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명예퇴직 처리가 됐는데 뒤늦게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사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결정을 하는 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과 판결문에 따르면 1985년 집배원으로 임용된 A씨는 2014년 10월 우편물을 배달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7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었다. 이에 2014년 11월 우정사업본부장에게 교통사고로 업무수행이 어려워 퇴직을 원한다는 명예퇴직원을 제출했다.

우정사업본부장은 A씨를 정기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로 선정하고, 그해 12월 31일 의원면직 처분했다.

그런데 이날 경찰은 A씨 소속 우체국장에게 A씨가 처와 식사를 하면서 말다툼이 생겨 주먹으로 때린 혐의사실로 2014년 12월 29일 수사가 개시됐다는 통보를 했다.

이에 우정사업본부장은 당일 A씨에 대해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 결정을 했다. 우체국장도 A씨에 대해 명예퇴직(특별승진) 취소결정을 했다.

그런데 A씨는 2015년 1월 6일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 검사로부터 혐의사실에 대해 불기소처분(공소권 없음)을 받았다.

이에 A씨는 단순히 수사를 받게 됐다는 이유로 명예퇴직 대상에서 제외한 건 부당하다며 명예퇴직수당지급대상자취소처분 취소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원심은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 결정은 면직 효력 발생 전ㆍ후를 불문하고 가능하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7월 25일 A씨가 우정사업본부장 등을 상대로 낸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처분 취소 등 청구소송 상고심(2016두54862)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감사기관과 수사기관에서 비위 조사나 수사 중임을 사유로 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 결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직 면직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서 공무원의 신분을 잃지 않은 상태의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가 처분 대상임을 전제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로 결정된 사람이 단순히 조사ㆍ수사를 받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이 취소된다면, 대상자가 실제로는 어떠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경우에 그가 입게 될 손해는 단순히 명예퇴직수당 제도의 효율적 운용이라는 공익과 비교하더라도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미 명예퇴직한 사람에 대해서도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면,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는 것을 전제로 정년 이전에 퇴직한 공무원의 기득권과 신뢰를 한층 더 크게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수사나 조사 진행 중’이라는 잠정적 사유를 이유로 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취소 관련 규정의 해석에는 엄격해석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며 “명예퇴직일 이후에 무혐의 처분 등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 명예퇴직수당 재지급 신청을 허용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이러한 엄격해석 원칙을 관철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가 감사기관이나 수사기관 등의 조사ㆍ수사를 받고 있다는 잠정적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명예퇴직일 전’까지 지급대상자 취소결정을 하지 못하고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한 경우에는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따라 국가공무원법에서 규정한 환수사유에 해당하게 된 경우에만 명예퇴직 수당 환수처분을 할 수 있을 뿐이다”라고 짚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수사 개시라는 잠정적 사유를 이유로 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결정은 원고에게 면직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만 가능한데, 우정사업본부장은 이미 원고에게 2014년 12월 31일 00:00에 면직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원고에 대해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결정을 했고, 그에 기초해 우체국장은 명예퇴직(특별승진) 취소결정을 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결정이 면직의 효력 발생 전ㆍ후를 불문하고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 각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잠정적 사유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시점의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30일 대법원은 “단순히 감사기관이나 수사기관 등의 조사ㆍ수사를 받고 있다는 잠정적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 결정은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가 명예퇴직이나 의원면직 이전에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결(2016두49808)한 바 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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