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가 15일 재판제도 개선을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변호사들은 향판제도(지역법관) 제도의 부활에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미국식 원로법관제도의 도입에 찬성의견이 높았다.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4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총 1387명의 변호사들이 참여했다.

설문문항의 구성은 ‘항소심의 사후심화’, ‘원로법관 제도’, ‘향판(鄕判ㆍ지역법관) 제도’ 3가지로 나눠 진행했다.

[항소심의 사후심화]

항소심의 사후심화에 대해서는 응답 변호사 1387명 중 반대 1206명(87%), 찬성 127명(9%)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반대이유(중복선택 가능)는 아래와 같다.

① 제1심만으로는 사실심의 충실화를 담보할 수 없음(1,006표, 19%).

② 사실상 2심제가 되는 결과를 가져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침해함(860표, 16%)

③ 본인소송의 당사자가 법률지식이 없거나, 소송대리인이 미숙한 경우 등 제1심 변론의 충실화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 이를 시정하기 어려움(855표, 16%).

④ 법원의 업무과중 문제는 항소심의 사후심적 운영이 아닌, 법관의 증원을 통해 해결해야 함(726표, 13%).

⑤ 제1심 심리를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항소심이 사후심처럼 운영될 것인데, 그 전에 항소심을 사후심으로 운용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588표, 115)

⑥ 제1심 법관의 경력과 자질에 대한 검증이 부족함(503표, 9%)

⑦ 증거개시(Discovery)제도의 도입 등 1심 충실화 방안이 선결문제(358표, 6%)

⑧ 제1심 합의부는 부장판사가 배석판사를 교육하는 장이 되고 있어서 심리 충실화를 기대할 수 없음(295표, 5%)

반면, 항소심의 사후심화에 대해 찬성하는 이유(중복선택 가능)는 아래와 같다.

① 재판진행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담보함(108표, 48%).

② 상대방의 고의적인 재판 지연을 예방할 수 있음(72표, 32%).

③ 제1심의 심리가 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음(30표, 13%)

④ 제1심 재판결과에 대한 국민의 승복률이 높음(3표, 1%)

⑤ 제1심 재판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높은(3표, 1%)

변협은 “항소심이 사후심화처럼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약 60%가 항소심이 사후심화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응답했고, 증거 및 증인신청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변론을 종결하거나, 1회 변론기일로 변론을 종결하거나, 첫 기일에서 항소심 변론 종결을 종용하는 등 사례가 실무상 빈번하게 있음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원로법관제도]

이와 함께 법원은 원로법관제(사실상 평생법관제)를 도입해 2017년 1월 고위법관 5명을 원로법관으로 지명했고, 원로법관에게 제1심 소액 사건을 맡겨 사법서비스의 수준과 국민의 재판만족도를 높이겠다는 뜻을 발표했다.

법원이 시행하고 있는 원로법관제도는 법원장을 역임한 법관들에게 ‘원로법관’이란 명칭 및 1심 법원의 판사와 동등한 처우를 제공하면서 정년까지 1심 재판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한변협은 다른 의미의 미국식 원로법관(Senior judge)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미국식 원로법관제도의 도입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56%(771명)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반대한다는 20%(284명)으로 응답했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23%(320명)에 달했다.

미국의 원로법관제도(Senior judge)는 미국 연방법원 판사는 종신직이지만, 65세가 되면 은퇴해 연금을 받거나 원로법관직을 선택할 수 있다. 판사가 은퇴한 후 원로법관을 선택한 경우 비상근으로 재판업무를 수행하고, 70% 정도의 급여를 지급한다.

법관 정원 산정시 원로법관은 포함하지 않는다. 신규 판사 충원으로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동시에 경륜이 쌓인 법관이 변호사로 개업하지 않고 평생 법관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재판의 신뢰도 향상 및 전관예우를 효과적으로 방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식 원로법관제도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찬성이유(중복선택 가능)는 아래와 같다.

① 정년 이후에도 원로법관으로 활동할 수 있어서 변호사 개업에 대한 유혹이 적을 것이므로 중간퇴직과 그에 따른 인재손실을 막을 수 있다(597표, 32%).

② 경륜이 쌓인 법관의 능력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562표, 30%).

③ 전관예우를 방지하는 근본대책이 될 수 있음(339표, 18%).

④ 법원의 업무부담(특히 상고심)을 완화할 수 있다(307표, 16%)

반면, 미국식 원로법관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49%(146표)를 차지했고, ‘경륜 있는 법관이 제1심을 담당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는 의견도 10%(32표) 있었다. 기타 의견이 39%(118표) 나왔다.

재판부의 노쇠화 우려, 원로 법관이 담당한다고 하여 1심이 충실화된다는 보장이 없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향판(鄕判ㆍ지역법관)제도]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4월 9일 2014년에 폐지된 지역법관제도의 명칭을 ‘권역법관제도’로 변경해 재추진하는 안을 의결 후 대법원에 시행을 건의, 향판제도의 부활이 논의 되고 있다.

이에 대한변협이 향판제도의 부활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향판제도 부활에 찬성 의견은 15%(201명)인 반면, 반대 의견은 75%(1046명)로 압도적으로 차이가 났다.

향판제도 부활에 구체적인 반대이유(중복선택 가능)는 아래와 같다.

① 지역 토호와 유착하여 법조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871표, 31%).

② 재판의 불공정 시비로 오히려 도입 목적과 달리 사법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719표, 26%).

③ 향판은 해당 지역에 군림하는 권력자가 될 우려가 있다(681표, 24%).

④ 인정에 끌려 재판이 불공해질 수 있다(492표, 17%)

반면 향판제도의 찬성이유(중복선택 가능)는 아래와 같다.

① 판사들의 잦은 인사이동은 재판을 부실하게 할 우려가 있다(143표, 43%).

② 판사들이 한 지역에 정착하면 재판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143표, 43%).

③ 판사들이 한 지역에 정착하면 지역 실정에 밝아지고 민심을 파악할 수 있어서 지역정서를 반영한 재판이 가능해진다 (43표, 13%)

이와 관련해 “지역법관의 재판진행이나 판결이 불공정하다는 인상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묻는 설문에 대해서는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45%(621명)로 나타났으나, 구체적인 사례는 없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설문조사를 토대로 회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정책을 수립해 재판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법원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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