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아이돌봄 지원법에 따른 아이돌보미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이는 근로자로 인정했던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가정의 아이돌봄을 지원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아이돌봄지원법은 2012년 2월 1일 제정돼 그해 8월부터 시행됐다. 아이돌보미 사업은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맞벌이 가정 등에 돌보미가 직접 방문해 아이를 돌봐주는 서비스다.

광주고등법원 홈페이지

광주고법과 판결문에 따르면 A씨 등은 아이돌보미로서 2013년 1월부터 광주광역시의 각 구청장이 지정한 아이돌봄서비스기관인 광주 동구ㆍ서구ㆍ남구ㆍ광산구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에 소속돼 아이돌봄서비스를 제공했다.

A씨 등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데도, 피고들은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을 전혀 지급하지 안 했다”며 2013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미지급 수당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소송 대상은 광주광역시 각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아이돌봄 사업을 위탁받은 대학 산학협력단 등 법인이었다.

피고는 동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위탁한 OO대산학협력단, 서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위탁한 OOOO연구개발원, 남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위탁한 ▲▲대산학협력단, 광산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위탁한 OOO광주사회복지회 4곳이다.

이들은 “원고들이 서비스기관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고, 서비스기관이 원고들의 아이돌봄서비스 제공의 대가에 상응하는 직접적 이익을 보유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들을 서비스기관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특히 “각 구청장으로부터 서비스기관으로 지정된 기관은 피고들이 아니라 광주 동구ㆍ서구ㆍ남구ㆍ광산구 건강가정지원센터이고, 피고들은 각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운영을 각 구청장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한 것에 불과하므로, 원고들의 사용자는 각 건강가정지원센터 또는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설치한 각 구이지, 피고들이 원고들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비스기관은 홈페이지에 아이돌보미 모집공고를 하고 지원자들에 면접을 실시하고 아이돌보미 양성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했다. 이수한 지원자들과는 매년 표준계약서를 작성했다.

원고들의 경우 2014년 4월까지 ‘아이돌봄 지원사업 아이돌보미 활동계약서’라는 명칭의, 이후 2015년까지는 ‘아이돌봄 지원사업 아이돌보미 근로계약서’라는 명칭의, 2016년에는 ‘아이돌봄 활동 연계를 위한 표준계약서’라는 명칭의 표준계약서를 작성했다.

표준계약서에는 아이돌보미들의 기본적인 활동 등 업무 내용이 명시돼 있다. 표준계약서가 작성되면 아이돌보미는 해당 서비스기관의 인력풀에 등록된다.

1심은 아이돌보미들을 근로자로 인정해 휴일근로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인 광주고등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유헌종 부장판사)는 지난 6월 19일 A씨 등 아이돌보미 160명이 광주 OO대산학협력단 등 4개 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등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8나23307)

재판부는 원고들과 서비스기관 사이에 2014년 4월부터 2015년까지 ‘아이돌봄 지원사업 아이돌보미 근로계약서’라는 명칭의 표준계약서가 작성된 점, 원고들과 서비스기관 사이에 작성된 표준계약서에는 원고들의 기본적인 업무 내용이 명시돼 있는 점, 여성가족부가 발행한 ‘아이돌봄 지원사업 안내’라는 형식으로 서비스기관의 아이돌보미 관리에 관한 지침이 존재했고, 이에 따라 서비스기관은 아이돌보미를 상대로 보수교육을 실시하고 간담회ㆍ월례회를 개최했으며, 아이돌봄서비스 광역거점기관은 아이돌보미의 활동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했던 점을 짚었다.

