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로리더]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은 3일 “상고제도는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제도”라며 “현재 대법관 1인당 사건 수가 너무 많아 대법원이 상고사건을 제대로 심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상고심 제도의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현실적으로 대법원이 처리해야 할 사건 수가 너무 많아 개별 사건을 충실하게 심리하기 어렵고, 다양한 가치 기준과 이념을 고르게 반영한 보편타당한 사회의 가치 기준을 확립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하면서다.

좌측부터 임성택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서기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심의관인 유제민 판사, 민홍기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 대표), 성봉경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장, 최수환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 금태섭 국회의원, 이찬희 변협회장, 조응천 국회의원,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백상준 입법조사처 조사관, 이승윤 법률신문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법원행정처(처장 조재연),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상고제도 이대로 좋은가? - 충실한 재판을 위한 상고심 개선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인사말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인사말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은 인사말에서 “제가 여러 번 국회에서 심포지엄이나 세미나를 하면서, 오늘 방청객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상고제도는 일반적으로 피부와 와 닿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국회에서 하면 포스터를 보고 오시는 분들도 여럿 있는데, 오늘은 방청객이 많이 안 계신 것을 보면 국민적 관심이 별로 많지 않구나 생각이 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변협회장은 “그러나 상고제도는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제도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10초 재판’이라고 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예외적인 사건을 빼고는 대법관 한 분이 10초 정도에 (재판부) 합의가 끝난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고 대법원의 ‘10초 재판’을 언급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은 “국민들이 3심제를 받는 것은 실질적인 3심제를 받겠다는 헌법상의 3심제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헌법이 규정하는 3급 3심제를 제대로 실현하는 것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협회장은 “(상고심 제도 개선은)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에 대해서 극렬하게 반대했다. (그런데) 전국 회원(변호사)의 70%가 가입돼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상고법원을 지지하는, (변협과) 서로 엇갈리는 성명서를 발표해 혼란이 많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에서 상고법원, 고등법원 상고부, 대법관 증원, 정말 많은 논의들이 있는데,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안건들이 주제발표와 토론회를 통해서 제기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오늘 두 분 의원님이 참석했다. 원래 제가 의원들에게 공치사를 않는데, 두 분이 법조인 출신이고, 변협과 정말 많은 심포지엄과 세미나를 하신다. 항상 시의적절한 주제를 해줘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감사를 표시해 웃음을 줬다.

이찬희 변협회장의 공치사에 웃음과 박수로 화답하는 조응천 의원과 금태섭 의원
이찬희 변협회장의 공치사에 웃음과 박수로 화답하는 조응천 의원과 금태섭 의원

아울러 “방청객 여러분들도 정말 가장 국민의 관심이 있는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심포지엄에 참석하신 분들이니 행운이 함께 하길 빈다”고 말했다.

한편, 이찬희 변협회장은 토론자료집 축사에서 ‘10초 재판’에 대해 자세히 언급했다.

이 변협회장은 “10초 재판이라는 말이 있다. 한겨레신문이 상고법원의 민낯이라는 주제로 10조 재판의 현실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의 심리는 극소수 전원합의체 판결을 제외하면 10초여의 시간 동안 합의를 끝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어 “(대법원) 소부에 속한 사건은 대법관 4명이 합의 절차를 거치는데, 사건 별로 주심 대법관의 설명 시간은 3~4분을 넘기 힘들고, 합의할 사건의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합의에 임하게 된 다른 대법관들이 10여초 내에 이견을 제시하지 않으면 합의가 된 것으로 보고, 다음 사건으로 넘어간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협회장은 “이는 대법관별로 주어진 2~3시간 내에 100여건의 사건을 처리해야하다 보니 일어난 현상”이라고 짚었다.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 우제민 판사가 발표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 유제민 판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인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 유제민 판사에 따르면 ‘대법원 본안사건 접수 건수 추이’를 보면 2016년 4만 3694건, 2017년 4만 6412건, 2018년 4만 7979건이었다. 2018년의 경우 대법관 1인당 약 3998건을 처리한 셈이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와 관련해 이찬희 변협회장은 “현재 대법관 1인당 사건 수가 너무 많아 대법원이 상고사건을 제대로 심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라며 “대다수 국민과 법조인들은 상고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협회장은 “국민들은 헌법상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하급심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 잡아주고 사회변화에 맞는 판단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법원이 처리해야 할 사건 수가 너무 많기에 개별 사건을 충실하게 심리하기 어렵고, 다양한 가치 기준과 이념을 고르게 반영한 보편타당한 사회의 가치 기준을 확립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그는 “이제 상고제도의 문제는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있다. 상고심 개선은 대법원의 권위 유지나 업무 부담 감소의 관점이 아니라 철저하게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보장의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며 “즉 ‘어떻게 하면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과거 (양승태) 대법원은 개선책으로 상고법원 도입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2심(항소심)과 3심(대법원) 사이에 ‘상고법원’을 신설해 다수의 상고심 재판을 맡기고, 대법원을 전원합의체 위주로 운영해 사회의 규범적 가치를 제시하는 ‘정책법원’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구상이었으나 국민과 법조계의 지지를 얻지 못해 좌초됐고, 오히려 지나친 강행은 사법농단 사태의 한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 변협회장은 “또 다른 방안으로 고등법원 상고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고등법원 상고부 방안은 제17대 국회에서 정부안으로 제출됐으나, 법령해석 및 판례 통일의 어려움으로 인한 혼선 우려, 지역 연고주의에 따른 재판결과 불신 우려 등이 제기돼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고사건의 적정한 처리를 위해 대법관의 증원도 논의되고 있으나, 대법관 숫자가 늘어날수록 전원합의체 토론이 점점 불가능해지므로 대법관 증원만을 해결책으로 볼 것은 아니고, 상고심 제도 개선과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은 “이처럼 상고제도 개선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재판청구권,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충실히 구현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국민이 대법원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고, 대법원의 바람직한 역할이 현재의 제도 속에서 실현 가능한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변협회장은 “상고심 제도의 개선은 조속히 실행될 필요가 있지만, 한번 제도가 마련되고 나면 다시 변경하기가 어렵다”며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민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제도를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오늘 토론회가 상고제도 개선에 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회사 하는 금태섭 국회의원
개회사 하는 금태섭 국회의원

이날 토론회에서 금태섭 의원은 개회사를 하고, 조응천 국회의원과 이찬희 변협회장이 축사를 했다. 특히 최수환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토론회 좌장은 성봉경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장이 맡았고,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심의관인 유제민 판사가 주제 발표했다.

지정토론자로는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홍기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 대표), 백상준 입법조사처 조사관, 임성택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서기관, 이승윤 법률신문 기자가 참여했다.

오른쪽 맨앞에서 최수환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이 토론회를 경청하고 있다.
오른쪽 맨앞에서 최수환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이 토론회를 경청하고 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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