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대학 감사에 ‘각서’ 요구는 인권침해…총장 등 인권교육 수강 권고
인권위, 대학 감사에 ‘각서’ 요구는 인권침해…총장 등 인권교육 수강 권고
  • 신혜정 기자
  • 승인 2019.10.0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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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A대학교 종합감사 진행 중 총장과 본부장이 팀장급 직원들을 소집한 회의에서 ‘성실히 감사를 받겠다’는 각서 작성을 요구하고 수령한 행위는 직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총장 등에게 인권교육을 수강할 것을 권고했다고 4일 밝혔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과 피해자들은 A대학교가 직원들에 대해 부당하게 각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하고, 동의 없이 업무용 PC를 수거했으며, 이에 노동조합 등이 반발하자 보복성 인사를 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각서는 “본인은 이번에 실시하는 종합감사에 필요한 컴퓨터 데이터 제출 및 복사 등 절차에 최대한 적극 협조하겠으며 만약 자료 은닉, 변형, 말소 등 감사에 해가 되는 행위가 있을 경우 징계 및 민형사상 일체의 책임을 지겠습니다”는 문구가 들어간 각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았다는 것이다.

또 팀장 중 일부가 각서에 서명하지도 않았는데 진정인 등의 PC를 협의 없이 가져간 것은 개인정보법 위반이며,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직원들이 반발하며 항의하자, 이를 보복하기 위해 직원 10명에 대해 징계절차도 없이 자택 대기발령으로 보복인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대학교는 “교체된 총장인 피진정인이 학교의 오랜 비위행위를 조사를 위해 감사를 진행했으며, 각서는 별도의 효력을 위해 수령한 것은 아니고, 감사 대상자의 경각심 고취 차원과 감사불응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서 수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각서에 서명하도록 강압적으로 강요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총장 등이 팀장급 직원 18명을 소집한 회의에서 “각서를 수령하겠다”고 안내한 뒤 미리 인쇄해 준비한 양식을 회의에 참석한 팀장급 직원들에게 배부해 서명을 받고 각서를 수령했음을 확인했다.

또한 A대학교는 각서 수령 후 팀장급 직원이 사용하던 PC 10대를 확보했으며, 이에 반발하는 일부 직원에 대해 인사 조치를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제2위원회(위원장 정문자)는 “피진정인들은 각서를 수령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서명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피진정인들의 내심의 의도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새로 부임한 기관장과 상급자가 팀장급 직원들을 소집하고 인쇄된 각서에 서명하도록 안내하는 자리에서 부하직원들이 바로 거부의 의사를 밝히는 것은 일반적인 직장인의 통념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인권위는 “따라서 피해자 등이 그 자리에서 서명을 거부하지 않고 회의에 참석한 팀장급 18명 전원이 각서에 서명하고 난 뒤 노동조합 등을 통해 피진정 대학교에 문제 제기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것이 비합리적인 대응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본인이 아닌 다른 일방의 요구에 따라 작성하고 서명하는 형태의 각서 작성은 상대방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각서의 내용 중 ‘감사에 해가 되는 행위가 있을 경우 징계 및 민형사상 일체의 책임을 지겠습니다’라는 내용은 감사 거부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것을 넘어 그에 관한 진술권, 항변권 등의 방어권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과 처벌을 수용할 것을 의미하고 있으므로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해당 문구는 다른 종류의 서약서 끝부분에서 관용적으로 기입되기도 하는 내용이나, 인권위에서는 일관되게 이 같은 내용의 문구가 부적절하다고 결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그러면서 “각서 수령 방법과 각서 내용을 살펴볼 때, 피해자들의 각서 서명이 자의에 의했다고는 볼 수 없으며, 피진정인들은 법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회의에 참석한 팀장급 직원 18명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 각서에 서명하도록 강제한 것으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인권위는 진정인이 문제제기한 다른 사항에 대해 인권침해에 이를 만큼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한 일부 구제절차가 완료됐다는 이유로 각각 기각 및 각하 결정했다.

[로리더 신혜정 기자 shin@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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