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건 변호사
백종건 변호사

[로리더] 백종건 변호사의 파란만장. 사법연수원 수료 후 종교에 따른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기초군사훈련을 거부해 법원의 유죄 판결로 교도소에서 징역형을 살고 변호사자격도 박탈당했던 백종건 변호사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로 1만 9200명 이상이 병역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2018년 6월 헌법재판소에서 대체복무제가 없는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그해 11월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종전 판례를 변경해 무죄로 판단하며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백종건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백종건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백종건 변호사는 “2004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강국 대법관의 반대의견, 2004년 8월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김경일ㆍ전효숙 재판관의 소수의견, 2011년 8월 헌재 결정에서 이강국ㆍ송두환 재판관의 소수의견 등에서 끊임없이 국제인권법과 국제인권기준을 이 사례에 적용하고 해석해 변화의 씨앗을 심어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 씨앗은 지금 꽃을 피웠다”는 백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재판한 하급심 판사들은 기존 판례 결론대로 판결하는 쉬워 보이는 길을 택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했으며, 분명히 용기를 내어 무죄판결을 해 상급법원을 설득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백종건 변호사는 그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하급심 법원은 국제인권법과 국제인권기준을 적용해 많은 무죄판결을 내렸고,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을 내렸으며,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열어 기존 판례를 변경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며 “80년간 이어오던 이 땅의 수감의 굴레는 끊어졌고, 대체복무제 도입은 다가올 확실한 미래가 됐다”며 밝게 웃었다.

백 변호사의 이야기를 경청한 장태영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는 “커다란 울림이 있었다”고 표현했다.

심포지엄 기념촬영
심포지엄 기념촬영

국가인권위원회, 사법정책연구원,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인권네트워크, 인권법학회가 8월 14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대강당에서 ‘법원의 국제인권기준 적용 심포지엄’을 공동주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롯한 여러 판결에서 국제인권기준이 적용된 선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현행 법원의 국제인권기준 적용에 관한 주요 쟁점 및 합리적인 적용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사법정책연구원 강현중 원장의 환영사(김우진 수석연구위원이 대독),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 자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였던 백종건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는 ‘국제인권기준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주제로 사례발표자로 참여했다.

백종건 변호사는 “저는 2011년 2월 사법연수원(40기)를 수료한 직후 개인적 신념에 따라 (공익법무관 임용 전) 기초군사훈련(4주)을 거부해 2011년 6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형(1년6월)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이자 다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변호인으로 법원을 설득하려고 노력했지만, (5년의 상급심 재판을 거쳐) 결국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2016년 3월 서울남부교도소에 수감됐다. (형이 확정된) 이후 변호사등록은 취소됐고, 아내는 배우자를 잃고 홀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백종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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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자신의 집안 얘기도 털어놨다. 백 변호사에 따르면 아버지는 1988년 전문의 과정을 수료한 뒤 기초군사훈련(9주)을 거부해 군사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로 인해 백 변호사의 어머니는 당시 5살(백종건), 3살, 2살 된 자녀 셋을 경제적ㆍ감정적으로 홀로 양육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상처는 지금까지도 큰 상흔으로 가족 전체에 남아있다. 아버지는 형기종료로 석방된 이후에도 병역거부 전과로 인해 대학병원에 남아있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백 변호사 집안은 본인과 아버지를 포함해 가족 중 4명이 모두 8년 6개월 간 병역거부로 수감된 이른바 전과자 집안이었다. 그 수감의 굴레는 끝나지 않고 대물림돼 저의 남동생, 사총 동생까지 이어질 예정이었고, 실제로 사촌동생은 작년 초 대전지법에서 징역형(1년6월)을 선고받았다.

백종건 변호사는 “부자(父子, 아버지와 아들)가 대를 이어, 형제가 줄을 이어 감옥에 갇히는 이야기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가족 사이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백종건 변호사
백종건 변호사

백 변호사는 “광복 후 한국에서 병역거부로 수감됐던 누적 인원은 2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 가족에서 누군가 병역거부로 수감되면 가족 모두 사실상 같이 옥살이를 하면서 당사자 이상으로 고통을 겪는데, 이런 고통은 대를 이어 계속된다고 했다.

