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비행기가 예정된 출발시각보다 8시간 넘게 지연 출발한 사안에서, 법원은 항공사가 고객에게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승객들에게 1인당 30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과 판결문에 따르면 A씨 등은 2017년 12월 29일 06:55경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이날 10:15경(필리핀 현지시각임) 필리핀 칼리보국제공항에 도착하기로 하는 항공편을 예약했다.

그런데 이 항공기는 당초 예정된 출발시각 보다 8시간 18분이나 경과한 29일 오후 3시 13분경에서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했다. 당초 예정된 도착시각으로부터 8시간 30분이 경과해 필리핀 칼리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항공기의 출발이 지연되는 것을 모르고 예정된 출발시각에 맞추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으나 출발의 지연으로 인해 공항에서 8시간 이상 대기했다.

B항공사 측은 2018년 1월 29일 오전 5시 14분경에서야 승객들에게 항공기 출발시각이 14:45분으로 변경됐음을 이메일로 통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해외여행을 망친 탑승객들은 B항공사를 상대로 1인당 5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항공사 측은 “칼리보국제공항의 활주로 아스팔트 작업으로 활주로를 사용할 수 없어 항공교통관제의 허가 지연과 칼리보국제공항의 사정으로 출발이 지연된 것이므로, 항공사에 지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승객들에게 즉시 이메일로 항공기의 지연 출발을 안내하면서 지연에 대한 보상 방법을 안내하고, 식사권을 제공하는 원고들의 손해를 피하기 위한 조치를 다했으므로 몬트리올 협약에 따라 책임이 면책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항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항공기 지연으로 불편을 겪은 탑승객 50명이 B항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8가소332922)에서 1심 서울동부지법은 2018년 10월 “항공사는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1인당 30만원씩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항공사가 항소했으나,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양철한 부장판사)는 7월 3일 B항공사의 항소(2018나29933)를 기각하며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유지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이 항공기는 필리핀 현지에서 일정이 순차적으로 지연되기 시작해 일정이 2시간 이상 지연되기에 이르러, 피고는 원고들의 인천국제공항에서의 출발시각이 2시간 이상 지연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원고들에게 아무런 통지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활주로 통제로 원고들의 항공기 일정이 6시간 이상 추가로 지체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 피고는 원고들에게 지연 출발에 대한 아무런 통지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항공기의 당초 예정된 출발시각인 06:55경으로부터 불과 1시간 30분 이전인 05:14경에야 원고들에게 항공기의 지연을 통지하는 이메일을 발송했을 뿐이고, 원고들이 신속히 확인할 수 있도록 유선전화나 SMS 등을 보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가 원고들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해 피고의 면책 주장은 이유 없다”고 일축했다.

손해배상책임과 관련해 재판부는 “항공기의 지연으로 인해 승객인 원고들이 8시간 이상 공항에서 대기하게 되고 여행일정의 변경이 불가피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정신적 고통은 단순히 항공일정의 변경이나 항공비용의 환불 등으로 회복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는 민법 제751조에 따라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위자료 액수는 원고들이 8시간 이상 인천공항에서 대기했던 점, 피고는 항공기가 9시간 이상 지연 출발할 것임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지연시간을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않아 원고들이 다른 항공편을 이용할 기회마저 박탈하고 공항에서 장시간 대기하도록 하고 여행일정 전반에 지장을 초래한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배상해야 할 위자료는 원고별로 각 30만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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