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경찰관이 피의자를 조사하기 전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조력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를 제대로 질문하지 않은 것은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의자의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조력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OO경찰서장에게 재발방지를 위해 피의자신문시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고 그 행사 여부를 질문하도록,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5일 밝혔다.

진정인(A)은 “지난해 11월과 12월 OO경찰서 교통조사팀 소속 경찰관에게 2차례 조사를 받으면서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조력권을 제대로 고지 받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경찰관)은 “2018년 11월 1차 조사의 경우 민원이 제출한 블랙박스 영상을 토대로, 진정인의 보복운전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실무상 범죄혐의가 명백하지 않아 피의자 신문조서가 아닌 진술조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교통조사계 팀장인 이 경찰관은 “2차 조사에서는 진정인에게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면서, 동시에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 고지 등 확인서’를 컴퓨터 모니터로 그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했고, 당장 변호인을 선임해서 조사를 받지 않더라도 추후 검찰에서 사건을 처분하기 전까지는 변호인을 선임해도 무방하다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또 “조사를 마무리한 후 피의자신문조서를 출력해 진정인에게 열람하게 하고,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 고지 등 확인서’를 출력해 진정인에게 확인시킨 후 자필로 기재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지난해 11월에 진행된 1차 조사의 경우 “▲피진정인은 진정인을 조사하기 이전에 이미 피해자로부터 보복운전 상황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받았고, 진정인이 차량의 실제 운행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던 것으로 보이며 ▲진술조서상 질문 내용이 ‘상향등을 50초간 점등한 것을 인정하는지’, ‘앞지르기 후 고의적으로 브레이크를 잡은 것은 아닌지’, ‘성급하게 추월한 것은 아닌지’ 등 진정인의 혐의사실 규명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는 점에서 조서의 형식과는 무관하게 실질적으로 피의자신문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에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위원장 최혜리)는 1차 조사의 경우 경찰관이 조사 시작 전 진정인에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조력권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는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12월에 진행된 2차 조사의 경우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이 조사 시작 전 진정인에게 구두로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이 있음을 고지했을 뿐,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질문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지금 변호사를 선임해서 조사받을 정도의 뭐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그냥 그 영상 봤던 내용대로만 제가 조사를 받을게요.’라고 발언했다는 점에서, 비록 진정인이 조사 종료 후 피진정인이 불러주는 대로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자필로 기재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진정인이 온전한 자의에 따라 변호인의 조력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기 어려워, 피진정인이 진정인에게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 행사 여부를 제대로 질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를 종합하면, 경찰관은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진술거부권 등의 고지)을 위반해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진정인의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다만, 피진정인이 이미 소속기관의 자체조사를 통해 주의 조치를 받은 사실이 있는 점을 고려해 피진정인 개인에 대한 책임은 별도로 묻지 않되, 유사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소속 직원들에게 인권교육을 실시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혜정 기자 shin@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