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지인에게 장기기증의사가 ‘장기매매’로 의심 받아 불허됐으나, 법원이 교회에서 봉사활동과 선교활동을 하면서 쌓은 친분 등을 인정해 장기이식을 허가했다.

서울행정법원과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간경화로 치료를 받던 중 2015년 5월 간암 진단으로 간이식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A씨는 2018년 11월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에 ‘B씨를 이식대상자로 선정해 자신의 간장 일부를 기증하고자 한다’라는 취지로 장기이식대상자 선정 승인을 신청했다.

그런데 기관은 지난 1월 A씨에게 ‘A와 B 사이의 사적 친분이나 관계를 확인할 만한 입증자료가 부족해 순수하게 장기를 기증할 만큼 명확한 관계로 보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장기이식법에 따라 B씨를 장기이식대상자로 선정함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한 마디로 장기매매를 의심한 것이다.

장기이식법 시행규칙 제23조 제2항은 ①제출된 서류가 거짓으로 작성된 경우와 ②장기를 기증하려는 사람과 이식대상자의 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아니하여 장기이식법 제7조에서 정한 금지행위, 이른바 장기매매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식대상자 선정을 승인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A씨는 “B씨와 여러 해 전부터 같이 C교회에 다니며 함께 봉사활동과 선교활동을 하면서 사적 친분을 쌓게 되었고, B씨를 이식대상자로 선정하려는 것은 이런 친분관계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결정”이라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을 상대로 낸 ‘살아있는 자의 장기이식 대상자 선정 불승인 취소’ 청구소송에서 “피고의 처분을 취소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원고와 B씨 사이의 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장기이식법 제7조에서 금지한 이른바 장기 매매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재판부는 “원고가 B씨와 사적 친분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제출한 사진은 대체로 전자적인 방법으로 촬영일자가 기재되지 않아 사진만으로는 둘의 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2018년 5월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사진은 그 무렵 원고가 B씨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송한 사진과 동일하고, 나머지 사진들 역시 교회의 다른 신도들과 함께 오랜 기간에 걸쳐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가 제출한 사진의 촬영일시에 관한 기재는 신빙성을 쉽사리 배척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둘의 관계를 “원고와 B씨는 늦어도 2012년 7월경부터 함께 C교회에서 활동하며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A씨의 장기기증 결심과 관련해 재판부는 “원고는 2015년 배우자와 재판상 이혼하고, 2017년 5월 지금의 배우자와 다시 결혼했는데, 이는 원고가 B씨를 알게 돼 그에게 자발적으로 장기 기증을 결심하게 된 경위에 대한 주장, 즉 이전 배우자와 불화를 겪던 중 지인의 권유로 C교회를 다니면서 B씨를 알게 돼 정서적인 지지를 얻었고, 또한 그곳에서 지금의 배우자를 알게 돼 재혼하는 등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과 일부 들어맞는다”고 밝혔다.

원고는 B씨를 2012년경 C교회에 같이 다니면서 알게 됐다고 진술했으나, C교회는 2014년 9월에서야 비로소 관할 세무서장으로부터 법인 아닌 단체로 등록해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아 A씨가 의심을 받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종교시설인 교회의 특성상 실체가 갖추어진 이후에도 상당기간 법인 아닌 단체로 등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이를 미루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C교회의 설립 경위와 성장 과정에 대한 자세한 자료를 검토하지 않은 채 공부상 등록일시가 원고의 진술과 맞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B씨를 알게 된 경위를 허위로 진술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는 2015년 5월 간암으로 진단받고도 즉시 장기이식대기자로 등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B씨의 건강상태, 간암의 진행단계 등을 고려해 장기이식 이외의 다른 치료 방법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B씨가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매매할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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