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는 4일 조선일보의 “판사들은 빼고... 대법, 노조가 요구한 노동법원 설립 약속”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 “사실과 다른 악의적인 기사”라고 일축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법원공무원단체로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4일 법원본부가 페이스북에 조선일보 기사를 링크하며 입장문을 밝혔다.
4일 법원본부가 페이스북에 조선일보 기사를 링크하며 입장문을 밝혔다.

먼저 보도내용을 요약하면 조선일보는 “법원행정처와 법원노조가 지난 3월 체결한 단체협약 내용을 읽어본 법조인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적지 않다’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법원 설치 문제다”라고 보도했다.

또 “단체협약에 ‘기획 법관제도 개선’ 내용이 들어간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그리고 “대법원은 지난달 전국 판사들에게 ‘직원들에게 간식 접대나 심부름 등을 시키지 말라’고 공지했다. 단체협약에 ‘(판사 등은) 개인적인 간식 접대, 심부름, 짐 정리를 요구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의 ‘사적 노무 금지’ 항목이 포함된 데 따른 조치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대법원이 법원 직원들의 정기 인사가 있는 1, 7월에 재판 휴정(休廷) 등을 통해 직원들의 새 부서 적응 부담을 줄이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이로 인해 재판 기간이 길어지면 국민이 피해를 본다’는 비판이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법원행정처가 이런 단체협약을 맺은 데는 노조를 중시해온 김명수 대법원장의 성향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법원노조는 그동안 ‘사법 적폐 청산’을 외치며 이를 추진한 김 대법원장을 사실상 측면에서 도왔다”고 보도했다.

이에 법원본부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법원본부는 “사법농단에서 드러난 적폐판사들이 아직도 재판 업무를 하고 있고 법원에 남아 보수언론들과 내통하며 노동조합과 김명수 대법원장 흠집내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거망동 하지 마라!”며 “조선일보는 기사를 쓰려면 사실에 근거해서 의도를 들키지 않게 쓰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먼저 지난 3월 27일 법원행정처와 법원본부가 체결한 “단체협약 제20조(노동법원 설치) 노동사건의 전문화와 신속한 노동분쟁의 해소를 위해 노동사건을 전담하는 노동법원 설치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고 규정을 제시했다.

법원본부는 “이것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 6월 5일 국회에서 김병욱, 조응천, 한정애 의원과 노동법원 설치를 위한 토론회를 진행했고, 토론 발제자로는 노동계, 국회, 경총, 민변, 대한변협, 정부, 법원행정처, 공무원노조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며 “여기에는 이인영 원내대표와 문성현 경사노위원장이 축사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법원 내에는 법관 300여명으로 구성된 노동법을 연구하는 학회가 있고, 대법관의 상당수가 노동법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과거 행정법원ㆍ회생법원 설치할 때 전체 법관 설문조사를 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전문법원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 여론이 성숙되고 법원 설치를 위한 정책 결정이 요구될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법원본부는 그러면서 “앞으로도 노동법원 설치를 위한 시민대토론회(8월 31일 예정), 대국민 청원운동, 각 당과 정책협의 등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잠깐, 지난 6월 5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노동사건 전문법원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노동법원 설립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살펴본다.

많은 참석자들로 성황을 이뤘던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조응천, 한정애 국회의원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함께 주최한 자리다. 전국공무원노조 중에서도 법원본부가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면서 토론회를 적극 추진했다.

축사를 위해 참석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노동법원 도입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답을 찾아야 하는데,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노동법원이 위치하고 있다”며 전문법원인 노동법원의 설립을 강조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회적 대화기구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노사위) 문성현 위원장은 축사에서 “법원행정처와 법원노조가 노동법원을 설치에 의견을 모은 것에 대해 대단히 뜻 깊게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노사위 문성현 위원장
경노사위 문성현 위원장

토론회 공동주최자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인사말에서 “노동법원이 도입되면 노동사건 분쟁을 효율적이고 전문적이며 보다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저는 법사위원으로서 오늘 주신 고견들을 잘 받들어서 향후 법안심사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토론회 공동주최자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인사말에서 “최근에 아주 희소식이 들렸다. 법원행정처와 전공노 법원본부에서 전격적으로 단체협약 사항에 노동법원 설립을 공동 추진한다는 합의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야 뭔가 가시적인 성과가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기뻐했다.

노동법원 관련 10개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김병욱 의원은 “국회에서 노동법원 설치 문제에 대해서 공론화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공론화를 통해서 사회 각계각층에서 생각하는 바를 모아서 노동법원 설립과 관련된 여러 토론을 하는 것이 국회의원으로서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토론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판사 출신으로 민주노총 법률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인수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토론회 발제에서 기업의 정리해고와 관련한 대법원의 친경영적 판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노동사건 전문재판부 판사들의 전문성 부족도 꼬집으며 노동법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제발표하는 신인수 변호사
주제발표하는 신인수 변호사

노동법원 도입 찬성론에 대해 신인수 변호사는 ▲노동분쟁의 신속한 해결 도모 ▲노동위원회 + 법원이라는 이원적 분쟁해결절차의 문제 해결 ▲노동사건 재판에 노사전문가, 당사자들을 참여시켜 노동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노동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점 ▲중요한 게 국민의 사법참여 촉진 즉 국민이 직접 재판 참여 등을 꼽았다.

