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한상균 “손배가압류는 영혼 파괴 악법…노동법원 시대적 요청”
민주노총 한상균 “손배가압류는 영혼 파괴 악법…노동법원 시대적 요청”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9.09.0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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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로리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쌍용차 회사와의 법정 투쟁 과정을 설명하면서 사법농단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정권의 재판거래를 질타했다.

특히 “손배가압류가 영혼을 파괴할 수 있는 악법”이라고 개탄하면서 “노동법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는 8월 3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2층 로비에서 ‘노동사건 전문법원 설치를 위한 시민대토론회’를 개최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법원공무원단체로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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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진행은 시사평론가(방송인) 김용민씨가 진행했고, 노동법원 설치 관련 법안을 10개나 발의해 ‘노동법원 아이콘’으로 불리는 김병욱 국회의원, 공인노무사 자격을 가진 김광준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장과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 그리고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김승하 KTX 열차지부 지부장이 참여했다.

김용민 진행자가 “이명박 정권부터 박근혜 정권까지 10년 동안 엄청나게 고행을 면치 못했는데, 만약 노동법원이 있었다면 달라졌을까요”라고 한상균 전 위원장을 소개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질문하는 김용민 진행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질문하는 김용민 진행자

한상균 전 위원장은 “달라졌겠죠”라면서 “저는 어마어마한 (법원) 건물 로비 중앙에서 우리 노동자들의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큰 진전이다. 공무원노조 법원본부가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은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렇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토론에 임해 참석자들을 웃기기도 하고, 침묵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제가 여기서 이야기할 때는 이웃집 따뜻한 아저씨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제 이름 석자를 알면 폭도니, 1급 수배자니, 나라를 어지럽히는 놈이니, 빨갱이니 이렇게들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2015년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하면서 참가자들을 선동해 경찰을 다치게 하고, 경찰버스를 파손한 혐의로 2016년 1월 구속 기소됐다. 한 위원장은 당시 서울 조계사 등에서 은신하다 그해 12월 자진해 경찰에 붙잡혔다.

한 전 위원장은 “여기 (법원에) 와서 재판을 수십 번 받다 보니, 참 이곳에 오는 느낌이 대단히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형사재판도 5~6개 남아 있다”고 한다.

토론하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토론하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 전 위원장은 “법은 모르지만, 제가 겪었던 일들이 조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첫째는 10년 전에는 (나를) 폭도라 했는데, 10년 후에는 국가가 사과를 했다. 그동안 나를 폭도라고 했던 분들이 부끄러워한다. 경찰청장이 사과를 했다. 국무총리가 저희에게 사과를 했다”며 “이런 상황임에도 이미 서른 명이 넘는 많은 동지들(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이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그렇지만 법원은 바뀌지 않고 있다. 국민의 80%가 노동자인데 노동법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재판을 받아보니까 억울한 부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고, 또 쌍용차도 (사법농단) 양승태가 (박근혜 정권과) 거래한 재판의 산물이다. 그리고 이것은 박근혜와 거래했던 정치재판이다. 그러면 과연 정치재판이 독립적으로 가능할 수 있는 것이냐가 핵심이다”라고 짚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그는 “두 번째 노동법에 미미점들이 많다. 노동법원을 통해서 허점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노동법원 설치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니까 우리가 요구해야 된다고 하는데, 이래갖고는 어림도 없다. 공약은 제대로 안 지킨다. 법원공무원들이 마음을 모으고, 판사들이 정말 진솔하게 모아서 노동법원에 대한 입장으로 의견서를 입법기관에 제출했을 때, 지금 정치권에서 (노동법원 설치에) 합의하는 것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제시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노동법원이 신속하게 합의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그러면서 쌍용차 해고노동자로서 사측과 겪은 법정공방 사례를 들어보였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저는 여기서 민사재판, 형사재판, 조정도 해봤다. 조정 얘기가 생각난다. 쌍용차 정리해고가 부당했다는 항소심 재판부가 조정을 요청했다. 조정에 들어갔는데,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뭐냐면 거기에 참석한 회사측 법률대리인과 경영진들의 입장과 태도였다. 그들은 ‘우리가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여기서 우리가 지더라도 대법원에 가면 반드시 뒤엎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재판 결과쯤은 아무 걱정하지 않는다. 시간은 우리 편이다’ 이런 이야기를 (조정실) 거기서 들었다”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그리고 나서 아니나 다를까. 양승태가 (재판) 거래한 상황도 있지만 결국은 그들의 뜻대로 대형로펌이 개입해서 정치재판을 이끌어 냈다. 이런 것을 봤고, 그들에 의해서 유무죄를 다투는 아무 논리적 근거가 없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이 된 것이다. 참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서 많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절망했고, 희망이 없기 때문에 목숨을 던져 버렸다”고 말했다.

