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변호사모임(민변)은 9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에 대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0개의 범죄 혐의 중 9개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와 관련 민변 여성인권위원회(위원장 차혜령 변호사)는 논평을 통해 “이 사건은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드러나게 된 한국의 여러 ‘권력형 성폭력’ 사건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회적 논쟁과 토론을 야기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력 자체를 도구삼아 이루어지는 권력형 성폭력은 가시적인 폭력의 증거가 남지 않고,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거나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많은 의심과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민변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바로 이러한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위력이 현실적으로 행사되는 양상과 사건에 대한 안희정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항소심 판단의 정당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변은 “안희정 사건의 제1심 재판부는 ‘피해자다움’이라는 고정관념에 갇혀 범죄사실과 무관한 피해자의 행동이나 사건 이후에도 성실히 업무에 임했다는 점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사용했다”며 “그리고 ‘위력은 존재하나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위력의 인정범위를 좁게 해석함으로써 권력형 성폭력의 인정 범위를 축소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더구나 절차 진행에 있어서도, 안희정의 부인을 포함한 많은 증인들에 대한 신문절차를 공개재판으로 진행해 피해자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처해 있었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면서, 제1심 판결에서 보였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과 편견을 바로 잡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또한 ‘업무상 위력’의 해석에 있어서도, 위력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실제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을 요하지 않는다는 법리 및 안희정과 피해자 사이의 구체적인 위계적 관계를 바탕으로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을 인정했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결을 확정한 대법원의 판단을 매우 환영한다”고 밝혔다.

안희정 전 지사의 범행과 법원의 판단

민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직장 또는 그 밖의 다양한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성적 침해를 ‘성폭력’으로 보지 않고 하급자인 여성 노동자가 감내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회적 인식에도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현장에서의 여성이 이러한 왜곡된 성문화, 조직문화로 인한 성적침해 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바라보는 잘못된 사회적 편견과 비난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변은 그러면서 “우리 모임은 앞으로도 폭력에 맞서는 개인들의 용기를 지지하고 연대할 것이며,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사법기관 역시 왜곡된 피해자상(像)에서 벗어나 피해자의 현실적인 경험과 인식을 더욱 면밀하게 살피는 판단기준을 확립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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