노동사건에 대한 대법원을 비판한 신 변호사는 “(기업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법원이 노동사건을 하는 것을 우리가 감내하기 어렵다”며 “친경영적인 아주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적어도 평평한 운동장이 될 수 있도록 노동법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원행정처에서 추천해 토론자로 참여한 이희준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는 “노동법원을 만든다는 것은 분명히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다. 노동법원의 기능을 두 가지 점에서 쉽게 말하면 노동현실을 아는 판사가 재판을 하면 좋겠다. 두 번째로는 노동현실을 아는 국민이 재판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희준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우)
토론자로 참여한 이희준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우)

토론자로 참여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인 정병욱 변호사는 “노동3권과 관련된 절차적 정의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노동법원이라는 전문적인 사법기관이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민변 노동위원장 정병욱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장 정병욱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자 이찬희)가 노동분쟁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해 추천 자격으로 토론회에 참여한 최현희 변호사(법무법인 제이앤에스)는 개인의견을 전제로 “노동법원 도입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20년 정도 노동사건 송무를 담당해 왔다’는 최 변호사는 “경험을 바탕으로 결론적으로 노동법원 도입에 대해 찬성한다. 법률적으로 노동법원 설치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변협 추천으로 토론자로 참여한 최현희 변호사
변협 추천으로 토론자로 참여한 최현희 변호사

다시 조선일보 보도 문제에 대한 법원본부의 반응을 살펴본다.

“간식 심부름 요구 금지” 보도에 대해 법원본부는 ‘단체협약 제96조(사적노무금지) 법원은 직무관련 공무원으로부터 사적인 노무(개인적인 간식접대, 심부름, 짐정리 등)를 제공받거나 요구하지 않도록 한다’는 규정을 제시하며 반박했다.

법원본부는 “조선일보 기사는 부속실 직원은 비서업무가 주된 것이라 하는데, 부속실에 근무하는 직원의 대부분은 재판에 참여해 속기업무를 하시는 분이다. 속기라는 전문 업무를 주로 하기 위해 법원에 입사한 것”이라며 “정해진 시간마다 과일을 깎거나 커피를 타거나 사적인 개인 심부름 등을 금지하는 것은 공무원 윤리강령에도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기획법관 제도 개선” 보도에 대해서도 법원본부는 ‘단체협약 제17조(사법행정 개선) ④법원은 각급 법원 기획법관제도의 운영현황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조항을 제시했다.

법원본부는 “조선일보는 각급법원의 행사준비 행정적인 일을 기획법관이 한다고 했다”며 “그러나 양승태 사법농단 문건에서 드러났듯이 기획법관의 역할은 각급법원 판사동향을 파악하고 판사선거에 개입하고 행정처에 보고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그것이 행정적인 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들이 각급법원 기획판사로 임용되는 것은 법원 내에서 누구나 아는 공지의 사실이다. 또한 전국법관들이 포함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주장은 기획법관제도 폐지”라며 “법원노조는 사법개혁을 핵심모토로 출범했고, 양승태의 사법농단으로 국민의 법원에 대한 불신은 고스란히 일선 조합원의 피해로 가고 있다.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에 기획법관폐지를 요구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동 법원행정처와 법원본부
서울 서초동 법원행정처와 법원본부

“정기인사 1, 7월 인사”에 대해서도 법원본부는 ‘단체협약 제47조(정기인사 시 업무 인계ㆍ인수 보장) 법원은 업무공백 방지 및 원활한 인계ㆍ인수를 위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1월, 7월 정기인사 전후의 참여업무 등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각급 법원에 권고한다’는 조항을 밝혔다.

법원본부는 “공무원에게 인사 시기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업무가 과중되는 시기다. 기존 업무를 인계해야 하고 새로운 업무를 인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무직 노동자들의 산재도 인사이동 때 많이 발생한다”며 “조합원들의 어려움이 반영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법원은 참여관 등의 인사 때 관행적으로 재판을 조정했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을 (단체협약에) 명문화 한 것”이라며 “새로운 재판부에 발령받아 재판내용을 파악하고 들어가야 제대로 된 재판결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이것이 바로 국민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한 판사는 ‘대법원이 일선 판사들에게는 노동법원 설치 협약 내용을 알리지도 않았다’며 ‘재판을 하는 판사들을 배제하고 이런 중요한 문제를 추진한다는 건 황당한 일’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법원본부는 “지난 3월 27일 단체협약 체결하고 협약서를 다음날 바로 법원내부통신망(코트넷)에 공지했다. 또한 전체 법관 및 직원들에게 메일로도 알렸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노동법원 설치는 이미 언론에서 여러 번 다룬 기사다. 조선일보만 모르고 있는 것을 밀행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냥 기사화했다”고 조선일보와 인터뷰 판사를 반박했다.

또한 “지난 4월 3일 조선일보는 재판 휴정에 대해 이미 기사화했음에도 처음 아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독자를 우롱하는 처사다”라고 비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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