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해외연수 도중 가이드를 폭행하는 등 물의를 빚어 제명된 예천군의회 A 전 의원과 B 전 의원이 제명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지방법원에 따르면 경북 예천군의회 A의원과 B의원은 2018년 6월 13일 실시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예천군의회 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런데 A의원은 2018년 12월 국외연수 중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의장님 힘드시죠, 의원들 인솔하는데”라는 등 의원들을 비판하는 말을 듣고 화가 나서 가이드를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B의원은 당시 가이드에게 “도우미가 있는 노래방이나 가요주점이 있으면 우리 일정을 마치고 구경 한 번 시켜주세요”라고 말해 의원으로서의 품위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 사건은 지난 1월초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며 파문이 확산됐다.

이들의 행위와 관련해 언론의 질타성 보도가 잇따르자 예천군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는 “A의원과 B의원은 물론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의장실 등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예천군의회 의원들은 지난 1월 “A의원은 주민의 대표자로서 의원의 품위를 유지해야 함에도 공무국외연수 중 현지 가이드를 폭행하고 이후 거짓으로 해명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켜 예천군과 예천군의회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켰다”며 “이로써 지방자치법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의장에게 징계를 요구했다.

또한 “B의원은 주민의 대표자로서 품위를 유지해야 함에도 공무국외연수 중 가이드와 대화를 하며 도우미 있는 곳으로 구경 한 번 시켜 달라고 한 발언이 언론에 보도돼 국민적 공분을 일으켜 예천군과 예천군의회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켰다”며 “이로써 지방자치법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의장에게 징계를 요구했다.

예천군의회는 지난 2월 1일 임시회를 개최해 A의원과 B의원에 대한 제명 안건을 의결했다.

의회는 “A의원은 귀국 후에도 사건의 진술을 밝혀 진정한 사과는 하지 않고 거짓변명으로 피해자인 가이드를 더욱 화나게 해 연수과정 일부가 언론에 왜곡되고 부풀러 보도되고, 가이드가 예천군의회 등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준비한다는 등으로 피고와 예천군을 전국적으로 망신거리가 되도록 사태를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의회는 “이로 인해 동료 의원들은 군민들 앞에 회복하기 어려운 죄인이 되었으며, 의회의 권위와 권능이 땅에 떨어져 정상적인 의회 운영이 어려워지게 되었으며, 5만 군민과 40만 출향인의 명예와 자존감을 심각하게 실추시켰고, 나아가 전 국민들의 공분을 사게 하는 등 무엇으로도 회복하기 어려운 사태가 됐다”고 밝혔다.

의회는 “이는 폭행사건의 발단이 어찌되었던 간에 공무국외연수 과정에서 가이드를 폭행한 사건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위반한 사항이나 이후 폭행사건의 여파로 군민과 출향인의 명예와 자존심이 씻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국격마저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으므로 최소한의 사죄를 위해서 윤리특별위원회에서는 지방자치법 규정에 의거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A에게 ‘제명’을 가결한다”고 의결했다.

또한 예천군의회는 “B의원으로서의 품위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인해 A의 폭행사건과 더불어 각종 언론 매체 등으로 하여금 입에 담지 못할 추측성 보도와 왜곡된 보도가 나와 전국적인 이슈를 제공했으며, 이후 언론을 통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A의 폭행사건에 더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결과적으로 동료의원 전체가 비윤리적이고, 예천군의회가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당했고, 가이드가 피고 등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준비한다는 등으로 군민이나 출향인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킴은 물론 국격이 훼손되는 등의 피해를 입힌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며 제명을 가결했다.

이에 A 전 의원과 B 전 의원은 법원에 제명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A 전 의원은 “가이드가 자신을 비롯한 초선의원들에 대한 험담에 동조하자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상해를 가하게 된 점, 그럼에도 A가 이유 없이 가이드를 주취폭행한 것으로 사실과 다르게 잘못 보도돼 언론으로부터 대대적인 지탄을 받은 점, 현지에서 가이드에게 피해보상금을 지급하고 원만히 합의한 점 등에 비춰 보면 제명 처분은 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주장했다.

B 전 의원은 “가이드에게 유흥업소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에도 그런 곳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고, 절대 유흥업소로 데려가 줄 것을 강요한 것은 아님에도 A의 폭행사건과 맞물려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는 이유만으로 제명 처분은 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구지방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만호 부장판사)는 11일 A 전 군의원과 B 전 군의원이 예천군의회를 상대로 낸 의원제명의결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며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제명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는 등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그 남용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의정활동의 일환인 해외연수 과정에서 A는 가이드에게 폭행행위를 했고, B는 해외연수의 목적과는 달리 가이드에게 접대부가 있는 노래방, 술집으로 데려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는 원고들이 지방의회 의원 선거권자의 수임자로서 본인은 물론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지방자치법에서 정한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품위유지의무 위반행위로 자신들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의 행위가 연일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원고들을 직접 뽑아준 예천군 지역 유권자들에 대한 커다란 실망감을 주고, 심지어 기초의회는 자질과 품격이 검증되지 않은 의원들로 구성됐다는 비판으로까지 번지게 해 피고의 대외적인 위상과 명예를 실추시킨 것은 물론 지방의회 제도의 존재 의의에 대한 불신마저 초래했다 할 것이므로 품위유지의무 위반의 정도가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관한 의결기관으로서 독립성과 자율권을 가지고,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징계는 의회의 질서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의원의 신분에 과하는 특별한 제재이므로, 징계 여부의 판단과 종류의 선택에 관한 결정은 지방의회의 독립성 및 자율권에 비추어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원고들을 제외한 의원 전원의 찬성(유효표 기준)에 의해 의결된 제명 처분에 대해 그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의회 기능의 회복이나 주민들의 신뢰 확보라는 공익상의 목적을 위해 제명 처분이 이루어졌다 할 것이고,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해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에 비추어 볼 때 제명 처분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없으며 평등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제명 처분으로 입는 불이익과 공익 사이에 중대한 법익의 불균형이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제명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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