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노동사건 전문법원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판사들의 73%가 노동쟁송절차 개선에 대한 해결책으로 ‘노동법원’의 신설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주목된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중앙현관 로비
서울법원종합청사 중앙현관 로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가 8월 31일 오후 2시 서울법원종합청사 2층 로비에서 ‘노동재판 과연 공정한가?’를 주제로 노동사건 전문법원 설치를 위한 시민대토론회를 개최한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법원공무원단체로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이날 시민대토론회는 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사회를 맡아 진행한다. 토론자로는 공인노무사 자격을 갖고 있는 김광준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장과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 노동법원 도입 관련 법률안 대표발의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한상균 전 민주노총위원장(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판사 출신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 김승하 KTX 열차지부 지부장이 참여한다.

앞서 지난 3월 27일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는 법원행정처(처장 조재연 대법관)와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협약 제20조(노동법원 설치) “노동사건의 전문화와 신속한 노동분쟁의 해소를 위해 노동사건을 전담하는 노동법원의 설치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6월 5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노동법원 설립을 위한 국회 토론회’

법원본부는 그 첫 과정으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조응천, 한정애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지난 6월 5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노동사건 전문법원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노동법원 설립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토론회 좌장은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아 진행했고, 주제 발표자로는 판사 출신으로 민주노총 법률원장인 신인수 변호사(법무법인 여는)가 ‘노동법원 쟁점과 도입 필요성’에 대해, 한인상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이 ‘노동법원 도입 관련 해외 사례와 시사점’에 대해 각각 발표를 했다.

지난 6월 5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노동법원 설립을 위한 국회 토론회’

토론자로는 법원행정처에서 추천한 이희준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법원노조에서는 김광준 서울중앙지부 부지부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장인 정병욱 변호사, 김영환 경총 노동정책본부 본부장,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추천한 최현희 변호사(법무법인 제이앤에스)가 참여했다. 그리고 조충현 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과장의 불가피한 일정으로 강승헌 고용노동부 사무관(변호사)이 대신 참석했다.

이런 가운데 사법정책연구원(원장 강현중)이 지난 6월 19일 발간한 ‘노동쟁송절차의 개선에 관한 연구’ 보고서(연구책임자 이종훈 연구위원)가 눈길을 끈다. 특히 노동법원 신설 등 관련 쟁점들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생생하게 담았기 때문이다.

사법정책연구원은 미래의 사법부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모습을 정책적으로 설계하기 위해 2014년 1월 대법원 산하에 설립된 연구기관으로서, 사법제도 및 재판제도의 개선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보고서 서론에서 “이번 연구를 위해 노동쟁송절차에 대한 기존의 논문, 보고서 등 문헌을 검토했고, 서면 또는 대면 인터뷰를 통해 학계, 법조계, 노동위원회 등 노동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또한 노동법원 신설 등 노동쟁송절차의 개선과 관련된 쟁점들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인식과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 판사들을 상대로 이메일을 통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노동분쟁은 그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일반 민사분쟁에 대한 사법절차와는 차별화되는 전문적 쟁송절차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개별적 노동분쟁의 사법적 해결이 일반 민사법원에서 다른 사건들과 동일한 소송절차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고, 행정기관인 노동위원회는 원칙적으로 사법적 기능에 속하는 개별적 노동분쟁, 특히 부당해고에 대한 심판까지 담당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처럼 노동분쟁이 노동위원회와 일반법원에서 이원적으로 처리됨에 따라 절차의 중복으로 인한 분쟁해결의 장기화 및 각 기관 간 처리결과의 상충으로 인한 국가기관의 신뢰 저하 등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전문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 특히 법원의 경우 시시각각 변화하는 노동 현장의 분위기를 시의적절하게 수용하지 못하는 한계 등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존의 노동위원회 제도를 개선하거나 노사대표가 노동재판에 참여하는 형식의 참심형 노동법원을 신설하자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특히 근래에 들어 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고,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 등을 통해 국민참여재판을 민사재판에까지 확대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참심형 전문법원으로서의 노동법원의 도입 논의는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판사 출신 신일수 변호사와 이희준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노동법원 설치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토론회에서 판사 출신 신일수 변호사와 이희준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노동법원 설치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민사소송절차는 당사자 대등주의 원칙에 입각해 있는데, 그러한 민사소송절차를 노동분쟁에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노동법에 의해 확보된 근로자의 권리가 소송절차에 의해 형해화 될 위험이 크다”며 “따라서 노동분쟁 해결절차에서는 단순히 형식적ㆍ기계적 공정성만을 추구하기보다는, 노사 간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힘의 불균형을 고려해 상대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근로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통해 당사자 사이에 실질적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한 “노동분쟁의 해결이 장기화될 경우 근로자와 그 가족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게 되므로, 노동분쟁은 최대한 신속하게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노동 분쟁 해결절차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사건이 종결 될 수 있도록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한편 노동분쟁에서 근로자는 사용자에 비해 경제적으로 취약하므로, 노동분쟁의 해결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면, 근로자들로서는 사용자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당하더라도 비용의 부담을 우려해 권리 구제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노동분쟁 해결제도는 근로자들이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우리나라에는 노동분쟁 해결기관으로 노동위원회가 있다. 노동위원회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사용자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공익을 대표하는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행정관청으로서 노사 간의 이익분쟁 및 권리분쟁에 대한 조정과 판정을 주업무로 하는 독립적 준사법기관이다.

