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승소하면 소송비용 등은 승소금에서 환수한다는 위임계약을 맺었는데, 소송수행 과정에서 변호사의 귀책사유로 위임계약이 해지됐더라도 변호사가 이미 지출한 소송비용 등은 의뢰인이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2년 4월 분양사들을 상대로 아파트 하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A변호사(원고)와 소송위임계약을 체결했다.

A변호사는 위 소송을 수행하기 위해 인지대 45만 9000원, 송달료 18만 3600원, 교통비, 도서인쇄비 등 기타비용 220만원 합계 284만원을 지출했고, 입주민 세대로부터 손해배상채권을 양도받는 절차를 진행했다.

A변호사는 하자진단조사업체로 선정된 회사에 하자진단비로 3300만원을 지급하고, 이후 업체는 이 아파트 세대 중 668세대에 대한 세대전수하자조사를 실시한 다음 하자조사보고서를 작성해 입주자대표회의에게 제출했다.

그런데 입주자대표회의는 2013년 5월 A변호사에게 세대전수하자조사 미흡 및 하자조사보고서 부실 작성 등을 이유로 위임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A 변호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해지했으므로 대납한 소송 관련 비용 3584만원과 성공보수금, 입주자대표회의가 빌려간 차용금 1억원 등을 지급하라”며 약정금 소송을 냈다.

위임계약을 보면 위임사무를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인지대, 송달료 등 소송관련 비용 일체를 A변호사가 대납하되, 대납한 소송비용 등은 성공보수에 포함되지 않고 승소금에서 우선 환수한다고 약정했다.

특히 입주자대표회의가 임의로 위임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한 경우에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승소한 것으로 보고, A변호사에게 보수 전액과 대납한 소송관련 비용 전액을 지급한다고 약정도 담겼다.

1심은 A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A변호사 아파트에 관한 세대전수 하자조사를 게을리 해 입주자대표회의가 위임계약을 정당하게 해지했다”며 성공보수금 및 소송비용 3584만원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입주자대표회의가 A변호사에게 빌린 차용금 1억원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갚으라고 판결했다.

이에 A변호사가 상고했고,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지난 14일 A변호사가 의뢰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소송 상고심(2016다200538)에서 원고 패소부분 중 소송비용 및 하자진단비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위임계약이 비록 수임인인 원고의 귀책사유로 위임사무 처리 도중에 해지돼 종료됐다 하더라도, 원고가 선행소송의 수행을 위해 입주민 847세대(전체 세대의 약 78%)로부터 손해배상채권을 양도받았고, 세대하자전수조사를 실시한 세대가 668세대(전체 세대의 약 61.6%)에 이르는 등 위임사무 처리를 위해 기울인 노력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이 처리된 사무가 피고에게도 상당한 이익인 것으로 보이므로, 위 소송비용 합계 284만원 및 하자진단비 3300만원은 원고가 위임계약 종료 당시까지 이행한 사무처리를 위해 필요한 상당한 비용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피고는 민법 제688조 제1항에 의해 원고에게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원고가 피고에 대해 소송비용 및 하자진단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계약의 해석 및 수임인의 비용상환청구권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부분 중 소송비용 및 하자진단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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