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김명수 대법원장은 10일 “재판의 결과물인 판결서(판결문) 공개는 단순히 사법부의 시혜적인 대국민 서비스 정도로 이해해선 안 될 것”이라며 “사법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것은 전관예우와 같은 불신의 비용을 줄이고 조금 더 성숙해지기 위해 실천해야 할 첫걸음이기에, 확정된 사건은 물론 미확정 사건의 판결서 공개범위도 과감히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중앙홀에서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좋은 재판’을 강조하며 “오직 재판 잘하는 법원을 위한 한 길로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법원행정처의 상근법관 감축은 물론 법원행정처 내 ‘비법관화 계획 실현을 위한 전문인력 채용’에서 외부개방 채용 계획을 공개했다.

기념사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기념사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원장은 기념사에서 “1년 전 오늘 저를 비롯한 사법부 구성원들은 사법부의 지난 70년을 돌아보고, 법관 선서문을 함께 읽으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오직 ‘좋은 재판’을 향해 헌신하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를 다졌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대법원장은 “그리고 새로운 70년의 역사를 위한 도약과 근본적인 개혁을 다짐하기도 했다”며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지난해의 각오와 다짐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스스로 돌아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부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겪으면서 대법원장에 집중된 권한의 분산과 수평적 회의체를 통한 의사결정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이를 위해 지난해 법원조직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구조의 전면적 개편은 법률의 개정 없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법률이 개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사법행정제도개혁을 마냥 미루거나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었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1년 간 사법부는 현행 법률의 범위 내에서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 왔고, 이제 부족하나마 대법원 규칙을 통한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출범시킴으로써 사법행정제도개선의 첫발을 떼려고 한다”고 발표했다.

사법행정자문회의에는 시민사회와 법조계 및 학계를 대표하는 외부위원들도 함께 참여한다고도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사법부 사상 최초로 사법행정을 수평적 회의체에서 책임 있게 수행하는 의미 있는 시발점이자, 향후 법률개정으로 이뤄질 사법행정제도 변화를 대비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대법원장은 “또한 사법행정회의는 사법부가 새삼 꺼내기 어려웠던 상고심 개편 등과 같은 주제에 대해 진정한 국민의 의사가 무엇인지를 묻고, 사법부 구성원은 물론 국민과 함께 그 해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법행정자문회의에 참여하는 외부위원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사법행정에 투영시켜 사법행정 변화에 기여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자문회의 출범이 결코 사법행정제도개혁의 최종적인 목적지가 될 수 없다”며 “(국회에서) 법원조직법의 개정 작업이 더디다고 해서 좌절할 것도, 실패할 것이라고 단정할 것도 아니지만, 대법원 규칙에 의한 출범을 작은 성과라고 스스로 만족하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사법행정자문회의 출범에 머물지 않고, 법원행정처의 비법관화를 위한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내년 정기인사 무렵에는 올해와 같은 방식의 법원행정처 상근법관 감축에서 더 나아가, 상근법관을 대신할 우수한 외부전문가의 등용도 함께 이뤄질 것이고, 이를 위한 개방직 공모절차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전문화된 선진 사법행정을 구현하고, 오직 국민이 원하는 ‘좋은 재판’이라는 사법부의 사명을 위한 초석을 놓겠다”고 약속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중요한 것은 개혁을 지속하고자 하는 용기와 의지”라며 “사법행정자문회의의 진행을 지켜봐 주시고, 이를 통한 사법행정제도개선을 위한 사법부의 노력에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가족 여러분, 사법주권을 회복을 기념하는 오늘 우리는 오직 국민을 위한 사법권 행사, 좋은 재판의 실현을 통해 사법주권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려야 한다는 사명을 되새겨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우리가 그 사명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사법부는 국민으로부터 당위에 의한 존중이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신뢰를 받을 수 있고, 가인 김병로 선생을 비롯한 선배들이 지켜온 진정한 사법부의 독립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다.

