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고등학교 교사 채용 과정에서 필기시험에 불합격한 지원자의 성적을 조작해 면접시험을 볼 수 있게 하도록 지시한 학교법인 이사장과 지시에 따라 성적을 조작한 행정실장에게 법원이 징영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경남지역 C학교법인은 2014년 소속 고등학교에 근무할 국어과 등 정규 교원을 1명씩 채용하기로 하고, 2013년 11월 공개채용을 공고했다. 이 고등학교 국어과 지원자는 21명이었다.

그런데 이 학교법인 이사장 A씨는 채용공고 기간 무렵에 소속 중학교 교감으로부터 “중학교에 국어과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 H씨가 참 훌륭한 선생님인데, 이번에 고등학교에 정규 교원 채용에 지원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이사장은 고등학교 행정실장에게 알아보니 “채점 결과 H씨는 (국어과 지원자 21명 중) 6등으로 5배수에 들지 못해 1차 필기시험에 불합격하게 됐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았다.

그러자 이사장은 행정실장에게 “H씨가 면접을 보게 할 수 없느냐”고 물었고, 행정실장은 “1차 필기시험에 불합격했기 때문에 면접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럼에도 이사장은 재차 행정실장에게 “H씨가 꼭 면접을 볼 수 있도록 조치해라”고 지시했다.

이에 행정실장은 2013년 12월 H씨의 국어과 시험지 중 오답 처리된 1개 문항을 정답 처리함으로써 H씨가 3등으로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한 것으로 처리해 그가 면접시험을 볼 수 있게 했다.

검찰은 “이로써 이사장(A)은 행정실장으로 하여금 위계로써 면접시험 면접관들과 학교법인의 정규교원 채용 업무를 방해하도록 교사했다”며 이사장을 기소했다.

또한 행정실장 B씨는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H씨의 국어과 답안지의 오답을 수정해 정답 처리함으로써 H씨의 점수를 조작해 국어과 지원자 21명 중 3등으로 만들었다.

이후 행정실장은 H씨가 1차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는 내용의 ‘2014학년도 학교법인 정규교원 공개채용 1차 필기시험 결과 발표’ 공문을 고등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시했다.

검찰은 “이로써 행정실장은 사실증명에 관한 사문서인 H씨의 국어와 시험지를 변조하고, 면접시험 면접관들에게 마치 H씨가 필기시험에 합격해 면접시험에 응시할 정당한 자격이 있는 것처럼 오인ㆍ착각하게 해 위계로써 면접관들과 학교법인의 정규교원 채용 업무를 방해했다”며 기소했다.

창원지방법원 형사5단독 김주석 부장판사는 최근 업무방해교사 혐의로 기소된 C학교학원 이사장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또 사문서변조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C학교법인 소속 고등학교 행정실장 B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주석 판사는 “피고인들은 H씨를 고등학교의 정규 교사로 합격시키기 위해 적정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할 채용 업무를 방해했다”며 “이 사건에 있어서 가장 큰 사실상의 피해자는 탈락한 지원자들이고, 이들이 받은 피해는 회복되기 어려워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다만 A씨(이사장)는 같은 학교법인 소속 중학교의 기간제 교사였던 H씨의 성실성과 능력을 높이 평가해 일반고로 전환되는 고등학교의 정규 교사로 채용하고자 한 것일 뿐 부정한 청탁을 받았거나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자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피고인 B씨는 행정실장으로서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고, 벌금형 외의 처벌받은 전력이 없으며, 피고인들은 수사 초기부터 법원에 이르기까지 범행 사실을 시인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며 “피고인의 범행동기,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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