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남녀 정신질환 치료 중 만나 혼인신고…정상 판단 어려워 혼인무효
법원, 남녀 정신질환 치료 중 만나 혼인신고…정상 판단 어려워 혼인무효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9.07.2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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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혼인신고 이후 결혼식을 올리거나 동거한 사실이 없는 혼인무효확인 사건에서 법원은 남녀 각자가 정신질환으로 인해 혼인신고 당시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판단해 혼인무효로 판결했다.

부산가정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3월부터 5월 사이 조현병으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B씨는 2016년 8월부터 9월 사이 양극성 정동장애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그 무렵 같은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던 A씨를 알게 됐다.

두 사람은 2017년 2월경부터 사귀기 시작했고, 각자의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2017년 5월 구청에게 혼인신고를 했다.

두 사람은 혼인신고 이후 결혼식을 하거나 동거를 한 사실이 없다.

A씨는 통원치료를 받던 중에도 비현실적 사고, 판단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였고, 2017년 6월말 이후에는 임의로 통원치료를 중단했다. A씨는 2018년 3월경 증세가 악화돼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B씨는 2016년 9월 병원을 퇴원한 이후에도 계속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부산가정법원 정일예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혼인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A)와 피고(B)가 구청장에게 신고한 혼인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민법 제815조 제1호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를 혼인무효 사유로 정하고 있다. 여기서 혼인의 합의란 ‘당사자 사이에 부부관계로서 인정되는 정신적ㆍ육체적 결합을 할 의사 및 법률상 유효한 혼인을 성립하게 할 의사의 합치’를 의미한다.

정일예 부장판사는 “원고와 피고는 각자가 가진 정신질환으로 인해 혼인신고 당시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교제한지 불과 3개월 만에 혼인신고를 하기에 이르렀고, 혼인신고를 전후해 가족들에게 이를 알리거나 의논한 사실이 없는 점, 혼인신고 이후에도 결혼식을 올리거나 동거한 사실이 없어 혼인생활의 실체는 물론 외관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정 부장판사는 “원고와 피고는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ㆍ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없이 혼인신고를 하기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17년 5월 구청장에게 신고한 혼인은 민법 제815조 제1호에 의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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