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여성을 남성 보다 낮은 등급으로 채용해 단순ㆍ반복 업무에만 배치하고, 승진에 필요한 직무와 직위는 남성에게만 부여하는 등 여성을 승진과 임금에서 차별한 A회사에 대해 권고의견을 개진했다고 19일 밝혔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진정인은 “A회사가 생산직 근로자 채용 시 여성은 남성보다 낮은 등급을 부여하고, 채용 후에도 여성 근로자의 승격에 제한을 두어 같은 사원으로 입사한 생산직군 여성 근로자는 현재도 전원 사원인 반면, 생산직군 남성 근로자는 전원 관리자로 승격한 것은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반도체 제조와 부품 제조업체인 A회사의 생산직 근로자는 353명으로 남성은 202명, 여성은 151명이 근무하고 있다.

여성근로자들은 수 십 년간 승격에서 배제되고 승진에서 누락되면서 ‘남성에 비해 열등한 존재인가’를 끊임없이 자문하면서 모멸감, 자괴감을 느끼는 동시에 열심히 일해도 존재를 부정당하는 심한 박탈감을 느꼈고,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무력감을 느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A회사는 “생산직의 제조 업무 중 현미경 검사 등 세밀한 주의를 요하는 업무에는 과거부터 여성 근로자를 많이 채용했는데 숙련도가 필요하지 않는 단순반복 작업이므로 생산직 중에서 가장 낮은 등급을 부여했고, 관리자는 전체 공정의 이해와 함께 설비에 대한 기본지식이나 경험이 있어야 하고 무거운 장비를 다뤄야 하므로 ‘체력이나 기계를 다루는 능력’을 겸비한 남성 근로자를 상대적으로 승격에 유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결과 생산직 제조직렬의 경우 남녀 근로자가 남ㆍ녀 구분 없이 3조 3교대로 근무해 업무의 내용이 유사하고, 품질관리, 출하 직렬 근로자 또한 제조직렬에서 수년간 근무하는 등 순환 근무를 했기 때문에 정비 직렬을 제외한 생산직군 근로자들의 업무는 전체적으로 유사하다.

출하 및 품질관리 직렬 근로자들도 제조직렬에서 순환 근무를 한 것을 볼 때, 생산직 남녀 근로자들의 작업조건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없으며, 그 책임이나 노력의 정도 또한 실질적 차이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성별을 분리해 채용하거나 통합 채용하더라도 비슷한 조건의 신규 남녀 근로자에게 다른 등급을 부여한 점, 승격 소요기간 및 현 승격현황에 남녀 간 격차가 극심한 점 등을 볼 때, A회사는 승격에서 남녀 간 차별적 처우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경정비 능력이 남성 근로자에 비해 여성 근로자들의 승격에 있어서 현저한 차이를 정당화할 정도로 특정한 직무이거나 여성근로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전문 기술과 노력을 요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A회사가 여성 근로자는 ‘숙련도가 필요하지 않는 단순반복 작업에 적합’하거나 ‘위험하고 무거운 부품을 관리하는 업무는 담당하기 어렵다’는 성별 고정관념 및 선입견에 기인해 여성 근로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한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이러한 성차별적 고정관념이 남녀 근로자들의 최초등급 부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설령,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설비(경정비)에 대한 기본 지식이나 경험이 필수적이라고 하더라도 교육훈련이나 직무부여 등을 통해 여성 근로자들도 그 능력을 갖추게 할 수 있음에도, A회사는 수십 년간 설비에 대한 기본 지식이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남성 근로자에게만 부여하고 여성 근로자에게는 이와 관련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전혀 제공하지 않았던 점은 A회사가 여성 근로자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A회사가 여성을 남성보다 낮은 등급에 채용하거나 관리자 승진에서 여성을 배제한 결과 20년 이상 재직한 생산직 근로자(108명) 가운데 여성은 모두 사원급(52명)에 머물러 있는 반면, 남성은 모두 관리자급(56명)으로 승진했고, 생산직 근로자 전체 353명 중 여성 151명 또한 모두(100%) 사원급인 반면, 남성은 182명(90.1%)이 관리자급이다.

인권위는 “A회사가의 임금체계는 등급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치는데, 최초 등급 부여 때부터 차별을 받은 생산직 여성 근로자들은 근무하는 기간 내내 남성 근로자에 비해 임금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이는 남녀 임금격차가 경력단절 뿐 아니라 승진 배제 등에서 비롯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이에 인권위는 A회사 대표에게 오랜 기간 누적된 생산직 여성근로자들의 승격에서의 성차별을 해소하기 우해 적극적 조치 계획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로리더 신혜정 기자 shin@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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