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하는 정성민 판사
발표하는 정성민 판사

[로리더]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인 정성민 판사는 16일 형사전자소송의 장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형사전자소송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성민 판사는 “2016년 전체 형사사건(신청사건 등 포함)의 기록 열람ㆍ복사 신청 접수가 20만 3121건이었다”며 “휴가를 안 가고, 휴식시간 없이 일해도 100명 이상의 법원공무원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와 검사 출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형사전자소송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조응천 의원과 이찬희 변협회장이 인사말을 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정춘숙 의원과 국회 부의장을 역임한 박병석 의원이 축사를 하며 힘을 보태 눈길을 끌었다.

박병석 의원, 정춘숙 의원, 조응천 의원
박병석 의원, 정춘숙 의원, 조응천 의원
이연욱 경찰청 수사기획과 경정, 정관영 변호사, 이찬희 변협회장
이연욱 경찰청 수사기획과 경정, 정관영 변호사, 이찬희 변협회장

이 자리에서 정성민 판사는 ‘형사 전자소송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다.

정성민 판사는 “우리나라 전자소송은 2010년 4월 26일 특허 전자소송을 시작으로, 2011년 5월 2일 민사 전자소송, 2013년 1월 21일 행정ㆍ가사 전자소송, 2014년 4월 28일에는 회생ㆍ파산 전자소송을 시작했다”며 “반면 형사사법 분야는 음주ㆍ무면허운전 사건 등 전자 약식절차가 일부 도입된 것 외에는 전자소송이 도입되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주제발표하는 정성민 판사
주제발표하는 정성민 판사

그는 그러면서 형사전자소송의 도입 필요성을 실무적으로 법원, 검찰, 변호사, 국민의 입장에서 장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정성민 판사는 “형사전자소송은 형사사법절차의 투명성을 증대시킨다”며 “더 이상 조서 결재가 언제 날지 안 기다리고, 조서의 기록 내용을 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송관계인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형사사법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기록의 추가ㆍ변경 내용을 바로 확인 가능하다. 때문에 “전자기록은 큰 비용 없이 사건기록을 영구보존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피의자와 피고인의 기본권 보호 측면에서 보면 “전자기록은 종이기록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필요한 시간이 절약되므로 형사절차의 신속화에 기여한다”며 “불필요한 구속을 줄일 수 있다”고 정 판사는 말했다.

정성민 판사
정성민 판사

정성민 판사는 “또한 형사전자소송은 종이기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며 “전자기록은 동시에 여러 사람이 열람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정 판사는 “종이기록에 편철돼 있는 문서들은 대부분 컴퓨터로 작성된 것들인데, 이것을 출력해서 다시 종이기록으로 만들면, 그 내용을 검색기능으로 찾을 수 없고, 내용을 복사해 사용하지도 못한다. 그대로 전자적 상태로 두는 것까지 하면 이중의 인력 낭비”라고 지적했다.

정성민 판사는 “그리고 종이기록과 달리 전자기록은 훼손이나 변조도 어렵다”며 “많은 분들이 종이기록 보다 전자기록이 혹시 변조나 훼손이 쉽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시하는데, 실무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주제발표하는 정성민 판사
주제발표하는 정성민 판사

그는 발제 자료집에서 “전자기록은 형사사법업무 처리기관의 서버를 해킹하지 않는 이상 훼손ㆍ변조가 어렵다”고 적었다.

정 판사는 지난 4월 속초지역에서의 화재를 예를 들며 형사 전자기록이 도입되면 “검찰청과 법원에 트럭을 불러 기록을 옮겨 실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정성민 판사는 “형사사건 수임 경험이 있는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다음 문제를 겪었을 것이다. 기소가 됐다고 하는데 변호인이 검찰청에서 기록을 복사할 수 없다. 순서가 밀려서 1주일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기록 자체가 방대하면 순서가 와도 복사하는 데만 굉장히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면서 “형사전자소송만 도입되면 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청의 사정에 따라 변호인의 기록 열람ㆍ복사가 지연돼 제1회 공판기일이 공전되는 경우도 있는데, 형사전자소송이 도입되면 피고인 및 변호인의 기록 열람ㆍ복사의 문제가 해소된다는 것이다.

또 기록 자체가 방대한 경우 복사에 소요되는 시간과 인력ㆍ장비도 무시할 수 없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의 기록은 약 14만 페이지, 책 280권 분량으로 기록을 트럭에 실어 법원에 기소하다 보니 ‘트럭 기소’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발제문에 적었다.

주제발표하는 정성민 판사
주제발표하는 정성민 판사

정성민 판사는 “변호사 사무실은 문건 접수나 기록의 열람ㆍ복사를 위한 인력을 둘 필요가 없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수익성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자접수가 가능하므로 상소제기기간, 상소이유서 제출기간, 정식재판청구기간 등 불변기간 도과 위험도 낮아진다고 했다.

정 판사는 “형사전자소송은 법원의 충실한 심리와 업무 효율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이기록은 합의부 재판장과 주심 판사가 기록을 동시에 볼 수 없어서, 기록 검토에 주어진 시간이 사실상 반이 된다”면서 “그런데 전자기록은 재판장과 주심이 동시에 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또한 재판 참여관의 조서작성 업무도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종이소송에서는 대부분의 업무가 기록 또는 서류의 물리적 이동을 요하기 때문에 형사재판부 업무 대부분은 실무관의 손을 거친다.