백 변호사는 “대물림되는 수감의 굴레는 단지 감옥에 갇히는 것 외에도 많은 고통을 가져왔다”며 “한국 사회에는 교육이나 직업선택이 매우 중요한데, 이미 예정된 전과로 인해 어려서부터 교육의 기회나, 직업선택의 자유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형기를 마치고) 석방된 뒤에도 한국 사회에서는 병역기피자 전과자의 낙인을 지고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발표 자료집에서도 “통상 남자들은 이력서에 군필 여부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고, 면제라면 면제 사유를 적도록 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사류전형에서 탈락하거나 면접장에서 병역기피자라는 모욕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적었다.

백 변호사는 “이러한 이유로 국제 엠네스티는 한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감옥이 되어버린 삶’(Sentenced to Life)을 살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백종건 변호사
백종건 변호사와 황필규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인권특별위원장

백종건 변호사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2001년 ‘한겨레21’의 2페이지 짧은 기사(2001년 3월 27일자 ‘김훈련병 미안합니다’)를 시작으로 언론들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고 한다.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도움과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군형법상 항명죄로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것이 아닌, 병역법 위반으로 일반법원의 재판을 받게 됐다고 한다.

백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2002년 1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의 위헌제청과 무죄 판결(2002고단3941, 2004년 5월 21일)이 있었고, 국회에서는 대체복무법안도 발의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였으나, (병역법 위반에 대해) 2004년 7월 1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유죄) 판결과 (2004년 8월 26일) 헌법재판소 합헌결정으로 다시금 수감의 굴레는 계속 굴러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변협, 민변 등 법조계와 시민단체, 학계, 언론에서는 국내법만으로 해결이 어려움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국제 사례를 찾아보게 됐다. 우리나라가 (국제규약의) 자유권규약 및 선택의정서에 가입한 점, 자유권규약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도출하고 있다는 점, 우리나라 국민도 선택의정서에 따른 개인통보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됐다”며 “그때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법조계,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국제인권법, 국제기준을 위반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알리고, 개인통보제도를 이용하는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백종건 변호사
백종건 변호사

백 변호사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6차례에 걸쳐 한국 정부가 자유권규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결정했고, 유엔 인권이사회는 사실상 한국을 염두에 두고 병역거부 결의안과 보고서를 채택했다”며 “한국정부는 그때마다 아무런 대답 없이 결의에도 반대하지 않는 등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백종건 변호사에 따르면 2012년 대한민국에 대한 제2차 국가별인권정례검토(UPR)에서는 미국, 독일, 폴란드, 호주, 슬로바키아, 스페인, 프랑스 등 7개국이, 또 2017년 11월 제3차 UPR에서는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 크로아티아, 프랑스, 멕시코, 스위스, 아르헨티나, 파나마, 포르투갈, 코스타리카 등 12개국이 대한민국에 대해 ‘수감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즉시 석방하고, 전과기록을 말소하며, 민간 성격의 대체복무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백 변호사는 “저는 2017년 3차 UPR 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병역법 사례에 관해 발표하고, 각국 대표들을 만나 한국 상황을 알렸는데, 당시 이야기를 들은 각국 대표들은 하나같이 제가 South Korea(한국)에서 온 것이 맞는지, Nouth Korea(북한) 이야기가 아닌지 질문하는 등 한국의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국제사회 UPR에서는 국가 간 인권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가 마련돼 있기는 하지만, 자칫 내정간섭으로 비춰질 수 있고, 외부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 있어 정말 필요한 권고가 아니면 대부분 하지 않는다”며 “또 한 나라가 한 문제로 12개국에서 집중적으로 경고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병역거부 문제를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었다”고 말했다.