노동위원회 심판제도의 여러 가지 장점 중 근로자들이 큰 경제적 부담 없이 구제 절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한계와 문제점도 존재한다고 한다.

현재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사건에 대한 심판기능을 담당하고 있는데, 노동위원회와 같은 행정위원회가 본질적으로 사법작용에 속하는 권리분쟁에 대한 심판을 담당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노동위원회의 심판기능은 법률의 해석과 적용에 관해 판단하는 사법작용에 속하는데, 법원에 의한 엄격한 법의 해석ㆍ적용ㆍ집행을 통해 실현되어야 할 부당해고의 구제를 행정위원회가 담당함으로써 법률분쟁을 정책적 판단에 의해 해결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사건을 법원이 아닌 행정위원회가 담당하는 것은 노동위원회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 등의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매우 특이한 입법례”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한 노동사건의 법리적 쟁점이 복잡해지면서 전문성이 부족한 공익위원의 경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현재 중앙노동위원회 내부기준인 ‘심판위원회 구성 및 운영기준’에 따르면, 심판위원회를 구성할 때 1명 이상의 법학전문가(법조인, 법 학교수)가 포함되도록 하고 있으나, 법학전문가라 하더라도 노동법에 정통한 법학전문가가 아닐 경우 심판의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노동위원회 심판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절차의 중복으로 인한 권리구제의 지연에 있다”고 짚었다.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이 있을 경우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가 초심판정을 하고, 이에 불복이 있을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재심판정을 한다. 재심판정에 불복이 있는 당사자는 중노위 위원장을 피고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고, 그 판결에 대한 항소심은 고등법원, 상고심은 대법원이 담당한다.

이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구제신청 사건은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종결이 되지만, 당사자가 계속 노동위원회의 판정과 법원의 판결에 불복할 경우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 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이 사실상 5심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확정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 경우 일반민사소송을 통해 3심의 판단을 받는 것보다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지노위(1심) → 중노위(2심) → 1심 행정법원(3심) → 2심 항소심(4심) → 상고심 대법원(5심)을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5심 판단이라는 얘기다.

또한 노동위원회 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을 별도의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당사자가 지노위와 중노위의 심판절차 및 그 후속절차를 진행함과 동시에 또는 종결 이후에 민사소송도 진행할 경우, 동일한 사안에 대해 노동위원회와 법원이 각기 다른 결론을 내놓을 수도 있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이 경우 당사자들에게 법적 해석에 대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노동위원회와 법원 모두에 대한 불신을 불러올 수 있다. 비록 소수의 사건에 해당되는 문제이긴 하나, 위와 같은 문제로 인해 오히려 노동분쟁의 해결이 더 지연되고 법적 혼란마저 야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현재 노동분쟁사건은 일반법원과 행정법원에서 처리되고 있다. 일반법원은 해고무효확인청구사건이나 임금청구사건, 산업재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등 노동관계로 인한 민사사건을 담당한다.

반면 행정법원은 중노위의 재심판정(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사건, 차별시정신청사건 등)에 대한 취소소송, 산업재해 또는 공무상 재해보상 관련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 및 노동 관련 행정관청의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 등을 담당한다.

