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지하철 리프트 전동휠체어 추락사고…서울교통공사 손해배상책임
법원, 지하철 리프트 전동휠체어 추락사고…서울교통공사 손해배상책임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9.10.1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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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전동휠체어를 타고 지하철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려다 추락하는 사고로 숨진 지체장애인 유족에게 서울교통공사가 1억 3279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추락 사고가 망인의 휠체어 조작 실수가 아닌 리프트 설치 하자의 구조적 문제가 사고 원인이라고 판단해서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체장애인 A씨는 2017년 10월 20일 오전 10시 지하철 신길역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1호선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이동했다. 신길역 환승 구간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환승하기 위해서는 환승통로 계단에 있는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야 했다.

그런데 A씨는 역무원 호출버튼을 누르고 하다가 전동휠체어와 함께 계단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2018년 1월 사망했다.

신길역 이 사건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된 장소
신길역 이 사건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된 장소

A씨는 왼팔의 운동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왼손으로 역무원 호출버튼을 누를 수 없고, 전동휠체어가 멈춘 상태에서 좌석 부분만 회전하는 것도 불가능해, 전동휠체어의 전진ㆍ후진ㆍ회전 등을 반복하다가 계단을 등진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호출버튼을 누르려고 했는데, 호출버튼에 닿지 않자 약간 후진하려다가 계단 아래로 추락했다.

사고 당시 휠체어리프트 배전상자 앞에는 “역직원의 도움이 필요한 고객께서는 호출버튼을 눌러주세요”라는 안내문과 함께 그 밑에는 신길역의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었다.

휠체어리프트 주변에는 역무원 호출버튼을 누르다가 추락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보호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에 A씨의 유가족이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이유형 부장판사)는 18일 A씨 유가족이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서울교통공사는 A씨 부인에게 4552만원, 세 자녀에게 각각 2909만원 등 총 1억 3279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휠체어리프트의 역무원 호출버튼이 계단에서 91.5㎝ 떨어진 매우 위험한 곳에 설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앞에는 폭 24㎝의 배전상자가 설치돼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된 계단은 총 계단수가 74개이고 총 높이가 12.03m로 추락할 경우 매우 위험해 보임에도 추락 방지를 위한 보호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단순히 망인이 전동휠체어 조작을 잘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고, 피고가 장애인의 이용 상의 불편이나 위험성 등에 대한 고려 없이 휠체어리프트의 역무원 호출버튼을 매우 위험해 보이는 계단으로부터 91.5㎝ 떨어진 장소에 설치하고 추락 방지를 위한 보호장치도 설치하지 않아 망인이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신길역 환승구간 사고현장
신길역 환승구간 사고현장

재판부는 “따라서 휠체어리프트의 설치ㆍ보존자인 피고가 호출버튼을 휠체어 이용자의 추락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은 장소에 설치하면서 추락 방지를 위한 보호장치도 설치하지 않은 이상 휠체어리프트는 위험성에 비춰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해 설치ㆍ보존에 하자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는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그로 인해 망인 및 원고들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는 “망인은 호출버튼을 조작하기 어려운 경우 주변인이나 역사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으로 사고를 피할 여지가 있었다”며 책임 제한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휠체어리프트와 관련해 호출버튼을 사고위험이 높은 장소에 설치한 채 그 부근에 역사 전화번호를 표시해 두었다고 하여, 망인이 역사에 전화를 하지 않았다거나 주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행위를 두고 망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축했다.

위자료와 관련해 재판부는 “망인과 배우자 또는 자녀들인 원고들이 이 사고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명백하므로 피고는 이를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환기시켰다.

재판부는 “헌법 제34조에 기초한, 국가의 장애인에 대한 권리보장과 장애인의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입법을 통해 구체화돼, 장애인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접근권(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을 보장 받는다”고 말했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법인은 장애인이 공공시설 및 교통수단 등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의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정책을 강구해야 하고, 추락사고 등 장애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 등에 대비해 장애인의 특성을 배려한 안전대책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런데 피고는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휠체어리프트의 호출버튼을 매우 위험해 보이는 계단으로부터 91.5㎝ 떨어진 장소에 설치하고 추락 방지를 위한 보호장치조차 설치하지 않았다”며 “위와 같은 사고 경위, 사고로 인해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발생한 점 등을 종합하면 위자료 액수는 망인에게 1억원, 배우자에게 1000만원, 자녀 3명에게 각 5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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