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한 의료법 조항(이른바 ‘1인 1개소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의료인으로 하여금 둘 이상의 의료기관 운영을 금지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 중 ‘운영’ 부분 및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벌칙조항(구 의료법 제87조)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2014헌바212)

헌법재판소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 헌재는 “‘운영’의 사전적 의미와 이에 대한 법원의 해석, 의료법 개정의 취지 및 규정 형식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금지하는 ‘의료기관 중복운영’이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해 존폐ㆍ이전, 의료행위 시행 여부, 경영사항에 관해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그 구체적인 내용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ㆍ적용에 의해 보완될 수 있다”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 헌재는 “이 법률조항은 의료인으로 하여금 하나의 의료기관에서 책임 있는 의료행위를 하게 해 의료행위의 질을 유지하고, 지나친 영리추구로 인한 의료의 공공성 훼손 및 의료서비스 수급의 불균형을 방지하며, 소수의 의료인에 의한 의료시장의 독과점 및 의료시장의 양극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법률조항이 금지하는 중복운영방식은 주로 1인의 의료인이 주도적인 지위에서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지배ㆍ관리하는 형태”라며 “이러한 형태의 중복운영은 의료행위에 외부적인 요인을 개입하게 하고, 의료기관의 운영주체와 실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을 분리시켜 실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에게 종속되게 하며, 지나친 영리추구로 나아갈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에 입법자는 기존의 규제들만으로는 효과적으로 규제하기에 부족하다고 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을 도입한 것”이라며 “위반 시의 법정형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의 선고가 가능하도록 상한만 제한하고 있어, 형벌의 종류나 형량의 선택폭이 과도하게 제한돼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 외에 의료의 중요성, 우리나라의 취약한 공공의료의 실태, 의료인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할 때 의료계 및 국민건강보험 재정 등 국민보건 전반에 미치는 영향,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적정한 의료급여를 보장해야 하는 사회국가적 의무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뢰보호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 헌재는 “이 법률조항으로 인해 침해되는 의료인의 신뢰이익이,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 나아가 국민건강상의 위해를 방지한다는 공익에 우선해 특별히 헌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 법률조항은 신뢰보호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평등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 헌재는 “이 법률조항은 수범자를 의료인으로 한정해, 의료법인 등은 위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고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의료법인 등은 설립에서부터 국가의 관리를 받고, 이사회나 정관에 의한 통제가 가능하며, 명시적으로 영리추구가 금지된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처럼 의료인 개인과 의료법인 등의 법인은 중복운영을 금지할 필요성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의료인과 의료법인 등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된다”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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