먼저 떠난 동지들을 언급하며 입술을 굳게 다무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먼저 떠난 동지들을 언급하며 입술을 굳게 다무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이와 함께 손해배상과 가압류 얘기도 꺼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손배가압류가 여전히 5~6건이 남아 있다. 24억 짜리가 1심 재판에서 13억원으로 줄었다. 그런데 다시 대법원에 올라가니까 (재판 진행 중에) 이자가 붙어서 이십 몇 억으로 올라갔다. 또 회사에서 금속노조와 파업했던 (쌍용차 노동자) 개인에게 각각 100억씩 손배소를 걸었다. 합이 200억이다. 물론 노동자들에게는 1억이나 200억이나 숫자는 별 의미가 없다. 이래도 죽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말해, 방청객들의 씁쓸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은 “이러다가 (쌍용차) 회사가 2015년이 되니까 6년 만에 하나는 취소했다. 그래서 100억 소송이 남았는데 1심 재판부에서 33억원으로 깎아줬다. 그런데 다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금방 100억이 다 된다. 현재 80억원이 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자가 붙는다”고 말해다.

한상균 전 위원장의 얘기에 어이가 없어 큰 웃음을 짓는 김용민 진행자
한상균 전 위원장의 얘기에 어이가 없어 큰 웃음을 짓는 김용민 진행자

그러면서 “이렇게 민법으로 노동자들을 옥죄니까 수단이 없다. 그러니까 감옥 사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민주노총 조합원 중에 감옥에서 제가 제일 오래 살았다. 5년 반을 살았다. 기록 보유자다”라면서 “그런데 이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다. 문제는 이 손배가압류가 영혼을 파괴할 수 있는 악법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눈이 촉촉해진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눈이 촉촉해진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 전 위원장은 “(해고노동자) 그들은 이것에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다. 구상권으로 노동자들이 받았던 고통, 노조를 와해시키는 절대적인 무기로 작동한다. 시간의 문제도 괴롭지만 그 압박이 주는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털어놨다.

한 전 위원장은 “이런 것들이 전방위적으로 현재 노동법의 맹점이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앞이 안 보인다. 불가역적인 절대적인 무기를 사용자에게 또 하나 주는 것이다. 이런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 전 위원장은 “쌍용차 투쟁을 바라보면서 정말 부끄러운 것이 또 하나 있다. 뭐냐면 우리사회의 기득권 카르텔이 어마어마하게 무섭다는 것이다. 쌍용차 뒤에는 검찰이 있고, 법원이 있고, 거기다가 금감원이 있다. 외교부가 걸려 있다. 거기에 또 회계법원, 대형로펌이 걸려 있다. 이렇게 줄줄이 엮여있다 보니까 (노동자들이) 이들을 이길 재간이 없다. 법이라는 게 노동자들에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씁쓸해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한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노동법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다. 이 요청에 저도 제 마음을 담으러 왔다. 함께 힘 모아서 잘했으면 좋겠다”고 노동법원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김용민 사회자는 “역시 괜히 직선 민주노총 위원장이 아니다”고 호평했다.

회사측의 노동자를 상대로 한 손배소에 대해 한상균 전 위원장은 노동법원이 있다면 달리 판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토론회 사회자 김용민 시사평론가
토론회 사회자 김용민 시사평론가

이날 시민대토론회에서 조석제 법원본부장과 전국공무원노조 이상원 수석부위원장이 인사말을 했다. 전체 사회는 정진두 법원본부 사무처장이 맡았다. 이날 노동법원 설치 시민토론회는 토론자들의 열띤 토론으로 예정된 2시간을 넘겨 마무리됐다.

조석제 법원본부장
조석제 법원본부장
이상원 전국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
이상원 전국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
정진두 사무처장이 토론회 전체 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정진두 사무처장이 토론회 전체 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의 법원 지부에서 올라온 법원본부 간부들뿐만 아니라 순수한 일반시민들도 여럿 참석해 법원공무원들로부터 환영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토론회가 끝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참석자들 중 일부는 사진촬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토론회가 끝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참석자들 중 일부는 사진촬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노동사건 전문법원 설치를 위한 시민대토론회’는 향후 유튜브 김용민TV로 방송될 예정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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