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9일 한국도로공사와 통행료 수납업무 용역계약을 체결한 외주사업체 소속 수납원들이 ‘불법파견’을 주장하며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을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17다219072)

이 판결은 한국도로공사의 외주사업체 소속으로 근무한 수납원들과 도로공사 사이에 파견근로관계가 인정된다는 제1심과 원심(2심)의 일치된 판단을 수긍한 사안으로, 요금수납원들의 손을 들어주었던 하급심 판결을 확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원고(요금수납원)들과 피고(한국도로공사) 직원은 상호 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를 통해 업무를 수행했고, 피고는 업무 범위를 지정하는 것을 넘어 규정이나 지침 등을 통해 원고들의 업무수행 자체에 관해 지시를 했다고 볼 수 있으며,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처리 과정에 관여해 관리ㆍ감독했다고 볼 수 있고, 원고들과 피고 영업소 관리자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업집단으로서 피고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한 점 등을 들어 원고들과 피고가 파견근로관계에 있다고 본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청사

대법원 판결 직후 한국도로공사(사장 이강래)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법원의 근로자지위확인 판결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로공사는 “용역사를 통한 수납업무가 불법파견이었다는 대법원의 판결결과를 존중하며, 오늘 판결 결과에 따라 한국도로공사 직원으로 의제되거나 한국도로공사에 채용의무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이에 필요한 후속조치를 바로 준비해 나갈 것이며, 이와 관련된 세부적인 내용은 9월초 기자설명회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도로공사는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를 설립해 요금수납원을 지난 7월 1일 자로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했다. 나머지 1500여 명은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고 직고용을 요구해 왔다.

요금수납원들은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도로의 각 요금소에서 수납원으로 근무했다. 도로공사는 과거 수납원을 직접 고용했으나, 수납업무 외주화를 시작해 2008년 12월 모든 영업소의 외주화가 완료됐다.

한국도로공사는 자사의 퇴직직원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해 오다가, 점차 공개입찰을 통해 외주사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을 확대했다.

수납원들은 도로공사와 통행료 수납업무 용역계약을 체결한 외주사업체 소속으로, 통행권 발행ㆍ회수와 통행료 수납업무, 하이패스 관련 업무, 제한 차량 관련 업무, 미납차량 적발 업무 등을 수행했다.

요금수납원들은 “자신들은 피고(사용사업주)에 대한 관계에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파견근로를 제공했는데, 외주사업체(파견사업주)가 파견허가를 받지 않았으므로 이는 불법파견에 해당하고, 따라서 파견법에 따라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거나(직접고용간주) 또는 피고에게 원고들을 고용할 의무가 있다(직접고용의무)”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제1심은 요금수납원에게 승소 판결했고, 항소심(서울고등법원)도 한국도로공사의 항소를 기각하며 요금수납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한국도로공사가 대법원에 상고한 사건이다.

사건의 쟁점은 원고(요금수납원)들과 피고(한국도로공사)가 파견근로관계에 있는지 여부다. 한국도로공사는 파견근로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파견법상 직접고용간주되거나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이후 근로자가 외주사업체로부터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한 경우, 그로 인해 이미 발생한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 효과가 소멸하는지 여부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청사

대법원 재판부는 “원고들은 파견근로자로 인정된다”며 한국도로공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들과 피고 직원은 상호 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를 통해 업무를 수행했고, 피고는 업무 범위를 지정하는 것을 넘어 규정이나 지침 등을 통해 원고들의 업무수행 자체에 관해 지시를 했으며,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처리 과정에 관여해 관리ㆍ감독했다”고 밝혔다.

또 “원고들과 피고 영업소 관리자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업집단으로서 피고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원고들은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외주사업체가 원고들에 대한 근무태도 점검, 휴가 등에 관한 사항을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들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과 훈련은 피고 또는 피고의 지역본부의 주관 아래 실시됐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각종 지침을 통해 원고들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비전형적인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등 용역계약의 목적 또는 대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외주사업체는 대체로 용역계약을 체결하기 직전까지 피고의 직원이었던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피고의 통행료 수납업무에 관한 외주화 과정을 통해 비로소 형성돼 피고의 통행료 수납업무의 수행만을 위해서만 존재하고 피고만을 상대로 사업을 영위했다”며 “외주사업체는 대부분 별도의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고, 피고 영업소 운영을 위해 별다른 자본을 투자하지 않으며, 특별한 사업경영상의 위험을 부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쟁점에 대해 재판부는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의 성립이 간주되거나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후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에 대한 관계에서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직접고용간주나 직접고용의무와 관련된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고자 하는 의사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파견법상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공보관실은 “이 판결은 원고용주가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법리를 재확인하고, 이에 따라 원고들의 파견근로관계를 긍정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 쟁점에 대해서도 “파견법에 따라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이후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에 대한 관계에서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직접고용간주나 직접고용의무와 관련된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법리를 최초로 판시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