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로리더]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당연히 처벌해야 하지만, 사실에 대한 표현의 자유 영역은 민사상 손해배상의 영역이지 국가의 처벌로 해결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며 형법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폐지 입장을 나타냈다.

좌측부터 양소영 변협 공보이사, 추창현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 김재현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손형섭 경성대 법대교수, 여운국 대한변협 부협회장, 김종철 한국언론법학회 회장, 금태섭 국회의원, 이찬희 변협회장, 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성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종필 내일신문 정치팀장, 손지원 (사)오픈넷 변호사

2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은 금태섭 국회의원과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언론법학회(회장 김종철)와 한국기자협회(회장 정규성)가 공동 주관했다.

개회사하는 금태섭 의원
개회사하는 금태섭 의원
김종철 한국언론법학회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김종철 한국언론법학회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금태섭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이찬희 변협회장이 환영사를 했으며, 김종철 한국언론법학회 회장이 축사를 했다. 김종철 회장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특히 조상희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좌측부터 조상희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금태섭 국회의원, 이찬희 변협회장
좌측부터 조상희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금태섭 국회의원, 이찬희 변협회장

이날 심포지엄 사회는 대한변협 공보이사인 양소영 변호사가 진행했고, 좌장은 여운국 대한변협 부협회장이 맡았다.

심포지엄 사회를 진행하는 양소영 변협 공보이사, 좌장을 맡은 여운국 변협 부협회장
심포지엄 사회를 진행하는 양소영 변협 공보이사, 좌장을 맡은 여운국 변협 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은 환영사에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비범죄화에 대해서는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사안”이라며 “우리가 남이 듣기 좋을 말을 할 자유도 있지만, 남이 듣기 싫은 말을 할 자유도 역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변협회장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실질적인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것을 처벌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라며서 “오늘 찬반양론에 대한 좋은 의견을 청취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찬희 변협회장이 환영사를 하며 발제자 교수들의 성함의 한글자 차이를 언급해 웃음을 줬다.
이찬희 변협회장이 환영사를 하며 발제자 교수들의 성함의 한글자 차이를 언급해 웃음을 줬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오늘 주제발표를 하시는 두 분 교수들의 함자가 한 글자 차이다”라고 유머러스하게 언급해 토론회장에는 큰 웃음이 터졌다.

주제발표는 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문제점과) 비범죄화 방안’을 주제로, 김성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비범죄화 문제’에 대해 주제 발표했다.

발제자 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제자 김성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정토론자로는 추창현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 손형섭 경성대 법과대학 교수, 김종필 내일신문 정치팀장, 손지원 (사)오픈넷 변호사, 김재현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찬희 변협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찬희 변협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한편, 이찬희 변협회장은 토론회 자료집에서 “최근 미투 운동과 관련해 진실을 말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재조명되고 있다”며 “성폭력 피해자나 각종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자 하는 이들이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역고소 돼 형사처벌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사생활에 대한 공연한 적시로 기본권을 침해할 위험성이 적지 않고, 우리나라에는 아직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같이 형벌을 대체할 유효적절한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면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반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형법 규정이 피해자가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을 막는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해자에 동조하는 사람이나 다른 제3자가 피해자의 신상정보나 피해사실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다니고 피해자의 과거 행실, 성 이력 등에 관해 사실에 기반한 내용으로 2차 피해를 가할 경우에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막의 역할도 동시에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고 전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은 “하지만, 사실적인 명예훼손죄는 헌법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상충하는 면이 있다. ‘표현의 자유’의 핵심은 ‘타인이 듣기 좋은 말을 할 자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듣기 싫어하는 말도 할 수 있는 자유’에 있기 때문”이라며 “현행 형법에 따르면 오로지 ‘공익 목적’임을 인정받으면 처벌을 면할 수 있지만, 그 ‘공익성’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변협회장은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법은 이제 수정되어야 한다. 인권 보호의 출발은 익숙한 것을 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라며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당연히 처벌해야 하지만, 사실에 대한 표현의 자유 영역은 민사상 손해배상의 영역이지 국가의 처벌로 해결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를 경청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한편, 이찬희 변협회장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와 존치의 논의에 있어서 오늘날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사이버 공간에서의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네티즌끼리 언어를 매체로 시간과 공간의 개념 없이 정보가 무한하게 퍼져나간다”며 “가령 에이즈와 같은 병력, 전과사실 등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이 인터넷이나 SNS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세상에 알려질 경우, 전파 속도와 범위는 광범위한 반면 이미 알려진 정보는 회수할 수 없어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짚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 변협회장은 “존치론, 폐지론 어느 입장에 서든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전파가능성과 피해의 양상을 고려해 다양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존폐에 관한 여러 법률적, 사회적 쟁점들 및 대안 방법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해보자는 취지에서 오늘 심포지엄을 공동으로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은 “오늘 심포지엄을 통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살펴보고, 여러 관계자 분들의 의견을 수렴ㅇ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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