백종건 변호사
백종건 변호사

백종건 변호사는 “저는 사법연수생이던 2009년과 변호사가 된 2017년 우리나라 해외 외교관들을 만나서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는데, 한결같이 병역법에 관한 국제사회의 심각한 분위기를 우리나라 정부와 사법부가 모르는 것 같다고 답답하다고 토로하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그는 전수안 대법관이 2012년 7월 10일 퇴임사에 밝힌 “아버지가 그 아들이 그 아들의 형과 동생과 다시 그 아들이 자신의 믿는바 종교적 신념 때문에 징역 1년 6월의 형을 사는 사회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등 이러한 견해가 다수의견이 되는 대법원을 보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믿으면서 떠납니다”라는 대목을 상기시켰다.

백종건 변호사는 “퇴임사에서 희망한 그 날이 찾아왔다”며 “(병역법 조항에 대해) 2018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 2018년 11월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무죄 판결 직후 한 신문 1면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 죄를 벗다’라고 보도했다. 적절한 제목이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더 이상 범죄가 아니라 확립된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권리로 인정받게 됐다”고 웃었다.

신문기사를 보이는 백종건 변호사
신문기사를 보이는 백종건 변호사

백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국제인권법을 중요한 법원(法源)으로 고려했고, 헌법과 법률을 해석함에 있어 국제인권법에 따른 국제인권기준을 중요한 기준을 적용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권문제 중 하나를 해결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고법원의 판결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많은 구체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며 “병무청은 병역거부자들의 입영 통지를 대체복무 시까지 연기했고 수사기관에 대한 고발을 중지했고, 병역기피자들에게만 적용하던 신상공개도 중단했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또 법무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직후 수감돼 있던 병역거부자들을 차례로 전부 석방했다”며 “반세기 이상 유지되던 병역거부 수감자 수가 처음이 0이 된 것이다.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형제가 줄을 이어 감옥에 갇히던 수감의 굴레가 끊어졌다”고 밝혔다.

백종건 변호사는 “최고법원(대법원,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며 오랫동안 기일이 추정돼 있던 병역거부자들의 재판에서는 무죄 판결이 이어졌다. 앞서 언급한 제 사촌 동생도 항소심인 대전지방법원에서 무죄 판결(2019년 6월 20일)을 받았고, 일제 때부터 병역거부로 고통을 받은 옥씨 집안의 옥규빈씨도 부산지방법원에서 지난 1월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취소된 저의 변호사등록도 대한변호사협회의 도움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국제인권법, 국제인권기준에 맞는 대체복무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일이 남아 있다”며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르면 올해 2019년 말까지 대체복무제도를 입법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제 4개월 보름 밖에 안 남았다”고 입법부인 국회를 지목했다.

백종건 변호사는 “사실 우리나라 최고법원의 이런 극적인 판결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며 “법조계, 시민단체, 학계, 언론, 국가인권위원회 그리고 국제사회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기울였다”고 감사해했다.

백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관해 법원이 국제인권법과 국제인권기준을 구체적으로 적용해 판결한 것은 하급심에서부터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기 전까지 100건이 넘는 하급심 병역거부 무죄판결이 있었다.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들의 지치지 않는 고민과 연구가 결국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설득했다”며 “(심포지엄 자료집) 지면에 제약이 있어 주옥같은 100건 이상이 하급심 판결을 다 소개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11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수의견 9명 중 7명의 대법관이 보충의견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 병역법 사건에서 국제인권법 및 국제인권법 기준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판시한 부분을 짚었다.

