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사를 하는 조석제 법원본부장
대회사를 하는 조석제 법원본부장

[로리더]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아베정권이 대법원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사법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대법원을 (일제 강점기 시절) 총독부 산하 최고재판소 정도쯤으로 취급하는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라고 질타했다.

일본 아베정권에 단단히 뿔난 법원공무원들이 7일 오전 11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개최한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부정하는 아베 정권 규탄 법원공무원 기자회견’에서다.

기자회견 말미에 비가 그쳐 참석자들이 우비를 벗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가 주최했고, 이 자리에는 법원본부 간부 및 지부장들과 전국공무원노조 이상원 수석부위원장, 이재광 부위원장 등 공무원노조 간부들도 참석하며 힘을 보탰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법원공무원단체로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조석제 법원본부장
조석제 법원본부장

대회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작년 사법농단 투쟁 과정부터 법원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 대법원 앞에서 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다”며 “법원공무원들이 일본 아베정권 때문에 열 받았기 때문”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조석제 본부장은 “아베정권은 지난 7월 4일 우리나라에 수출 규제 조치를 자행하면서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로 인한 경제보복 조치라고 밝혔다. 아베정권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8월 2일에는 우리나라를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결정했다”며 “그 어떤 형식적 이유를 갖다 붙이더라도 이는 명백하게 경제보복을 뛰어넘어 경제침략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규정했다.

대회사를 하는 조석제 법원본부장
좌측부터 정영국 부산지부장, 조석제 법원본부장, 전호일 총무국장

조 본부장은 “작년 10월에 선고된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은 도대체 어떤 판결입니까?”라며 “양승태를 주범으로 하는 사법농단 세력들이 박근혜를 비롯한 국정농단 세력들과 결탁해 상고법원을 미끼로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하며 의도적으로 소송절차를 5년 이상이나 지연시킨 사법농단의 대표적인 사건이었다”고 지목했다.

그는 “만일 박근혜가 탄핵당하지 않고 자신의 임기를 다 채웠다면, 그래서 2017년 9월 ‘제2의 양승태’를 신임 대법원장으로 임명했다면 사법농단의 전모는 영원히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며, 강제징용 사건은 아직도 대법원에 계류 중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결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은 국민들이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켰기 때문에, 엘리트 사법관료 출신이 아닌 새로운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되면서 사법농단 사건의 검찰수사가 본격화되었고, 강제징용 사건을 연기하기 위한 청와대와의 더러운 재판거래의 진상이 밝혀졌으며, 2018년 10월에야 일본 전범기업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될 수 있었다”고 짚었다.

조석제 본부장은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은 2017년 국민들의 촛불혁명이 만들어낸 역사적 승리였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아베정권이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것은 단순히 개별 사건의 판결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이 촛불혁명을 통해 이룩한 위대한 민주주의의 승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조석제 법원본부장
조석제 법원본부장

조 본부장은 “또한 (우리가) 일제 치하에서 해방되고 미군정으로부터 사법주권을 찾아온 지 올해로 71주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아베정권은 대한민국의 사법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대법원을 총독부 산하 최고재판소 정도쯤으로 취급하는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법원공무원들은 아베정권에 의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촛불혁명으로 만들어낸 대법원 판결이 부정되는 작금의 상황을 결단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회사를 하는 조석제 법원본부장
대회사를 하는 조석제 법원본부장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아베정권 규탄 전국 법원 현수막 게시 및 스티커 부착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되는 촛불문화제, 8.15 범국민대회 등 투쟁의 현장과 범국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폐기를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 운동, 보이콧 재팬 운동에 법원공무원 전체가 하나 되어 전국적으로 동참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조석제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대법원 판결 정당하다, 일본은 사죄하고 배상하라”라는 구호를 선창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맨 오른쪽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정진두 사무처장
맨 오른쪽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정진두 사무처장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정진두 법원본부 사무처장은 “강제징용 판결 부정하는 아베정권 규탄한다!”라는 등의 구호를 선창하며 진행했다.

특히 법원본부는 기자회견 말미에 법원공무원들이 아베정권 규탄 ‘압류 퍼포먼스’를 준비해 주목받았다. 법원공무원의 업무 중 압류와 강제집행 업무가 있다면서 아베 총리의 사진과 강제동원 일본기업인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씨에 소위 ‘압류 딱지’를 붙이는 퍼포먼스였다.

법원공무원들의 압류 퍼포먼스
법원공무원들의 압류 퍼포먼스
법원공무원이 퍼포먼스에 사용한 압류 딱지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원고)이 일본 기업(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신일철주금)가 원고들에게 1억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3다61381)

이후 대법원은 11월 29일에는 강제동원 피해자 4명 등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미쓰비시가 피해자들에게 1억~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법원공무원들의 압류 퍼포먼스
법원공무원들의 압류 퍼포먼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공무원노조 자문변호사인 임선아 변호사가 참석해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의 정당성’에 대해 연대발언을 하며 힘을 실어줬다. 또한 이번 강제징용 사건 소송을 진행해온 민족문제연구소의 김영환 대외협력실장도 참석해 그간의 소송 진행 상황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며 법원본부에 연대의 박수를 보냈다.

연대발언하는 임선아 변호사
연대발언하는 임선아 변호사
발언하는 민족문제연구소의 김영환 대외협력실장
발언하는 민족문제연구소의 김영환 대외협력실장

특히 정영국 법원본부 부산지부장은 현장발언자로 나서 ‘법원 내부 적폐세력에 대한 경고’라며 일부 판사들에게 과감한 돌직구를 던졌다. 기자회견문은 이경천 수석부본부장이 낭독했다.

현장발언하는 정영국 부산지부장
현장발언하는 정영국 부산지부장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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