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 이찬희 변협회장은 10일 검찰이 재벌을 수사하면서 법무법인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변호사제도 뿐만 아니라 국민이 적법하게 변론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상황”이라고 크게 우려했다.

그러면서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은 국민의 방어권 보장 및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입법 추진을 주장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날 대한변호사협회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공동 개최한 ‘변호사 비밀유지권 도입 정책토론회’에 참여해서다.

먼저 검찰이 지난 2016년 롯데그룹 탈세 의혹을 수사하며 법률자문을 해준 법무법인 율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발부했다. 또 2018년 12월에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하며 당시 변호사의 비밀유지권 침해에 대한 논란이 컸다.

이에 변호사 비밀유지권 도입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왼쪽 맨앞이 지상욱 의원, 오른쪽이 금태섭 의원

원고 없이 인사말에 나선 이찬희 변협회장은 먼저 “저희가 오늘 심포지엄을 하는 것은 압수수색을 당한 김앤장이라는 대형로펌이나 롯데 재벌을 변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변협회장은 그러면서 “이런 대형로펌마저도 쉽게 압수수색의 대상이 된다면,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이 상담하는 변호사들의 사무실은 무기력하게 그대로 뚫린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그는 “수사의 필요성이 있으면, 범죄가 있으면 수사를 해야 된다”면서도 “그런데 수사에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헌법상 변호를 받을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 현재 검찰이나, 국세청이나, 금감원이나, 공정위나 이런 권려기관에 의한 손쉽게 사건을 해결하려는 태도가, 바로 오늘날 변호사제도 뿐만 아니라 국민이 적법하게 변론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좌측부터 장수정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사무관, 이찬희 변협회장, 금태섭 국회의원
좌측부터 장수정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사무관, 이찬희 변협회장, 금태섭 국회의원

이찬희 변협회장은 “이 시점에 (변호사 비밀유지권 도입에) 관심을 가져주신 조응천 의원님, 평상시에 이 분야에 많은 좋은 조언을 해주시고 저희를 도와주시는 금태섭 의원님 정말 감사드린다”며 “국민을 위한 제도이지 변호사직역을 위한 제도가 결코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며, 적극적으로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토론회 자료집 인사말에서 이찬희 변협회장은 “어떤 직업이든 간에 ‘신뢰’가 중요하지 않은 경우는 없겠지만, 변호사의 경우에는 신뢰가 직업 자체의 근간을 구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의뢰인은 변호사를 믿고 자신의 치부라고도 할 수 있는 비밀을 드러내야만 변호사로부터 제대로 된 조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 변협회장은 “의뢰인이 어렵게 공개한 비밀을 바탕으로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조언을 제공하고 변론의 방향을 정하게 된다”며 “변호사는 직업 특성상 많은 비밀을 듣고, 보유하고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 비밀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헌법상 보장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은 의뢰인이 변호사로부터 충실한 조언과 상담을 얻을 권리이므로, 의뢰인과 변호사는 긴밀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진솔한 의사교환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짚었다.

왼쪽 조응천 의원 옆에 김해영 의원이 앉아 있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그런데, 만일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의사교환 내용이 제3자에게 공개돼 의뢰인에게 불이익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면 신뢰관계 형성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이는 변호사의 충실한 상담과 조언을 불가능하게 하고, 결국엔 헌법상 보장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자체를 무력화 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 변협회장은 “이처럼,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은 국민의 방어권 보장 및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법제상 변호사와 의뢰인의 비밀유지권을 보장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그는 “변호사법상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는 규정돼 있으나, 이는 소극적인 관점에서만 변호사가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권리를 규정한 것일 뿐이고, 변호사와 의뢰인간 비밀리에 이루어진 의사교환 내용이나 변호사가 의뢰인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 등의 공개를 거절할 수 있는 권리는 아직 규정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이와 달리 상당수의 해외 국가에서는 비밀유지권이 도입돼 있는 상태이고, 이와 관련해 심도 있는 논의가 오랜 기간 진행돼 왔다”며 “미국에서는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와는 별개로 비밀유지 특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영국 등 유럽 주요국가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 변협회장은 “최근 대형 법무법인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지면서, 검찰 등 권력기관이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의사교환 내역을 증거자료로 수집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며 “이러한 시점에 변호사 비밀유지권 도입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게 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대한변호사협회는 회원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해 비밀유지권 침해 관련 실태 파악을 한데 이어, 변호사 비밀유지권 입법 추진 TF를 구성해 법률안 마련을 위한 구체적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유익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변호사 비밀유지권 법제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정책토론회 좌장은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가 맡아 진행했다. 발제는 한애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이병화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장수정 법원행정처 사무관, 윤성훈 법무부 서기관님, 천하람 대한변호사협회 제2법제이사가 참여했다.

토론회를 경청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토론회를 경청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메모하며 토론회를 경청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메모하며 토론회를 경청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이날 토론회에서 공동주최자인 이찬희 변협회장, 조응천 의원이 인사말을 했다. 그런데 국회 부의장을 역임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같은 당 금태섭 국회의원,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지상욱 의원도 참석해 인사말을 해 눈길을 끌었다. 변호사 출신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토론회 중간에 참석하며 관심을 나타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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