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MBC가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매년 계약을 연장하면서 6년이나 일했는데, 계약기간 만료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012년 4월 MBC에 입사한 A씨는 계약기간 1년으로 2013년 4월까지 프리랜서 업무 위임계약을 체결했다. 2013년 4월 다시 계약기간 2014년 4월까지로 정하고 이외에는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연장했다.

2014년 4월부터는 MBC와 프로그램별로 회당 출연료를 책정해 보수를 지급하는 내용의 출연계약을 체결했고, 2016년과 2017년 각각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했다.

MBC는 2017년 12월 31일 A씨에게 기간만료로 계약이 종료됐음을 알리면서 다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A씨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했다. 서울지노위는 부당해라고 인정하고, 구체명령을 내렸다. 이에 MBC가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노위는 2018년 7월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MBC는 작년 8월 “A씨는 MBC에 고용된 다른 아나운서들과 달리 계약 내용에 따라 뉴스 프로그램 앵커 업무만을 수행했고, 사용자로서 지휘 감독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면서 “부당해고가 아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MBC는 “A씨는 다른 아나운서들과 달리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장소가 특정돼 있지도 않았고, MBC는 A씨가 다른 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ㄷ것을 막는 등 전속적인 노무 제공을 요구하지도 않았다”며 “A씨는 종속적으로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최근 문화방송(MBC)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체재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MBC)의 청구를 기각하며 패소 판결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MBC는 계약 기간 동안 A씨의 업무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업무수행에 관여했다”며 “A씨는 계약 내용대로 MBC가 제작하는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와 리포터로 나섰고, 업무수행을 위해 MBC가 일방적으로 정한 시간에 사전 연습을 해야 했으며, 사전 연습 이후에는 물론 방송이 이뤄진 뒤에도 그가 수행한 업무 내용에 대해 세부적인 수정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MBC는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 아나운서 직원이 아니라면 수행하지 않을 업무에 관해서도 여러 차례 지시했다”며 “MBC는 퇴사하는 직원을 위한 감사패를 제작하면서 A씨에게 도안과 문구를 검토하게 했고, A씨가 주로 담당하지 않던 다른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나서게 하는 등 MBC가 A씨에게 주된 업무인 방송 업무 외의 영역에서도 일방적인 지시를 하던 관계임을 알 수 있다”고 봤다.

또 “MBC는 업무위임계약에서 A씨에게 연봉의 고정된 급여를 지급하기로 했고, 이는 A씨가 받는 급여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추단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MBC는 A씨 등이 휴가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대직자를 결정해 담당 부장에게 보고하고 그로부터 허락을 받도록 정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처럼 MBC는 A씨의 휴가를 비롯한 근로관계 전반에 걸쳐서도 우월한 지우에서 지휘ㆍ감독 권한을 행사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MBC는 일방적으로 A씨의 업무 내용을 지시하고, 업무형태, 업무환경 등을 지정하는 등 지속적으로 업무수행을 지휘ㆍ감독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것이고, A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MBC에게 종속적인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계약에서 정한 기간 동안 MBC에게 근로를 제공하기로 한 근로자, 즉 기간제법에서 말하는 기간제근로자인데, MBC는 계약을 거듭 갱신하면서 A씨에게 2012년 4월부터 2017년까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용했으므로 A씨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MBC는 계약이 기간만료로 종료됐음을 이유로 해고를 통보했는데, A씨는 기간이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이므로, 해고를 위해 MBC가 들고 있는 이유인 계약기간 만료는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아 부당해고”라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