백 변호사는 그러면서 “저는 대법원 전합 선고의 방청을 위해 참석했는데, 판결문을 직접 귀로 들으면서 대법원이 정말 많은 국제인권법, 국제인권기준을 연구했구나 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종건 변호사
백종건 변호사

백종건 변호사는 “국제인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인정받게 된 사례를 보면 법원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1939년 일제 강점기에서의 첫 체포와 유죄판결이 있고 변화가 있기까지 무려 80년이 걸렸다. 이런 변화에는 많은 디딤돌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특히 백 변호사는 “2004년 7월 15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강국 대법관의 반대의견, 2004년 8월 26일 선고된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김경일ㆍ전효숙 재판관의 소수의견, 2011년 8월 30일 선고된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이강국ㆍ송두환 재판관의 소수의견 등에서 끊임없이 국제인권법과 국제인권기준을 이 사례(양심적 병역거부)에 적용하고 해석해 변화의 씨앗을 심어줬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그 씨앗은 지금 꽃을 피웠다”고 밝혔다. 백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재판한 하급심 판사들은 기존 판례 결론대로 판결하는 쉬워 보이는 길을 택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했으며, 분명히 용기를 내어 무죄판결을 해 상급법원을 설득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백종건 변호사는 “국제인권법은 단지 좋은 말만 나열해놓은 추상적인 선언이 아니다. 인류가 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개인의 인권이 구체적으로 녹아들어 있다”며 “법원은 재판함에 있어 유사사건의 판례를 참고하듯이, 국제기구 및 각 지역 인권재판소에서 당해 국제인권법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2014년 12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와 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가 공동주최한 공동학술대회에서 전수안 대법관의 기조발제 발언 일부를 소개했다.

“우리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단념할 것이 아니라, 한없는 기대를 가지고 위헌법률심판제청과 헌법소원의 제기, 판례 변경 요구를 계속해야 합니다. ... 현행 병역법 등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대체복무제를 도입케 하는 직접적이고 고유한 방법이고, 헌법재판소가 이러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대법원이 먼저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대체복무제의 즉시 도입을 촉발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백종건 변호사는 “희망을 주는 말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과연 가능할까 생각되는 일이었다”며 “이 발표가 2014년 12월 20일 있었는데 바로 이틀 전 헌재가 8대 1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결정을 내렸고, 당시 분위기는 좋지 않다 못해 암울했다”며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 말(전수안 대법관)은 그대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하급심 법원은 국제인권법과 국제인권기준을 적용해 많은 무죄판결을 내렸고,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을 내렸으며,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열어 기존 판례를 변경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며 “80년간 이어오던 이 땅의 수감의 굴레는 끊어졌고, 대체복무제 도입은 다가올 확실한 미래가 됐다”고 밝혔다.

백종건 변호사가 발표 후 일어나 인사하자 큰 박수를 받았다.
백종건 변호사가 발표 후 일어나 인사하자 큰 박수를 받았다.

토론자로 참여한 장태영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는 “백종건 변호사님의 사례발표에는 커다란 울림이 있었다. 백 변호사의 경험과 아픔이 담긴 단어, 문구 하나하나에 정치한 연구자료보다 훨씬 더 큰 설득력과 반향이 있다고 느꼈다”며 “실제 사건의 바깥에 떨어져 있는 저로서는 인식과 공감능력에 한계가 있겠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로 고생하신 모든 분들에게 조심스럽게 위로와 축하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태영 서울서부지법 판사가 발표하는 모습
장태영 서울서부지법 판사가 발표하는 모습

장태영 판사는 이어 “법원이 인권의 보루라는 사명을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닫게 됐다”며 “또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가 국제인권조약의 국내적 실행에 있어 더욱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장태영 판사
장태영 판사

한편, 심포지엄 전체사회는 박성남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과장이 진행했다.

세션1에서는 최혜리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발표는 이혜영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법원에서의 국제인권조약 적용 현황 및 평가’에 대해 발표했다.

특히 백종건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이 이같이 자신의 사례를 발표해 깊은 인상을 줬다.

또한 장태영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 이주영 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 황필규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인권특별위원장이 토론을 벌였다.

세션2에서는 정영훈 대한변협 인권이사가 사회를 맡아 진행했고,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국제인권조약기구 개인진정 결정의 국내 이행과 법원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백범석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류민희 변호사(공인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이동우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과 사무관이 참여했다.

이날 심포지엄이 열린 변협 대강당은 150석 규모인데, 방청객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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