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육군사관학교가 일부 생도의 규율위반을 이유로 생도 900여명에게 단체뜀걸음을 진행한 것은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며 “부당하게 연대책임을 강요하는 일이 없도록 인권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육군사관학교장에게 의견표명을 했다고 2일 밝혔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육군사관학교는 사관학교설치법에 따라 설치된 4년제 특수대학으로, 생도들은 졸업과 동시에 육군 소위로 임관한다.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지난 4월 9일 “육군사관학교장이 일부생도의 규율위반을 이유로 2ㆍ3ㆍ4학년 생도 900여명을 대상으로 일과 후 휴식시간인 22시부터 23시까지 군장을 메고 단체뜀걸음을 시키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내용에 따르면 육군사관학교장은 2학년 생도가 지난 3월 27일 외박 중 음주 및 교통사고를 당한 사실을 인지한 뒤, 연대책임을 물어 지난 3월 31일부터 생도 전원의 외박을 통제했다.

또한 학교 측은 훈육장교들을 개입시켜 4월 1일∼5일까지 2ㆍ3ㆍ4학년 생도 전원에게 일과 후 휴식시간인 22시부터 23시까지 군장을 메고 뜀걸음을 시키는 등 생도들로 하여금 자기의 행위가 아닌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게 하고, 부당한 얼차려로 생도들의 휴식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육군사관학교는 학교 입시홍보 차원에서 지난 3월 27일~31일 생도들에게 공무출장 형식으로 각자 모교인 고등학교를 방문하는 홍보활동을 했다. 그런데 첫날인 3월 27일 2학년 생도 4명이 규정상 제한된 음주를 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 피해를 당했다. 학교는 교통사고 피해자 부모를 통해 사고발생 사실을 인지했다.

이에 학교는 사고 관련 생도들이 복귀한 후 2ㆍ3ㆍ4학년 생도들을 대상으로 4월 1일 ~ 5일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토의’를 진행했다. 사고 관련 생도들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근신’ 등의 조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여단장생도, 인사참모생도 등 자치기구인 ‘지휘근무생도’들은 부생도대장을 찾아가 자성 차원에서 2학년 이상 생도들이 야간에 단체 뜀걸음을 할 것을 건의했고, 생도대장은 이를 승인했다.

이에 2ㆍ3ㆍ4학년 생도 전체 900여명은 단체 뜀걸음(무장 13kg, 거리 5km)을 했다.

이날 일부 생도는 연대책임이 부당하다며 군인권센터에 전화상담을 했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학교는 지휘근무 생도들에 대해서만 축소 시행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제1위원회(위원장 최혜리)는 “육군산관 생도의 공무출장 중 음주관련 사고 발생에 따라 생도들이 지휘근무 생도여단의 결정으로 자성의 시간을 갖기로 했던 점은 지휘근무 생도여단이 자치기구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그 방법이 공무출장 중 음주의 부적절함을 주지시키는 형태의 토론이나 조직기강 확립 차원의 자체적인 재발방지대책의 수립이 아닌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얼차려였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절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군대에서의 집단 책임주의는 구성원 간 연대가 필수적인 전시나 전투훈련 등에서는 필요한 측면을 인정할 수 있겠으나, 그 외 이 사건과 같이 개인의 책임이 명백한 사안에서까지 집단에게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자기책임의 원리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연대책임의 문제는 비단 진정사건의 생도들만이 아니라 해당 교육과정을 거친 생도들이 임관해 임무를 수행하게 되면 일선부대 장병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이미 경험해온 바와 같이, 징병제 하에서 대다수의 남성들이 의무적으로 경험하는 군대문화가 결코 군대라는 특수공간에서만 통용되지 않고 일반 시민사회 곳곳의 집단문화로 자리 잡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향후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교육과 훈련 과정에서 부당한 연대책임을 강요하는 일이 없도록, 학교 구성원 전체에 대한 인권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혜정 기자 shin@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