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회입법조사처 김선화 입법조사연구관(법학박사, 헌법전공)은 24일 집회시위 현장의 데시벨만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시위가 있을 때 시위의 요지를 접수할 수 있는 방식 또는 그 호소를 분명히 듣고 있다는 확신을 들게 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집시법 제11조 폐지 공동행동이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집회의 자유가 사라진 장소 - 집시법 제11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공동주최한 토론회에 참여해서다.

토론하는 김선화 입법조사연구관
토론하는 김선화 입법조사연구관

토론회 사회는 변호사인 송영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이 맡아 진행했다. 발제자로는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집시법의 역사적 변호사 속에서 장소 금지의 의미’를 주제로 발표했다. 또 오민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가 ‘집회의 자유 보장을 위한 집시법 제11조 개정의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정진우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 집행위원장, 김선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민선 공권력감시대응팀 상임활동가가 참여했다.

먼저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는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대통령 관저(官邸)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등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는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이곳에서 집회를 열면 주최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 참가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ㆍ구류 등으로 처벌받는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는 2018년 5월 31일 집시법 제11조 제1호 위헌소원(국회의사당) 사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18년 6월 28일 집시법 제23조 제1호 위헌제청(총리공관) 사건에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2018년 7월 26일 집시법 제11조 제1호 위헌소원(각급 법원) 사건에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집회금지장소 조항은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으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판단에서다. 일률적ㆍ전면적으로 금지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고,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토론자로 나온 김선화 입법조사연구관은 “집시법 제11조 집회금지장소를 완전히 삭제한다고 한다면 분명히 입법부에서는 검토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 제기가 있을 것”이라며 “완전히 삭제를 해버렸을 때의 문제에 대해 입법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화 연구관은 “헌법재판소가 2019년 12월 31일까지 집회장소의 제한규정에 대해서 입법개선을 하라고 하면서도, 헌법기관들의 기능은 보호해야 한다는 목적은 정당하다고 한 것에 대해서, 두 분 발제자들은 ‘국회나 법원도 주권자인 국민의 의견을 들어서 기능을 발휘해야 하는 곳인데 왜 국민의 목소리를 안 듣겠다고 하는 것이냐’는 말씀도 맞지만, 실은 경내에서까지도 다 허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작년에 집시법 제11조 집회금지장소와 관련해 “일률적이고 전면적인 집회시위장소의 제한은 침해최소성, 법익균형성 원칙에 위반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헌법기관의 기능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은 합헌으로 판단했다.

국회도서관 창가 도로쪽에서 근무한다는 김선화 입법조사연구관은 “하루 종일 (집회ㆍ시위자들의) 엄청난 데시벨을 듣고 있으면, 집중해서 써야 할 일을 할 수가 없어, 사무실에서 못 앉아 있어 짐을 싸들고 다른 곳에 가서 일을 하는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도서관 건물에 있다.

김선화 연구관은 “(집회ㆍ시위하는 사람들은) 큰소리 정도가 아니라 악을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런 소음을 왜 내는 것일까. 본인도 괴롭고 목도 아플 텐데”라면서도 “내가 국회 앞에서 소리를 질러 봐야, (호소의 목소리가 국회) 귀에 들어가는지 제대로 접수가 되는지 모르는 상황이면 집회ㆍ시위를 하는 입장에서는 큰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고, 가능한 최대한 큰 소리를 지르는 게 인정상정”이라고 이해했다.

김 연구관은 그러면서 “그런 경우 단지 데시벨만 규제할 것이 아니라 시위가 있을 때 그 요지를 어떤 식으로 접수하는 방식이 있지 않을까. 물론 그것도 안 해 주니까 시위를 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집회ㆍ시위자들의 호소를) 분명히 듣고 있다는 확신이 들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토론하는 김선화 입법조사연구관
토론하는 김선화 입법조사연구관

한편, 김선화 입법조사연구관은 토론문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는 인격의 발현이라는 주관적인 권리의 의미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표현행위 하나이며, 민주적 기본질서를 구성하는 기본권의 의미도 있다”며 “특히나 우리나리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기본권”이라고 밝혔다.

김선화 연구관은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가 될 정도로 많은 규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한이 상당히 위헌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지만,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고 해도 일정한 제한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김선화 입법조사연구관은 “장소의 제한에 대해 현행 장소제한규정이 없어도 헌법기관의 기능을 방해하지 않는 시위방식을 충분히 유지하게 할 최소한의 제한을 둔다면 굳이 이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며 최소한의 제한의 예로 소음기준, 폭력시위금지 등을 제시했다.

김 연구관은 “그러나 국회나 법원의 경내에서의 집회시위는 기능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지 않은지, 경내에서 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외국 입법례처럼 고립되지 않은 보호구역을 두거나 헌법기관에서 제한을 둘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은 어떤지”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