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국회의원
조응천 국회의원

[로리더] 검사 출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6일 검찰이 피의자를 기소할 때 종이에 작성한 방대한 수사기록을 트럭으로 법원에 옮겨 ‘트럭 기소’라는 신조어가 생겼다면서 형사전자소송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와 조응천 국회의원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형사전자소송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조응천 의원과 이찬희 변협회장이 인사말을 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정춘숙 의원과 국회 부의장을 역임한 박병석 의원이 축사를 하며 힘을 보태 눈길을 끌었다.

박병석 의원, 정춘숙 의원, 조응천 의원
박병석 의원, 정춘숙 의원, 조응천 의원

조응천 국회의원은 인사말에서 “지금은 상임위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로) 옮겼지만, 7월까지 법사위 활동을 하면서 형사사법체계의 선진화에 방점을 두고 각종 정책토론회를 시리즈로 개최했다”며 “지난 5월에는 영장항고제, 7월에는 변호사 비밀유지권에 대한 아주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 변협과 함께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조응천 의원
조응천 의원

조 의원은 “이번 주 의뢰인과 변호사의 의견내용 교환을 보호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그 외에도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도) 도입이라든가, 부동산 강제집행제도 개선안 등 토론회를 개최했고, 법안 발의를 완료한 상태다”라고 전했다.

그는 “오늘 토론회도 형사사법체계의 선진화, 대국민 법률서비스 향상을 위한 토론회의 일환으로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조응천 의원
조응천 의원

검사 출신인 조응천 국회의원은 “서초동에서 보면 방대한 기록을 수레로 운반하는 모습을 수시로 볼 수 있다”며 “국정농단, 사법농단과 같은 대형사건의 경우에는 (검찰수사) 기록이 15만 페이지가 넘어서 검찰 수사기록을 법원으로 옮길 때 트럭을 이용해서 옮기는 바람에 ‘트럭기소’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법조타운인 서초동에는 대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과 대검찰청,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그리고 변호사사무실이 밀집돼 있다.

인사말하는 조응천 의원
인사말하는 조응천 의원

조 의원은 “21세기 대명천지에 무슨 (옛날) ‘지게꾼’ 같은 얘기를 하나 싶은데, 이게 현실이다”이라며 “이미 전자소송이 도입된 민사나, 특허와 달리 형사소송은 여전히 종이기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호인들도 (검찰수사) 기록을 열람ㆍ복사를 위해서 예약을 하고, 며칠 밤 심하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또 편철된 기록은 풀 수도 없어서 한 장씩 복사를 해야 한다”며 “오로지 기록 복사만을 위해서 엄청난 인력, 시간, 비용이 투입된다”고 짚었다.

조응천 의원
조응천 의원

편철이 묶여 있는 부분이 까맣게 복사돼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변호인들이 검찰 수사기록이 있어야 피고인을 위한 재판 전략을 짜는데, 검찰 수사기록을 입수하기 위해 이런 수고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응천 의원은 “(검찰이 보유한) 사건기록이 단 하나이기 때문에 변호인들이 복사하는 동안에는 담당 판사조차 기록을 볼 수가 없다”고 씁쓸해 했다.

조 의원은 “이런 방식이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불편을 감수하겠지만 열람ㆍ복사에 따른 재판이 지연되고, 이는 바로 피해자의 절차적 참여권, 피고인의 방어권에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응천 의원
조응천 의원

그는 “최근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은 4차 산업혁명”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종이기록 기반의 형사소송은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는 비판은 너무나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조응천 의원은 “형사전자소송을 도입하면 기록에 대한 시간적ㆍ공간적 제약 및 분실 위험이 해소되고, 비용절감은 물론 공판기일의 지연도 방지할 수 있다”며 “기록 보존 측면에서도 대단히 유용하다”고 장점을 말했다.

인사말 하는 조응천 의원
인사말 하는 조응천 의원

그는 “그러나 전자적 접근 취약 계층의 방어권 보장과 피해자 등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에 형사전자소송 도입이 필요성, 쟁점 및 해외사례에 대해 논의하고자 오늘 토론회를 마련했다”며 “이 자리를 통해 발제자, 토론자 여러분들의 고견을 듣고 입법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좌측부터 정춘숙 의원, 조응천 의원, 박수연 기자, 이경화 검사
좌측부터 정춘숙 의원, 조응천 의원, 박수연 기자, 이경화 검사

조응천 의원은 토론회 자료집에서 “법조계에서 아마존 열대우림 훼손을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쉽게 이해가 안 되는 말이지만, 수십 만 쪽의 수사기록을 복사하는데 드는 종이로 인해 아마존 열대우림이 훼손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는 얘기도 전했다.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대한변호사협회 왕미양 사무총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좌측부터 이상엽 울산지법 부장판사, 류부곤 경찰대 법학과 교수, 좌장 왕미양 변협 사무총장, 정성민 판사
좌측부터 이상엽 울산지법 부장판사, 류부곤 경찰대 법학과 교수, 좌장 왕미양 변협 사무총장, 정성민 판사

발제는 판사인 정성민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형사 전자소송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다.

발제하는 정성민 판사
발제하는 정성민 판사

토론자로는 류부곤 경찰대학교 교수, 이상엽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이경화 법무부 검사, 이연욱 경찰청 경정, 정관영 변호사(정관영법률사무소), 법률신문 박수연 기자가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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