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딸을 위협하는 세입자를 죽도로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가 배심원들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배심원들은 “불가벌적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평결을 존중해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아버지)의 행위는 자신의 딸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라고 평가해서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40대)는 2018년 9월 자신의 집 앞마당에서 세입자 B씨(30대)와 자신의 딸이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나 집안에 있던 죽도(길이 1m 50cm)를 들고 B씨의 머리를 수회 때려 바닥에 넘어지게 해 전치 6주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다며 특수폭행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또 A씨는 당시 자신을 말리던 B씨의 모친(60대)의 팔을 죽도로 수회 내리쳐 전치 3주의 상해를 가한 혐의(특수상해)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죽도로 B씨의 머리를 1회 가격하고, 모친의 팔을 1회 때린 사실만 인정했다. A씨는 “당시 B씨가 내 딸에게 욕설을 하면서 때리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이를 막기 위한 행동을 했으므로 이는 정당방위 내지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배심원 7명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배심원 7명 전원은 특수폭행치상에 대해 A씨가 B씨의 머리를 내리친 횟수를 1회로 판단했다. 이에 피고인(A)의 행위로 피해자(B)가 다발골절 등의 상해를 입게 됐는지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배심원들은 피고인의 행위가 불가벌적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오상용 부장판사)는 9월 23일 특수폭행치상(B), 특수상해(모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30대의 건장한 체격의 성인 남성인 B씨가 당시 술을 마신 상태에서 마당에 서 있던 20세의 왜소한 체격의 여성인 피고인의 딸에게 큰소리로 욕설을 하면서 때리려고 하는 등 위협을 가했고, 딸은 울면서 다급하게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딸은 빨래를 널고 있었는데, B씨가 인사를 하지 않는다며 욕설을 하고 때리려고 해, 딸은 너무 무서워 울음이 터졌고, 아빠를 불렀다.

집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피고인(A)은 밖에서 나는 딸의 목소리와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 중문을 열고 무슨 상황인지 확인했다. 딸이 도와달라고 요청해 A씨가 밖으로 나가려했는데, B씨의 모친이 막으며 “너 들어가면 우리 아들 죽어, 아들이 술에 취했어, 공황장애야”라고 말했다. 모친은 A씨의 딸이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재판부는 “피해자(B)가 피고인의 딸에게 욕설을 하면서 때리려는 행동과 피해자 모친이 딸을 보호하려는 피고인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으면서 딸을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행동은 피고인의 딸에 대한 위협적인 행동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런 상황에서 피고인은 다급한 마음에 중문 옆에 있던 죽도로 피해자(B)의 머리를 향해 1회 가격하고, 재차 가격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모친이 아들을 보호하면서 팔 부위를 수회 맞게 됐다”며 “피고인의 행동은 딸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당시 피고인의 딸에 대해 위협적인 행동을 할 때 위험한 물건을 이용하거나 휴대하지는 않았지만, 모자관계에 있는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딸에 대해 위협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고, 평소 당뇨와 간경화 증상으로 몸이 좋지 않은 반면 자신 보다 강해 보이는 피해자(B)가 술에 취했고, 정신질환도 있다는 말까지 들은 피고인으로서는 딸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죽도를 들고 방위행위에 나아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가사 피고인이 위험한 물건인 죽도로 피해자들을 가격하는 행위를 한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정당방위의 범위를 넘어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야간에 자신의 딸이 건장한 성인남성을 포함한 사람들로부터 위협을 당하고 있는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 경악, 당황 또는 흥분 등으로 말미암아 저질러진 것으로 형법 제21조 제3항 소정의 벌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평가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희망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사건에서 7명의 배심원들은 오랜 시간 논의를 거쳐 피고인의 행위는 무죄라고 평결했다”며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배심원들의 만장일치 의견은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공소사실 기재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정당방위에 해당하고, 가사 피고인의 행위가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21조 제3항의 벌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해 범죄로 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하고, 판결요지를 공시한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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