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SOGI법정책연구회(성적지향ㆍ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는 21일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부모동의서 요구 않겠다’는 대법원예규 개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SOGI법정책연구회는 성적지향(Sexual Orientation), 성별정체성(Gender Identity)과 관련된 인권 신장 및 차별 시정을 위한 법제도ㆍ정책 분석과 대안 마련을 위해 2011년 발족한 연구회로, 국내외 변호사 및 연구자들로 구성돼 있다.

지난 8월 19일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 개정 예규를 공개했다. (대법원가족관계등록예규 제537호)

해당 개정예규는 트랜스젠더(성전환자)가 성별정정신청 시 신청서에 첨부해야 하는 서류에서 ‘부모의 동의서’를 삭제하는 내용이다.

2006년 대법원예규가 제정된 후 13년 만에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에 있어 더 이상 부모의 동의가 필수적으로 요구되지 않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인천가정법원 제1가사부(재판장 정우영 부장판사)는 지난 7월 1일 부모의 동의가 성별정정에 필수가 아님을 설시하면서 트랜스젠더 여성의 성별정정을 허가한 바 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이와 관련, SOGI법정책연구회(성적지향ㆍ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대법원예규는 2006년 제정 당시부터 성별정정신청 시 부모의 동의서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성인에게만 성별정정을 가능하게 하면서 부모의 동의까지 요구하는 것은 트랜스젠더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부모의 동의서 요구는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2004스42)에 성별정정을 위한 요건으로 설시한 내용이 아니고, 성년의 성별정정에 부모의 동의를 요구하는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개선이 요구됐다”고 지적했다.

SOGI법정책연구회는 “무엇보다 사회적 낙인 등으로 부모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트랜스젠더들이 많은 현실에서 부모의 동의를 필수로 요구하는 것은 성별정정에 큰 장벽이 돼 왔다”고 전했다.

2014년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한국 LGBTI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SOGI법정책연구회 수행)’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응답자의 28.4%가 법적 성별 정정 시 부담으로 ‘부모의 동의서를 받을 수 없는 점’을 꼽았다.

또한 2018년 트랜스젠더 성별정정경험 조사(희망을 만드는 법 수행)에서도 45.7%가 부모의 동의서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SOGI법정책연구회는 “그렇기에 이번 대법원예규 개정은 이러한 트랜스젠더들의 구체적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 권리를 보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높이 평가했다.

SOGI법정책연구회는 “이번 예규개정을 통해 트랜스젠더가 성별정정 신청 시 느끼는 부담이 완화됐지만 아직 개선돼야 할 부분들은 많이 있다”며 “신체침습적인 외과수술 요구, 심문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불명확한 성별정정절차 등 트랜스젠더의 자기결정권,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법원예규의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짚었다.

연구회는 “그렇기에 대법원이 이번 예규계정을 계기로 트랜스젠더의 기본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SOGI법정책연구회는 “나아가 2006년 이후 지금까지 방관해 온 국회와 정부 역시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트랜스젠더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성별정정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로리더 신혜정 기자 shin@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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