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대상에 3200여명의 모든 법관이 포함된 것을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고위법관(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자,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좋은 의견”이라며 주목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1일 대법원, 헌법재판소, 감사원, 법무부, 법제처에 대한 종합질의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이 공수처에 대한 의견을 묻자, 조재연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답변을 이어갔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 사진=대법원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 사진=대법원

조재연 처장은 “사법부는 공수처와 관련해서 기본적으로 국회의 입법사항이니까 국회에서 논의해서 결정할 문제”라며 “다만 이것이 법관들도 (공수처 수사) 대상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에서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고 또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는 이러한 헌법정신이 저해되는 그런 부분에 대한 특별한 유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고 밝혔다.

조 처장은 “법관이 (공수처 수사) 대상으로 돼 있기 때문에 적어도 그 부분에 한해서만 의견을 말씀드린다면 첫째, 재판에 관한 사항이 공수처 수사대상에 포함되느냐, 이 부분이 좀 명확해 져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왜냐하면 재판이라는 것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다. 또 재판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사법부도 물론 과거의 재판에 관해서 반성할 것이 없지 않겠습니다만, 해마다 재판과 관련해서 법관에 대한 진정ㆍ민원이 매우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법관들에 대한 진정ㆍ민원이 2017년의 경우 3600여건, 2018년 4600여건이 된다”며 “그런데 앞으로 공수처가 만약 탄생한다면 재판에 관한 고소ㆍ고발이 공수처에 밀려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조재연 처장은 “그러면 이 부분에 관해서 엄중하게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고소ㆍ고발이 이뤄지면 거기에 대해서 법관들이 설명ㆍ해명ㆍ방어를 해야 한다”며 “그러면 이것은 결과적으로 법관을 위축시키고, 재판 독립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처장은 “법관 개인의 부정부패나 뇌물수수와 같은 것은 (공수처 수사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더라도, 재판에 관한 사안을 (공수처 수사) 대상으로 하느냐는 분명히 해주면 좋겠다”고 짚었다.

그는 “참고로 국가인권위원회법을 보면 입법 사항과 재판 사항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그런 점을 참고해서 앞으로 (공수처 수사대상) 이 부분에 관해서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때 그 점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싶다”고 주문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두 번째로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자가 약 6000~7000명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현재 법관의 정원이 3220여 명이다. (공수처 수사 대상) 전체의 절반 정도가 법관”이라며 “그런데 (공수처) 제목 자체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아니냐. 그러면 모든 법관을 공수처의 수사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과연 필요하고도, 상당한 것인가에 대해 검토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조재연 처장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더라도 재산 공개 대상이나 퇴직 후 취업 제한 등은 고위법관(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에 대해서만 적용한다”며 “그러니까 모든 법관에 대해서 (공수처 수사) 적용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해주십사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처장은 “기왕에 여러 가지 세부 법률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한다고 하니까 (말씀드린다)”며 “(공수처 수사에) 직권남용죄ㆍ직무유기죄ㆍ공무상 기밀누설죄 등이 들어가 있다. 이런 부분도 재판과 관련해 연결시켜 보면 재판을 열심히 한 것이 직권남용죄로 진정 받을 수가 있고, 또 심리의 필요상 관련 사건과의 여러 사정에 의해서 재판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이 경우에 따라서 직무유기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재연 처장은 “그러니까 구체적인 법안 내용을 검토함에 있어서는 이와 같은 부분도 살펴봐 달라. 적어도 사법부 독립, 재판 독립에 대해서는 누구나 부정할 수 없는 공감대가 있지 않으냐”며 “전체 대상자의 반이 모든 법관을 대상자로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검토가 있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자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아주 중요한 말씀을 주셨다”면서 “주무부처라 할 수 있는 법무부차관이 저런 의견을 잘 새겨서 검토해야 될 것이다. 그리고 검사들도 마찬가지로 수사독립, 정치중립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여 위원장은 “기왕에 피감기관 부처의 의견을 듣고 있으니, 감사원장님 의견이 있으면 말씀해 달라”고 요구했고, 최재형 감사원장은 “감사원 입장에서는 공수처법안에 대해 특별한 의견이 없어, 이 자리에서 드린 말씀이 별로 없다”고 했다.

박종문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국감을 받는 입장에서 공수처법이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 어떤 공수처 안이 좋다, 더 낫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그런 형식적인 답변들은 의미가 없다. 공수처법을 만들려고 하는 판인데, 정확한 의견개진을 해주셔야 한다”며 “다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들인데 그냥 형식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표현은 정말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여 위원장은 “워낙 법원행정처장님이 좋은 의견을 주셨기 때문에, 각 피감기관의견을 들어보려고 한 것”이라며 “앞으로 이게 법사위에서 논의되면 제1소위로 갈 것 같다. 그때 각 기관에서 정말 좋은 법안을 만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표명을 달라”고 주문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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