률신문 기자, 이담 변협 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금태섭 의원, 이용재 변호사, 송오섭 판사, 김숙정 변호사, 손지원 변호사<br>
좌측부터 백상준 국회 입법조사관, 이승윤 법률신문 기자, 이담 변협 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금태섭 의원, 이용재 변호사, 송오섭 판사, 김숙정 변호사, 손지원 변호사

금태섭 의원은 2017년 2월 판결문 비실명화를 필요한 상황으로만 제한하고, 기본적으로는 모든 판결문을 비실명화 처리 없이 전면 공개하기 위한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누구든지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판결문의 열람 및 복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열람 및 복사가 허용된 판결문은 판결문에 기재된 문자열ㆍ숫자열이 검색어로 기능할 수 있도록 기계 판독이 가능한 형태로 제공되도록 하고, 법원공무원 등의 고의ㆍ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판결문 열람 및 복사와 관련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날 이용재 변호사(산건 법률사무소)가 ‘현행 판결문 공개제도 검토’에 대해서, 또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으로 일했던 송오섭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 판사가 ‘판결서 열람 검색제도 개선을 위한 몇 가지 고려사항’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토론자로는 손지원 변호사(오프넷), 김숙정 변호사(법무법인 LKB파트너스), 이승윤 법률신문 기자, 백상준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참여했다. 토론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바쁜 일정으로 토론회에 잠시 들렀다가 갔다.

이 자리에서 금태섭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축사를 했다.

토론자로 나온 김숙정 변호사는 “대법원은 ‘대한민국 법원 종합법률정보’ 사이트를 통해 이른바 ‘선례적 가치가 있는 판결’들을 올리고 있는데, 금태섭 의원은 작년에 전체 대법원 판결의 3.2%, 각급 법원 판결의 0.003%만이 이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변호사는 금태섭 의원에 대해 “소신발언의 아이콘”이라고 불러 금 의원을 미소짓게 했다.

김숙정 변호사는 “이런 문제 때문에 올해부터 생기게 된 ‘대한민국 법원 대국민서비스’에서 제공하는 ‘판결서 인터넷 열람제도’가 있다. 그런데 판결검색에 600자 밖에 볼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판결서 방문 열람 제도’도 짚었다. 이는 대법원 도서관을 직접 방문해 판결서를 열람하고 사건번호를 메모한 후 판결문 사본 제공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김 변호사는 “이것은 2주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대상자도 법조인이나 교수, 연구기관 등 승인을 얻은 자만 이용할 수 있는 제한적인 문제가 있고, 또 판결문을 검색 열람만 할 수 있고 복사는 불가하다. 현재 4대의 PC만 이용할 수 있어 상당히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더군다나 어렵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예약을 해서 (법원도서관 판결정보 특별열람실에) 갔는데, 이용시간이 1시간 30분으로 제한돼 문제로 지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법원 도서관 업무담당자가 신청자의 검색 열람 신청을 승인한 경우, 신청자에게 검색 열람을 할 일시 및 장소를 통지한다. 승인을 받은 신청자는 법원도서관 판결정보 특별열람실에서 검색 열람이 가능하나 이용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제한된다.

이와 함께 판결서 사본제공신청 제도도 ‘사건번호’를 아는 경우에 한해 이용 가능한 점도 지적했다.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판결을 내린 법원과 사건번호를 알아야 하고, 판결서 사본을 신청하면 2주 정도 시간이 소요되고, 수수료 1000원을 내야 한다.

김숙정 변호사는 “공개재판주의와 판결문 공개제도에 대해 헌법학자들의 말씀을 경청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토론하는 김숙정 변호사
토론하는 김숙정 변호사

김 변호사는 헌법 제109조의 존재 이유에 대해 “헌법학자들은 대체로 여론의 감시 하에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소송당사자의 인권을 보장하며, 나아가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여론의 감시 하에 사법권의 남용을 방지하고자 한다는 주장을 경청해 보라”고 짚었다.

그는 헌법이 선언하는 ‘심리와 판결의 공개’는 4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법정에 직접 가서 물리적 방청을 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의미일 수 있고, ▲재판과정의 촬영 방송을 통한 외부공개를 의미할 수도 있고, ▲재판 결과(판결내용)의 외부공개를 의미할 수도 있으며, ▲재판기록의 외부공개를 의미할 수도 있다.

김숙정 변호사는 그러면서 “재판의 결과 즉 판결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바로 ‘판결문 공개’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숙정 변호사
김숙정 변호사

김 변호사는 “판결 선고 법정을 일반인에게 열어두고 선고를 청취하게 하더라도, 법원은 판결주문 낭독 외에는 아주 간단한 판결 이유를 구술할 뿐이어서, 판결 이유를 청취와 동시에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그리고 낭독되는 (재판장의) 판결주문조차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법정의 공개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숙정 변호사는 그러면서 “헌법 제109조의 이념인 재판권 행사에 대한 국민의 통제는, 국민이 판결문 공개를 통해 판결 이유를 알 수 있어야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토론회 시작할 때 이찬희 변협회장님이 말씀하신 ‘납득할 수 있는 재판’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판결문 입수에 있어 올해부터 확대됐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불평등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사의 경우 2015년 1월 이후 확정된 판결만이, 형사의 경우 2013년 1월 이후 확정된 판결만이 인터넷 열람제도로 열람할 수 있는데, 이 기준 시점 이전에 확정된 판결문하고 미확정 판결문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불편하게 법원도서관 특별창구를 이용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법원도서관 특별창구를 방문해 판결문 방문열람제도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김 변호사는 “방문열람제도는 시간 및 장소적인 제약, 대상자의 제한 등 이용 가능한 인원이 극소수로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숙정 변호사는 “이것 때문에 공식적인 창구 말고, 비공식적인 창구인 일부 전관 출신 변호사들은 친분 있는 (법원) 내부 인적네트워크를 통해서 ‘미확정 실명 판결문’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판결문 입수에 있어서도 여전히 전관예우가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 변호사는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변호사들은 사실 업체를 통해 판결문을 구입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설 법률정보 사이트 이용료는 한 달에 10만원 정도로, 판결문 제공횟수나 이용기간을 기준으로 요금을 받는데, 사건에서 승소한 변호사들이 판결문을 비실명화한 뒤 이를 해당 사이트에 올리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숙정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문 검색 서비스는 매 판결당 10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판결문 검색 시 600자로 제한되는 간략한 요지만 볼 수 있어서 내가 원하는 적합한 판결문을 찾기 위해서는 수십 건을 결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조정, 사법개혁의 거대한 담론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지만, 법원과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정보를 어떻게 경찰과 공유할 것인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봤다.

그는 “판결문 공개제도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결국 법원과 검찰 어느 쪽이든 수사를 하는 일부 경찰에게는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비공식인 창구인 법원 내부의 인적네트워크를 통해 판결문을 입수한다는 전관예우 지적에 대해 송오섭 판사(전 사법지원심의관)는 “판결문 입수에 전관예우 문제를 지적해 주셨는데, 그것은 법원에서는 공식적으로 ‘안 된다’고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그렇게 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얘기하면 저희들이 많이 반성하고, 그렇게 하지 않도록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답변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