노동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각급 법원에는 노동사건 전담재판부와 노동전문조정위원회가 운영되고 있고, 법원 내 연구모임으로 노동법분야 연구회가 활동하고 있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법원에 대한 비판 중 가장 큰 부분은 노동사건을 다루는 법관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전국 각 법원에 노동사건 전담재판부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으나, 법관들이 약 2년 정도 전담재판부에서 근무하다가 인사이동을 하거나 사무분담이 변경되기 때문에 노동사건을 처리하기에 충분한 전문성을 축적하는 데에는 기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따라서 애초부터 노동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고 노동 관련 사건을 많이 처리해본 경험이 있는 법조인을 노동전문 법관으로 임용하거나 임용 후에도 장기간에 걸쳐 노동사건을 담당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법관의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지노위와 중노위에서 판정을 받은 사건이 행정소송까지 거칠 경우 실질적으로 최대 5심을 받은 후에야 구제명령이 확정되고, 이를 모두 거친 후에도 사용자가 임의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들로서는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등 절차의 중복으로 인한 분쟁해결의 지연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는 단지 법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노동분쟁해결 시스템의 문제라 할 것이나, 이런 이유로 노동분쟁 해결기관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노동위원회 구제절차의 경우 구제신청 비용이 없고 무료 국선대리인(변호사, 공인노무사)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반면, 법원에서의 분쟁해결절차는 상대적으로 인지대와 변호사비용을 포함한 소송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근로자들로서는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최근 나홀로 소송에 대한 지원책이 강화되고 있으나, 부당해고사건 등 사안이 복잡하고 법리적 논쟁이 치열한 사건에 있어서 근로자들이 변호사의 조력 없이 재판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고, 패소 시 부담하게 될 소송비용도 근로자들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며 “따라서 노동소송에 대한 특례규정으로 소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노동법원이라는 사법기관을 통해 노동분쟁을 해결하는 전형적인 사법형 노동분쟁 해결체제를 갖추고 있다. 독일의 경우 3심까지 전문법원인 노동법원이 노동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반면, 프랑스는 노동법원이 1심만 담당하고 항소심 및 상고심은 일반법원이 담당하고 있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이원화된 노동분쟁 심판기관을 하나로 통일할 필요성이 있는 점, 매년 노동위원회와 법원에 접수되는 노동사건의 수가 적지 않고 현대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노동분쟁도 날로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는 점, 현재 법원 내부에 존재하는 노동사건 전담재판부만으로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노동사건을 처리하기에 부족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현 상태에서 노동법원을 신설할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노동법원을 도입할 경우 여러 가지 쟁점들이 존재한다. 우선 노동법원의 재판부를 직업법관만으로 구성할 것인지, 노사대표인 참심관을 참여시킬 것인지가 가장 큰 쟁점이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완전참심형 재판부 구성에 대해서는 현행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존재한다”며 “현행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완전참심형보다는 준참심형으로 재판부를 구성하는 방안이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의견을 냈다.

완전참심제 형태는 노사대표인 참심관이 직업법관과 완전히 동일한 지위에서 심문에 참여함은 물론 최종 합의과정에도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준참심제 형태는 노사대표인 참심관이 심문과정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으나, 최종적인 합의과정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는 못하고, 직업법관만이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향후 노동법원이 신설될 경우 노동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 하면서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의 노동위원회를 전문적인 조정기관으로 탈바꿈시키고 노동위원회로 하여금 노동법원 제소 이전단계의 사전화해절차를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이종훈 연구위원은 “노동법원의 신설과 함께 논의되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은 노동사건의 특성에 맞는 소송절차의 정비”라며 “노동법원은 경제적 약자이자 법률적 지식 도 부족한 근로자들이 신속하고 간이하면서도 공정한 절차를 통해 노동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원인 만큼, 이러한 노동법원의 도입 목적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하여 노동사건에 특화된 소송절차상의 특례규정도 함께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한 방안으로 △답변서 제출기간을 줄이는 등 분쟁해결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방안 △ 제1심 판결문의 작성을 간이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근로자의 편의성을 증대하기 위해 인터넷이나 구두에 의한 소송 제기도 가능하게 하는 등 제소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 공휴일이나 야간에도 재판을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한편, 이종훈 연구위원은 노동재송절차의 개선에 관한 판사들의 인식도 조사했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위해 2019년 3월 14일 전국에 재직 중인 판사들 중 2609명(대법원장, 대법관 제외)에게 이메일로 질문지를 송부해 12.19%인 318명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설문에 응한 전체 판사 318명 중 노동사건을 처리해본 판사들의 비율은 79.6%(253명)로서, 대다수의 판사들이 노동사건을 처리해본 경험이 있었다. 그 중 노동사건 전담재판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판사는 33%(105명)에 이르렀다.

설문 결과 현재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현행 노동쟁송절차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에 관해서는 판사들의 대다수인 79.9%가 공감하고 있었다. 노동사건 전담재판부 근무경험이 있는 판사의 경우 83.8%가 공감했다.

