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가 회사 정문 앞 선순위로 집회 신고했다며 후순위 신고된 집회를 방해하는 사측 행위를 방치한 관할 경찰서장에게 집회의 자유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과 소속 직원들에 대한 인권교육 등을 권고했다고 10일 밝혔다.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판매직원으로 근무하다 2013년 5월 해고된 A(진정인)씨는 지난 2015년부터 2016년 5월까지 6차례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 인도에서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집회신고를 해왔다.

A씨는 “그러나 관할 서초경찰서장 및 담당경찰관들은 현대자동차 측 선순위 집회 신고가 있다는 이유로 사측이 집회를 방해하는데도 시간 및 장소 등을 분할하도록 조율하거나 보호해 주지 않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이 직무를 유기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도록 방임한 행위라는 것이다.

반면 서초경찰서는 “진정인(A)의 집회신고에 대해 금지통고를 한 적이 없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장소 분할을 권유해 평화적으로 집회를 진행하도록 했으며, 당사자 간 조율이 되지 않으면 선순위 집회 신고자에게 우선순위를 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 조사결과,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0년부터 365일 24시간 집회신고를 해왔으나 실제 집회 개최 일수는 며칠 되지 않아 일명 ‘알박기’ 집회를 관행적으로 신고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진정인(A)이 문제 제기한 무렵에도, 현대자동차는 회사 정문 앞 좌우 측 인도 전체(약 200m〜300m)를 매일 24시간 참가인원 100명의 집회를 신고했다.

그러나 실상 사측 직원이나 용역직원 5~6명이 어깨띠를 두르고 흩어져 있다가, 다른 집회시도가 있으면 선순위 집회 신고를 주장하며 물러날 것을 요구하며 집회를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정인은 “신고된 장소에서 집회를 하려 할 때, 사측의 용역들이 회사 정문에서 200m∼300m 떨어진 장소에서 하라면서 집회 참가자들을 둘러싸고 위력을 행사하는 등 집회를 방해했고, 심지어 1인 시위까지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2016년 6월 법원의 집회 방해금지 가처분 결정 이후부터는 사측이 집회물품 앞을 가로막거나 둘러싸는 등 방해했고, 이를 경찰에 신고하면 적극적인 조율 및 방해 행위에 대한 보호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자동차 사측이 자신들의 선순위 집회를 방해받았다며 진정인 등을 고소한 사건에서 지난 1월 법원은 판결문에서 “직원 및 용역을 동원해 24시간 진행하는 선순위 집회는 경비업무의 일환으로 보이고, 같은 장소에서 그 장소와 내적인 연관관계가 있는 집회를 개최하고자 하는 타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장소 선택의 자유를 배제 또는 제한하면서까지 보장할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인권위는 “관할 서초경찰서가 후순위 집회에 대해 집시법 상 평화적 집회ㆍ시위 보호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다만, “피진정인들은 개정된 집시법의 입법취지와 판례의 취지를 숙지하지 못하고 그 간의 관행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개별적인 책임을 묻기보다는 재발방지를 위한 업무 관행의 개선 및 직무교육을 실시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서초경찰서장에게 재발방지를 위해 관행을 개선할 것과 소속 직원들에 대한 직무교육을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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