주제발표하는 정성민 판사
주제발표하는 정성민 판사

특히 정성민 판사는 “2016년 전체 형사사건(신청사건 등 포함)의 기록 열람ㆍ복사 신청 접수가 20만 3121건이었다”며 “신청 1건마다 접수, 결재, 교부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청 1건에 들어가는 총 업무시간이 1시간이라고 치면 1년에 20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휴가를 안 가고, 휴식시간 없이 일해도 100명 이상의 법원공무원이 필요하다”며 “형사전자소송이 도입되면, 이 업무가 대폭 축소될 수 있어서 실질적인 인력 증원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판사는 또 “상소를 하게 되면 당연히 기록을 상소심 법원으로 보내야 하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처럼 같은 건물 안에 있지 않으면 사람이 전부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송부 받을 상소심이 원격지에 있는 경우 등기우편이나 소포로 송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성민 판사는 “상고사건만 보면 전국 각지에서 매년 대법원으로 송부되는 형사공판사건의 수만 2만 5000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정 판사는 “형사전자소송이 도입되면 문건 누락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손혜원 의원 부동산 몰수 보전 사건에서 법원은 수사기록 중 일부만 받아 자료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몰수보전 청구를 기각했는데, 사실은 검찰이 제출했다”며 “그런데 재판부에 전달이 안 된 것이다. 전자소송이 도입됐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제발표하는 정성민 판사
주제발표하는 정성민 판사

이와 함께 정성민 판사는 “형사전자소송이 도입되면 당연히 검찰의 업무에도 큰 변화가 있다”며 “법원과 관련해 검사의 전자적 공소제기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증거분리제출 때문에 기록을 매번 풀러 중간에 있는 증거서류만 빼내어 제출하기 힘들었을 것인데, 이런 번거로운 일도 안 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정성민 판사는 “반면 형사전자소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며 “특히 개인정보와 관련된 우려다”라고 짚었다.

정 판사는 “형사전자소송은 형사사법정보의 집중과 그에 따른 남용의 위험성이 매우 크다”며 “형사사법정보의 적정한 관리와 개인정보장기결정권의 보호는 형사전자소송 도입 시 가장 유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독일은 형사전자소송을 도입하며 수사기관이 형사소추를 위해 개인데이터를 무차별적으로 검색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을 형사소송법에 신설했다.

주제발표하는 정성민 판사
주제발표하는 정성민 판사

정성민 판사는 “또한 형사전자소송 도입 시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도 유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자소송 하에서는 재판서, 사건정보, 사건기록 등의 모든 정보가 전자소송 시스템에 저장되므로 전자소송 시스템의 관리ㆍ운영과 관련된 문제는 중요하다고 봤다.

정 판사는 “같은 국가기기관이라는 이유로 사법부와 행정부의 전자소송 시스템을 단일하게 구축하거나, 효율성을 위해 사법부가 행정부의 전자소송 시스템을 이용하게 할 경우, 사법부가 행정부에 예속됐다는 외관을 형성할 수 있다”며 “이는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시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수사기관이 법원의 전자소송 시스템을 이용하게 하는 것도 재판의 공정성과 관련해 부정적인 외관을 형성할 우려가 있다”며 “수사자료가 기소 전부터 일괄해 법원의 전자소송 시스템에 저장된다면, 공소장일본부의와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성민 판사
정성민 판사

정성민 판사는 “종이기록은 시각장애인이 접근하기가 매우 불편하다”며 “그렇지만 전자기록은 문자데이터를 음성데이터로 쉽게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판사는 “그럼에도 전자기록을 도입하지 않는 게 과연 현재 어떠한 큰 어려움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시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정보접근성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도 수반돼야 한다고도 했다. 소송관계인이 원할 경우 법원의 시설을 이용해 전자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종이로 출력한 기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모든 사람이 컴퓨터에 익숙한 것은 아니며, 컴퓨터에 익숙하더라도 경제적 또는 기타 사정으로 인해 컴퓨터 이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발제 자료집에서 짚었다.

주제발표하는 정성민 판사
주제발표하는 정성민 판사

한편,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에서 ‘형사사법정보체계 협의회’ 구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정성민 판사는 “협의회는 5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법부 소속은 1인(법원행정처 차장)에 불과하고, 나머지 4인(법무부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경찰청 차장, 해양경찰청 차장)은 법무부 또는 수사기관 소속이어서 형사사법정보체계 협의회 역시 법무부와 수사기관의 입장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어 운영의 중립성 문제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좌측부터 이상엽 울산지법 부장판사, 류부곤 경찰대 법학과 교수, 좌장 왕미양 변협 사무총장, 정성민 판사
좌측부터 이상엽 울산지법 부장판사, 류부곤 경찰대 법학과 교수, 좌장 왕미양 변협 사무총장, 정성민 판사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대한변호사협회 왕미양 사무총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토론자로는 류부곤 경찰대학교 교수, 이상엽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이경화 법무부 검사, 이연욱 경찰청 경정, 정관영 변호사(정관영법률사무소), 법률신문 박수연 기자가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