또한 노동쟁송절차 개선에 대한 해결책으로 노동법원을 신설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사 73.6%(노동사건 전담재판부 근무경험 있는 판사의 84.8%)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이처럼 대다수의 답변자(판사)들은 노동법원의 신설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노동법원 신설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234명의 판사들은 그 이유에 대해 ①‘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현행 노동쟁송절차를 노동법원으로 통일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분쟁해결을 도모할 필요가 있으므로’(82.5%), ②‘노동사건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 별도의 전문법원에서 특수한 절차에 따라 처리 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79.5%), ③‘현재의 일반법원은 노동사건을 처리하기에 전문성이 부족하므로’(39.7%), ④‘노사대표가 재판에 참여하는 참심형 노동법원을 도입하여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 시민의 사법참여를 보장할 필요가 있으므로’(35.5%)의 순 으로 답변했다.

한편 노동사건 전담재판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판사들 중 노동법원 신설이 필요하다고 답변한 응답자 88명은 그 이유에 대하여, ①‘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현행 노동 쟁송절차를 노동법원으로 통일하여 신속하고 효율적인 분쟁해결을 도모할 필요가 있으므로’(88.6%), ②‘노동사건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 별도의 전문법원에서 특수한 절차에 따라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76.1%), ③‘노사대표가 재판에 참여하는 참심형 노동법원을 도입하여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 시민의 사법참여를 보장할 필요가 있으므로’(38.6%), ④ ‘현재의 일반법원은 노동사건을 처리하기에 전문성이 부족하므로’(36.4%)의 순으로 답변했다.

반면 노동법원의 신설이 불필요하다고 답변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에 대하여, ①‘기존의 노동사건 전담 재판부를 통해서 충분히 노동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 할 수 있으므로’, ②‘노동법원을 신 설해야할 만큼 노동사건의 특수성이 강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③ ‘노동법원에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참심제가 도입될 경우 그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④‘노동법원을 신설해야할 만 큼 노동사건의 수가 많지 않으므로’의 순으로 답변했다.

대체로 노동사건 전담재판부 등 기존의 제도를 통해 충분히 노동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므로 노동법원을 따로 신설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었고, 노동법원 신설이 필요할 정도로 노동사건의 수가 많지 않다는 의견은 25% 이하에 머물렀다.

노동법원의 재판부 구성형태 중 완전참심제(노사대표인 참심관이 노동재판의 심리과정뿐만 아니라 합의 과정에도 참여해 직업법관과 동일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형태)에 대해서는, 판사의 87.1%에 이르는 압도적 다수가 헌법 제27조 제1항(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에 위배된다는 답변을 했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현행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완전참심제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판사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봤다.

설문에 응답한 판사들 의견

노동법원 신설시 노동전문법관제도(장기간, 예를 들면 5년 이상의 기간 동안 노동법원에서만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응답한 판사 78.6%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다만 ‘노동전문법관제도가 도입될 경우 노동전문법관으로 지원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36.2%만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노동사건 전담재판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판사들(52.4%)의 경우 전체 응답자들(36.2%)에 비해 노동전문법관에의 지원의사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노동쟁송절차는 행정적 구제기관인 노동위원회와 사법적 구제기관인 법원으로 이원화되어 있고, 특히 사법적 구제의 경우 노동사건에 특화된 전문법원이 아닌, 일반적인 민사소송 또는 행정소송의 절차법이 그대로 적용되는 일반법원에서 노동분쟁이 처리되고 있으며, 각 기관의 전문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도 존재한다”며 “특히 권리구제절차의 이원화, 심판기관의 분리로 인한 절차의 중복과 분쟁해결의 장기화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사건에 특화된 소송절차상의 특례, 전문법관을 포함한 전문성 있는 인력의 배치, 노사직능대표로서의 참심관의 재판참여 등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전문법원인 노동법원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최근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민의 사법참여를 확대하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고 있는 듯하다. 현재 형사재판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확대해 민사재판에도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 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그 중에서도 특히 노동사건에 특화된 참심형 노동법원을 신설하는 것은, 재판과정에서 사용자와 근로자의 직능대표인 참심관의 의견을 청취함으로써 재판의 전문성을 높이고 노동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시의적절하게 재판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시민의 사법참여라는 시대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노동법원을 신설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을 통한 사회적 합의와 국회에서의 입법이 필요한데, 노동문제와 관련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대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동법원을 신설하기 위해서는 노동계와 경영계, 법조계 등 관련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활발한 대화와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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