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해경 항공기 조종사 양성 억대 교육비 반환…‘10년 근무 서약서’ 무효
법원, 해경 항공기 조종사 양성 억대 교육비 반환…‘10년 근무 서약서’ 무효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9.09.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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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경찰공무원으로 억대의 항공기 조종사 양성과정에 선발되면서 ‘10년 이상 근무할 것과 중도 포기시 교육비 일체를 반납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했는데 4년을 근무하고 경찰을 떠난 사건에서 법원은 서약서를 무효라고 판단했다.

공무원 인재개발법의 관련 법령의 규정에도 반하고,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상당히 제한하는 약정이기에 적법하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에서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09년 4월 해양경찰청 소속 경찰공무원(경위)으로 임용됐다.

해양경찰청장은 2011년 8월 ‘고정익 항공기’ 조종사 양성과정을 공고했다. 고정익 항공기는 날개가 동체에 고정돼 있는 항공기로서 회전익 항공기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A경위는 장기복무서약서를 작성해 제출하면서 조종사 양성과정에 지원했고, 최종 선발됐다.

A경위는 2011년 1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1년 11개월 동안 한국항공대학교에서 조종사 위탁교육을 받은 뒤 고정익 항공기 조종사 면허를 취득했다. 이후 2013년 10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약 4년 1개월 동안 항공단 등에서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했다.

해양경찰청장은 조종사 양성과정에 A경위를 위해 교육비, 여비 등 합계 1억 1900만원의 경비를 지출했다.

그런데 2015년 3월 경감으로 승진한 A씨는 2017년 11월부터 가사 휴직했다가, 2018년 1월 해양경찰청장에게 의원면직을 신청했고, 그해 3월 최종 의원면직됐다.

해양경찰청장은 “A씨는 해양경찰청 고정익 항공기 조종사로서 10년 이상 근무하고, 10년 이상 근무하지 않는 경우 조종사 양성과정에 지출된 교육비 등 소요경비 일체를 일시에 반납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했다”며 “공법상 계약 내지 사법상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A씨는 서약서에 기한 약정을 위반해 고정익 항공기 조종사 면허를 취득한 이후 약 4년 1개월만 근무하고 의원면직했다”며 “손해배상으로 조종사 양성과정에 지출한 1억 1900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반면 A씨는 “이 약정은 법률의 근거 없이 체결된 것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며, 국가공무원법, 노동법 등이 규정하는 재량의 범위를 초과하는 위법ㆍ무효의 계약”이라며 “따라서 원고는 이 약정에 근거해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맞섰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는 최근 해양경찰청장이 경찰을 떠난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9구합53334)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패소 판결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원고는 조종사 양성과정에 지원한 피고(A)에 대해 해양경찰청 고정익 항공기 조종사로서 10년 이상 근무하도록 복무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복무한 기간의 장단과 무관하게 지원받은 교육비 전액을 반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약정의 체결을 지원 요건으로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위와 같은 약정은 ‘최장 6년’의 범위 내에서 ‘훈련기간과 같은 기간’ 동안 복무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의무복무를 위반한 기간만큼 안분’한 소요경비를 반납하도록 규정한 강행규정인 공무원 인재개발법 및 시행령을 위반한 것이므로, 위 법령의 규정 범위를 초과하는 약정 부분은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약정에서 정한 복무의무 및 교육비 반환 부분은 공무원 인재개발법 규정 범위 내에서만 유효한 것인데, 피고는 2011년 1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1년 11개월 동안 고정익 항공기 조종사 위탁교육을 받았고, 이후 해양경찰청 항공단 등에서 2013년 10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4년 1개월 동안 항공기 조종사로서 근무했다”며 “훈련기간을 2배 이상 초과해 복무했으므로, 일부 유효한 약정을 기준으로 볼 때 복무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해양경찰청은 조종사 양성과정이 해양경찰청 고정익 항공기 조종사를 양성한다는 구체적인 공익 실현을 위해 거액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 교육훈련이므로 장기의 복무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제한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법률에 근거해야 하는데, 군인사법과 같이 조종사 양성과정과 관련해 교육훈련을 받은 국가공무원에 대해 장기의 복무의 의무를 부여하는 별도의 근거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이 조종사 양성과정의 공익적 측면만을 강조해 공무원 인재개발법의 관련 법령의 규정에도 반하고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상당히 제한하는 약정을 적법하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이 약정에 따른 복무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가 이를 위반했음을 전제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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