또 서비스기관이 문자메시지 발송을 통해 소속 아이돌보미에게 교육 참석을 요구하거나, 돌봄서비스 제공 시 주의사항 등을 공지했던 점, 아이돌보미가 서비스기관을 통해 연계된 아이돌봄서비스 업무를 외부의 제3자에게 재위탁 할 수 없었던 점, 서비스기관은 2013년 9월부터 월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아이돌보미를 4대 보험에 가입시키고, 1년 이상 근무한 아이돌보미에 대해서는 퇴직 시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아이돌보미에게 지급하는 수당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던 점 등은 아이돌보미인 원고들이 서비스기관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 사정들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나 위 사정들만으로는 원고들이 종속적인 관계에서 서비스기관의 상당한 지휘ㆍ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원고들은 사용종속관계에서 서비스기관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서비스기관은 아이돌보미 지원자에게 법에서 정한 결격사유가 없고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아이돌보미 양성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했고, 아이돌보미 지원자가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표준계약서를 작성했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소속 아이돌보미를 선택하는 것에 관해 서비스기관에게 실질적인 재량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표준계약서와 관련해 재판부는 “2016년부터는 ‘아이돌봄 지원사업 아이돌보미 근로계약서’라는 명칭의 표준계약서는 더 이상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이돌보미와 서비스기관 사이에 작성된 표준계약서는 명칭이 몇 차례 변경됐으나 내용에 있어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따라서 아이돌보미와 서비스기관 사이에 2014년 4월부터 2015년까지 ‘아이돌봄 지원사업 아이돌보미 근로계약서’라는 명칭의 표준계약서가 작성되었다는 것만으로, 아이돌보미와 서비스기관 사이에 표준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근로관계를 성립시키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원고들을 비롯한 아이돌보미와 서비스기관 사이에 작성된 표준계약서에서, 근로자가 사용자와 종속관계에서 사전에 근로하기로 정한 시간을 의미하는 소정근로시간을 포함해, 아이돌보미가 자신의 노동력을 서비스기관의 처분에 맡긴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근로계약의 본질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종속노동의 핵심은 사용자에 의해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 것인데, 아이돌보미는 서비스기관에 출퇴근할 의무가 없고, 본인의 의사에 반해 근로를 제공할 의무도 없으므로 서비스기관은 아이돌보미가 돌봄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더라도 제재를 가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서비스기관에 의해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 것도 아니며, 서비스기관과 아이돌보미 사이에 소정 근로일수 및 근로시간을 정한바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이돌보미는 아이돌보미 활동기간 동안에도 서비스기관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노동력에 대한 처분권을 온전히 보유하고 행사하는바, 아이돌보미가 서비스기관에 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여기에 아이돌보미가 서비스기관으로부터 받은 수당이 그들의 유일한 수입원이라고 볼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는 점까지 아울러 고려하면, 아이돌보미가 서비스기관에 전속돼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표준계약서에는 아이돌보미가 돌봄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수행해야 할 활동 내용이 기재돼 있기는 하나, 이는 법과 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아이돌보미의 직무 내용을 그대로 기재한 것에 불과하고, 수당에 관한 내용도 여성가족부가 사전에 정해 고시한 내용을 그대로 기재한 것에 불과하다”며 “아이돌보미가 제공해야 할 돌봄서비스의 기본적인 내용은 법 및 시행규칙, 여성가족부의 지침에 따라 대부분 정해지고, 세부적인 내용은 아이돌보미와 돌봄서비스 연계 가정과의 협의에 따라 추가로 정해질 뿐이지, 달리 서비스기관에서 돌봄서비스의 내용을 정한다고 볼만한 근거도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서비스기관이 소속 아이돌보미를 상대로 간담회, 월례회를 개최하고 소속 아이돌보미에게 간담회, 월례회 및 교육 참석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으나, 아이돌보미가 간담회, 월례회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제재 또는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서비스기관이 아이돌보미에게 간담회, 월례회 및 교육 참석을 요구한 것은 권고적인 것이라고 보일 뿐이고, 달리 그것이 강제성이 있는 것이라고 볼만한 자료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비스기관이 부정기적으로 아이돌보미에게 문자메시지 발송을 통해 ‘돌봄서비스 제공 시 주의사항’ 등을 고지하기는 했으나, 이는 특정 아이돌보미 개인에 대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소속 아이돌보미 전체에 대해 이루어진 것이고, 대부분 여성가족부의 지침이나 지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서 내용도 돌봄서비스 관련 정보를 알리거나 돌봄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일반적인 주의사항을 고지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서비스기관이 소속 아이돌보미에게 돌봄서비스 관련 정보 및 주의사항 등을 고지한 것은 아이돌보미가 수행하는 업무에 대해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지시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일 뿐이지, 이를 소속 아이돌보미에 대해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과 봤다.

이어 “뿐만 아니라 법에 따르면 아이돌봄 지원사업의 궁극적인 책임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는 점에서, 아이돌봄서비스의 품질 유지와 돌봄서비스를 향유하는 영유아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아이돌보미가 서비스기관을 통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어느 정도의 지시ㆍ감독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아이돌보미는 서비스기관으로부터 돌봄서비스 제공 시간당 정해진 수당을 지급받았을 뿐, 별도로 기본급 내지 고정급, 상여금을 지급받지 않았다.

재판부는 “2013년 9월부터 아이돌보미에 대해 4대 보험 가입이 이루어지고 퇴직금제도가 시행되었으나, 이는 서비스기관과 소속 아이돌보미 사이의 약정 또는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성가족부의 지침에 따라 시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따라서 공적 사회서비스를 수행하는 아이돌보미의 처우 개선을 위해 시혜적으로 이루어진 조치가 거꾸로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 판단을 강화하는 징표로 작용하는 것에는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종합해 재판부는 “원고들을 비롯한 아이돌보미가 서비스기관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을 비롯한 아이돌보미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설령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서비스기관의 운영권한만을 위탁받은 것에 불과해, 원고들과 사이의 근로계약상 권리ㆍ의무가 피고들에게 귀속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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