기념사 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기념사 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원장은 “우리가 추구하는 ‘좋은 재판’은 결코 법관이 만족하는 재판이 아니다”며 “국민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정의롭다고 믿는 재판이 곧 좋은 재판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재판의 결과는 작게는 개인의 운명을 가르기도 하고, 사회를 변화시키기도 하며, 때로는 사회구성원들에게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며 “좋은 재판은, 법대 앞에 서 있는 이들을 단순한 사건처리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당사자들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며 그들을 어려움을 겪는 이웃으로 보면서 그 상황을 공감하려는 노력으로만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의 속성상 그 결론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재판이 불공정하다고 불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치부하지 말고, 당사자들 모두의 주장을 경청해야 한다”며 “상대의 말을 경청할 때 비로소 대화가 가능하듯이 경청은 국민이 재판이 공정하다는 ‘좋은 재판’이라는 믿을 갖게 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경청을 주문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또한 사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이 사회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용기 있게 선언하라는 신성한 임무를 부여받았다”며 “법관은 어떤 시류에도 변하지 않을 보편적 인권과 자유, 평등의 핵심가치를 재판의 중심에 놓아야 하고, 그에 따른 정의로운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설령 판결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이를 자기합리화의 수단으로 삼거나, 판결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이 예상된다고 하여 보편적 인권 등의 핵심가치를 지향하는 정의로운 판결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헌법이 보장한 법관의 독립도 법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법관이 재판을 통해 우리사회의 핵심 가치를 수호함으로써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좋은 재판’은 결국 사법부를 구성하는 법관을 비롯한 사법부 구성원들에 의해 실현될 수밖에 없다”고 주지시켰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관은 승진이나 중요보직 또는 인신의 안락함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승진 등을 바라보고 안락함을 추구하는 법관이 국민을 바라보고 좋은 재판을 할 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런 이유로 법관을 승진에 길들이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는 반드시, 그리고 완전히 폐지돼야 하고, 저는 이를 위한 법률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저는 내년 정기인사 때도 법원장 추천제를 더욱 확대해 대법원장의 승진인사권을 비롯한 ‘권한 내려놓기’를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감으로써 법관이 독립해 오직 국민을 위한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재판’을 위한 특출한 재판제도가 따로 존재할 리 없다”며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국민이 재판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하고 누구나 사법제도를 쉽고 평등하게 이용하고 접근할 수 있는 제도의 개선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기념사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기념사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원장은 “특히 재판의 결과물인 판결서(판결문) 공개는 단순히 사법부의 시혜적인 대국민 서비스 정도로 이해해선 안 될 것”이라며 “사법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것은 바로 지금 우리사회가 전관예우와 같은 불신의 비용을 줄이고 조금 더 성숙해지기 위해 실천해야 할 첫걸음이기에, 확정된 사건은 물론 미확정 사건의 판결서 공개범위도 과감히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가족여러분 익숙한 것이 편하다고 해서 마냥 거기에 머물러 있다면 언제가 그 익숙한 것이 독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이미 깨달았다”며 “변화가 필요한 이 시기에 우리에게 가장 큰 위험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에게 당면한 모든 과제는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우리 인식을 과신하거나 고정관념에 억매이지 맙시다. 국민이 피와 땀으로 사법주권을 되찾아 사법부에 그 권한을 위임했음에도, 지금 사법부가 국민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 그 부족함으로 채우기 위해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불면의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라고 짚었다.

김 대법원장은 “그러나 저는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주저함이나 두려움 없는 참된 용기, 낙심하지 않는 인내, 초조해 하지 않는 의연함으로 보여주리라는 믿음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여러분과 함께 현재의 역경을 오히려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사법주권 회복의 완전한 실현을 이뤄내고자 한다”고 호소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저는 항상 여러분 앞에서 변화를 주도하며 법원 내외의 목소리를 두루 경청하면서 오직 재판 잘하는 법원을 위한 한 길로 매진할 것”이라며 “우리가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그 자체는 이미 대한민국 사법부의 미래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국민여러분도 사법부의 노력과 진정성을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법원행정처
법원행정처

◆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개혁…법원행정처 비(非) 비법관화 지속 추진

김명수 대법원장은 작년 9월 ‘향후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법원사무처를 설치하며, 신설될 법원사무처에는 법관이 상근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법원행정처(법원사무처) 非법관화 추진을 약속했다.

대법원장은 우선 2019년 2월의 법관 정기인사에서 법원행정처 상근법관의 약 1/3을 이미 감축했다.

법원행정처 폐지와 법원사무처 설치를 위한 법률 개정 대기 중이나, 법원조직법 개정 전이라도 법원행정처 非법관화는 종전 대법원장의 담화 내용대로 지속 추진해 왔다. 내년 정기인사에도 법원행정처 내 상근법관을 감축할 예정이다.

사법부 본래 사명인 ‘좋은 재판’의 구현을 위해서는 법원행정처 非법관화 추진뿐만 아니라 사법행정을 ‘재판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로 되돌리고 그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사법행정 전문성 강화도 함께 추진된다.

재판지원 역량의 제고를 위해 전문성이 특히 요구되거나 효율적인 정책수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직위의 경우 대외 개방을 추진한다.

◆ 사법행정 담당 직위 외부개방을 위한 채용절차 진행

법원행정처 내 ‘비법관화 계획 실현을 위한 사법행정 전문인력 채용 TF’를 구성해 외부개방 할 직위를 선정하고 그 구체적인 채용 방안을 마련했다.

국제심의관, 정보화심의관, 법무담당관 및 사법지원심의 담당 직위를 외부개방하고, 2020년 1월 임용을 위한 채용절차 진행에 들어갔다.

공개모집에 의한 선발시험을 거쳐 해당 분야의 전문가 등 직무수행 요건을 갖춘 최적격자를 선발하기 위한 경력경쟁 채용절차가 진행된다.

각 분야의 다양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변호사 자격이 반드시 요구되는 직위가 아닌 경우 자격증, 경력 및 학위 등 복수의 응시 자격요건을 두고, 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응시 가능하도록 했다.

공정하고 투명하며 역량에 기초한 훌륭한 인재 선발을 위해 채용절차에서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되고, 역량에 기초한 선발을 위해 최종면접에 앞서 역량평가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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